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 중심지 웨스턴 돔을 지나 중고서점 알라딘으로 향하는 길 중간엔 넓은 공터가 하나 있다. 미관 광장이라고 부른다. 계절이 괜찮으면 이런저런 이벤트가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역 바자회라던가, 합동 분향소라던가.
가장 최근에 들렀을 때는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주말에 점심 두둑히 먹고 알라딘엘 가는 길이었는데, 축제 때문에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운집한 인구를 보고, 그만 가로질러 지나갈 의욕을 잃어버려, 유턴해서 집으로 되돌아갔다.
이벤트가 없는 평소의 광장은 깔끔하게 비워져, 지평선처럼 넓게 펼쳐진 검정 회색조의 인공석 타일들만 눈에 들어와 다소 황량해 보이기도 한다. 여름엔 검은 비닐막의 차양으로 길이 만들어진다. 여느 때 볼 수 있는 건 바쁜 사람들이 묵묵히 걸어다니는 광경 뿐이다.
번화가와 맞닿은 공원 가장자리의 건널목은 지금이야 텅텅 빈 보도지만, 십몇년 전에는 이런저런 노점들이 들어서서, 인근의 대형 마트와 식당에서 볼 일 보고 나온 가족들을 사로잡았다. 포장마차, 옥수수, 분식 등 여러가지가 있었으나, 내게 인상을 남긴 것은 미니 바이킹이었다.
트럭에 대충 실릴 크기, 애들만 태울 수 있고 덩치 큰 청소년이 타면 고장 날까 봐 무서운, 대충 한 3미터쯤 올라가는 작은 놀이기구다. 그런 이동식, 간이식 미니 바이킹 서너개가 경쟁하듯 횡당보도 주변에 늘어서서, 부모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이었다.
파고가 낮을 뿐, 유원지의 대형 바이킹과는 기능적인 차이가 없는 놀이기구였지만, 단지 크기가 작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독특하다는 식으로 기억에 남았다. '미니어쳐'라는 것에는, 원본과는 다른, 그것만의 또 다른 매력이 있는 것 아닐까.
게임 리뷰가 맞다.
테일즈 오브 요르의 개발사, 개발자는 코크 앤 코드, 1인 개발이고, 실명은 Kevin Glass이다. 공개된 이력상으로는 1인 인디 개발자라고 볼 수 있는 인물이다. 이전 그가 개발한 게임들 중에는 Legends of Yore라는 타이틀이 있는데, 이건 나도 해봤다. 핸드폰 게임이고 격자형 타일맵을 사용하는 간단한 RPG였다.
딱히 개성이나 재미라고 할 만한 점은 떠올리기 어려운 게임이지만, 내 기억에 남았던 것은 Realm of the Mad God과 같은 텍스쳐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당시 나로는 대체 왜 두 게임이 텍스쳐를 공유하는지 알 수 없어 미스테리였다...
개발자의 이전작 레전드 오브 요르
작성자가 데릭유
찾아본 바에 따르면 해당 리소스는 2010년 TIG소스에서 개최되었던 게임 잼에서 유래한다. 이 잼은 파트1과 파트2가 분리되어, 파트1에서는 아티스트들만이 참가해 리소스를 만들고, 파트2에서 다른 개발자들이 그걸로 실제 출품작을 만들었는데, Legend fo Yore와 Realm of the Mad god은 해당 잼의 파트1에서 우승한 리소스를 동시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고로 이 게임의 개발자 Kevin Glass는 렐름 오브 더 매드 갓과 별다른 접점이 없다.
마찬가지로 Tales of Yore 역시 그래픽 리소스는 외부에서 사온 물건이다. https://krishna-palacio.itch.io/
테일즈 오브 요르는 개발자에 따르면 지난 겨울, 캐주얼한 온라인 RPG시야에 두고 개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정도 개발이 진행된 후 스팀 상점 페이지에 공개된 것을, 나는 닥붕(블로그 따로 파라고 꼬셔놓고 자기는 요즘 글 한줄 안쓰는)의 소개로 얼마간 돌려보게 되었다.
