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DKn 2020. 2. 11. 19:12

알파는 귀엽다

전 세계적인 레트로 열풍은 아직도 꺼지지 않고 2020년에도 여전히 뜨겁다. 과거의 물건이나 문물에서 '감성'을 느낀 사람들이 많은 까닭일 것이다. 본인도 결국 마음속의 지존 중 하나인 세가의 메가드라이브를 소형화한 메가드라이브 미니의 출시를 보고 참지 못해 구매했다. 그러나 이런 레트로를 찾는 것이 과거의 불편함까지 온전히 느껴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메가드라이브 미니만 보아도 USB 포트가 두 개나 버젓이 달려있다. 그럼에도 감성을 살리지 못했다고 무어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PC98의 게임들을 그때 플랫폼으로 혹은 그때 환경으로 지금 해보려고 하는 것은 상당히 이상하게 느껴진다. 기기 자체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소형화나 재출시는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에뮬레이터로 게임을 하게 되고 언어의 장벽을 마주한다. 게다가 이런 악조건을 사실 마주할 필요가 없는 점도 있다. PC98에서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다시 해볼 만하다!" 라고 불리는 타이틀은 DOS나 윈도우 환경으로 이미 포팅되어 있거나 정식으로 출시되어 있다. 몇몇 게임은 리메이크를 거쳐서 콘솔판으로 출시되었거나 현세대 기기에 출시되는 타이틀도 있다. 이들은 누군가 한글화를 해놓은 것도 있고 출시될 때 정식으로 한글화 된 게임도 있다. 검증된 좋은 게임을 할 것이라면 사실상 꼭 PC98을 켜야 하는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뮬레이터를 켜며 돌려볼 만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이것이 무분별하고 남들이 보기에 더러운-대부분은 야겜이다- 말 그대로 쓰레기의 산을 뒤지는 행위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환영하고 싶다. 이 카테고리에서는 위키처럼 정렬된 게임의 리스트가 있지 않을 것이다. 거의 무작위 하게, 그리고 어느 정도는 편견 없이 아무 게임이나 실행시켜 볼 것이고 느낌을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