posted by jogaq 2020. 2. 14. 03:24

최초작성: 2019. 1. 22. 2:37

 

 

"...그리하여 그는 떠났다.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 했던 노략물과 함께."

 

 리스크 오브 레인은 Gamemaker 로 만들어진 게임입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2명의 개발자가 만든 게임입니다. 리스크 오브 레인은 출시 당시 굉장히 인기가 많았습니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 아이작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로그라이크였던 것 같습니다. 로그라이크라는 타이틀이 이거 때문에 재조명됐던가? 아니던가? 가물가물합니다. 벌써 5년, 6년 전이니까요. (이제 6-7년 전이다.-20) 아, 스펠렁키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아시는 분은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딱히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20)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좋아했다. 네이버에 카페도 생겼었는데, 다만 활동적인 시기가 그리 길지는 않았다. 이유가 뭘까.

 

 그 당시 리스크 오브 레인은 나름의 화젯거리였습니다. 인디 붐의 초기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게임은 또 재미있으니까요. 지금 출시했다면 그 당시만큼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시기를 잘 타는 것도 중요하죠. 시대를 초월한 명작이라기보다는 인디 로그라이크 붐의 첨병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잘 만든 게임입니다. 그러지 못했다면 시기를 타네 마네 하는 것은 전혀 소용없는 이야기겠죠.

 리스크 오브 레인은 로그라이크입니다. 횡스크롤 시점이며, 12개 클래스가 각4개 스킬을 사용합니다. 클래스별로 겹치는 기술이 거의 없어 개성이 뚜렷하고, 플레이스타일도 각자 크게 다릅니다. 예를 들어 상하차 로봇 Han-D는 스킬셋이 근접전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스탯이 체력이 높기 때문에 근접전을 위주로 하게 됩니다. 반대격인 헌트리스는 스킬 모션이 짧고 단거리 순간이동 스킬도 있기 때문에 카이팅이 강제됩니다. 파밍 상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클래스마다 고정된 특징적인 플레이가 엔딩을 볼 때까지 계속됩니다. 플레이 양상의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리스크 오브 레인은 대단한 깊이감이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먼저 맵이 다양하지 못합니다. 게임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우선 첫 번째 맵에서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포탈을 찾아 가동시켜야 합니다. 포탈이 작동하면 1~2분간 기다려야 하는데, 이 동안 스테이지 보스와 함께 많은 몹들이 등장하고, 이 몹들을 다 잡아야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5개 스테이지를 진행하면 최종 보스를 만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보는 스테이지들은 모두 미리 만들어진 맵들입니다. 타일셋마다 한두가지의 바리에이이션이 준비되어 있는데, 다양성의 측면에서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맵이 고정인 만큼 플레이 중 변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는데, 플레이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기믹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맵이 걸리느냐에 바뀌는 것은 출현하는 몬스터의 종류 뿐이고, 바뀌는 타일셋은 시각적인 변화만 줄 뿐, 타일셋 고유의 특징이랄게 거의 없습니다. 굳이 찾아본다면 3번째 스테이지의 수중 맵이나, 4번째 스테이지의 용암, 끈적한 밧줄(닿으면 느려짐) 정도인데, 아무래도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똑같은 타일셋을 쓴 맵이 세트당 2종류씩 준비되어 있다. 랜덤맵이 아니라는 점이 꽤 아쉬울 따름이다.

 

 아이템 설정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게임의 볼륨과 비교해 봤을 때 적절하게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들이 있는데, 아이템들의 효과가 대부분 기존의 수치를 변경하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들어오는 데미지를 줄여주는 곰 인형, 6번 데미지를 받으면 짧은 몇 초간 무적 상태가 되는 반발 갑옷, 60의 실드를 만들어주는 심장처럼, 대부분의 아이템들은 각각의 효과가 그리 특이하지 못합니다. 여러가지 아이템이 조합되었을 때에도 대단한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고, 예상 가능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템 디자인으로, 어떤 아이템을 얻게 되느냐에 따라 게임의 클리어 여부가 영향을 받을 순 있겠으나, 어떤 아이템을 얻느냐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이 별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이템에서 바래볼 수 있을 다양한 변수들의 역할을, 12개 종류의 클래스로 넘긴 것 처럼 보이는데, 이런 돌려막기가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입니다. 맵과 아이템의 두 가지 요소가 로그라이크로서 리스크 오브 레인의 반복 플레이 동력을 빈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아이템 디자인이 아이템 중복 획득이 무리없이 작동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템들은 기회만 된다면 여러 개씩 중복으로 얻을 수 있는데, 중첩 시 효과가 강해지나 발동 확률이 높아지는 방식입니다. 이건 리스크 오브 레인만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뿌슝뿌슝빠슝

 

 플레이 도중 얻을 수 있는 유물들이 있는데, 한 번 얻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토글로 효과를 받을지 말지 선택합니다. 이 유물들은 아이템들과 달리 게임의 양상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줍니다. 기본적으로 랜덤 드랍인 아이템을 선택하여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유물도 있고, 캐릭터의 최대 체력을 10% 수준으로 만드는 대신 플레이어가 주는 데미지를 500%로 늘리는 유물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템이 이런 역할을 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어쨌든 이런 유물이 총 10개 있으니, 도전과제의 성격을 동시에 띄곤 있지만 다양성을 그나마 넓혀주는 편입니다.

난이도 아래 보이는게 유물이다.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보이는 시스템

 우리 주인공들은 덴마의 실버퀵같은, 우주 택배 회사 소속입니다. 이 설정은 아이템들의 플레이버 텍스트에서 볼 수 있는데, 아이템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신지와 분류가 적혀있습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많은 아이템들은 모두 이 친구들이 나르던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 화물들이 왜 이상한 행성 표면에서 발견되는 걸까요? 왜냐면 이 친구들이 타고 가던 화물선이 추락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이런 서사를 다루던 프롤로그 격의 트레일러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개발사에 내린 것인지 찾지 못했습니다.

 

 화물선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행성에 추락하면서, 화물들이 비(rain)처럼 쏟아지는데, 이것들을 적당히 긁어모아 우주선을 점거한 생물체들을 내쫓고 행성에서 탈출한다는 것이 게임의 줄거리 되겠습니다. 게임 내부적으로 스토리가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없지만 재미있는 설정이기에 적어두고 싶었습니다. 최종 보스는 우주선의 함교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우주선을 타고 밖으로 나가고 싶었으나 조종법을 몰라서 가만히 앉아 있었던 건지, 아니면 새 집으로라도 삼았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미래 우주선에서도 컨테이너 박스를 쓴다.

 멀티 플레이는 적당히 안정적입니다. 예전 경험에 접속 문제가 조금 있었던 것 같은데, 반복해서 일어나는 일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정해진 호스트 한 명의 서버에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멀티 플레이의 양상은 싱글 플레이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멀티 플레이 시 싱글 플레이와 설정상의 큰 변화는 없고 플레이어 수만 늘어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아이템 배분의 문제가 생깁니다. 드롭되는 아이템의 수가 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각 플레이어가 고른 캐릭터와 어울리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들을 잘 나눠서 받아가야 합니다. 배분 잘못되면 못 깹니다. 싱글 플레이보다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큰 고민 후에 멀티플레이가 추가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본 지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리스크 오브 레인은 적당히 해 볼 만한 게임입니다. 만듬새가 괜찮은 몇 안되는 로그라이크이고, 도트 그래픽도 나름 괜찮습니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싫어하겠지만, 저는 나름 흡족한 편입니다. 리스크 오브 레인2 가 3D로 출시된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살펴보니까 스킬 아이콘은 전작의 도트를 그대로 썼던데, 아마 그 부분이 도트를 볼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지 않을까요. (개발 과정에서만 쓰고 새로 그렸다.-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