이 게임의 스팀 리뷰란에 950, 450, 500 등 이 게임을 수백시간동안 한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리뷰가 즐비하다는 것을, 그리고 유저평가의 종합이 95% 긍정적이라는 것을 닥붕에게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기겁했다. 이 허접해보이는 게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정말 그다지도 많단 말인가.
그래서 해봤다. 분명 첫인상보다는 훨씬 나은 게임이었다. 계속해서 다음 퀘스트가 나오고, 돌죽이랑 비슷한 숙련도 레벨업 시스템은 내 흥미를 끌었다. 다른 사람 캐릭터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귀엽다.
소수점으로 표시된 숙련도를 보면 돌죽이 생각난다
테일즈 오브 요르는 썩 나쁘지 않은 게임이다. 이런저런 기준치를 낮출 수 있다면 그렇다. 온라인 RPG, 정확히는 MMORPG이며, 불편하고 귀찮은 것이 특징이다. 90년대 올드스쿨 온라인 게임이랑 비슷하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울티마같은걸 안해봐서.
한없이 가벼워보이는 게임의 그래픽 탓에, 허접해 보이고 하기 싫어지는 것도 있지만, 덕분에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은 장점이다. 별거 없어 보이는데 한 번 해볼까? 하고 실제 해보기 좋다.
게임의 핵심적인 플레이 자체는 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퀘스트를 깨는 것이 전부다. 맵이 꽤 넓다. 상상했던 것보다 넓다. 의외였다. 신기하다.
이렇다 할 메인 퀘스트나 스토리라인, 목표는 없다. 퀘스트에서 제시되는 애매한 힌트를 길잡이로 삼아 맵을 돌아다니는 것은 은근한 즐거움이 있지만, 이것도 정도껏이지, 필드에 별다른 이벤트가 없어서, 정적이고 심심하다.
게임은 정말 별 게 없는데, 하다보면 재미있다. 친구랑 할 수 있으니 카우치 코옵이 재미있듯, MMO라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많다는 것 만으로도 즐거울 수 있는 모양이다.
요르의 낚시 명소
게임의 시스템을 좀 상세하게 풀어보자면, 맵을 이리저리 클릭하는 것으로 움직이고, 적을 클릭하면 공격한다. 몹을 잡거나 퀘를 깨면 경험치를 받고 렙이 오른다. 렙이 오르면 스탯을 찍을 수 있다. 힘,지능,민첩,HP의 4가지인데, 힘캐면 힘만, 지능캐면 지능만, 민첩캐면 지능만 찍으면 된다. 피가 너무 없는 것 같으면 HP를 찍는다.
숙련도는 적절한 무기를 사용하거나, 적절한 적에게 쳐맞는 것으로 올릴 수 있다. 경험치로 오르는 레벨과는 별개다. 활을 계속 쏘면 활숙련이, 둔기를 쓰면 둔기숙련이, 자꾸 쳐맞으면 물리방어가 오른다.
패시브 스킬은 없고, 액티브 스킬은 상점에서 훈련하는 것으로 습득해(인벤에 들어온다), 퀵바에 넣고 사용할 수 있다. 스킬의 습득에는 개별적인 요구치 이상의 스탯과 무기 숙련도가 필요하다.
장비는 드롭(몹잡아서 쓸만한 장비를 루팅해본게 딱 한번밖에 없다.)보다는 퀘스트 보상으로 주로 얻게 되며,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 중에도 괜찮은 템들이 꽤 있다. 장비는 모두 단순히 방어력이나 공격력만 찔끔 올려준다.
오른쪽템이 더 좋은데, 더 비싼건 왼쪽이다!! 이게 바가지?
따로 캐릭터 직업은 없으나, 근접 무기랑 어울리는 장비는 원거리 무기의 효율을 깎아버리는 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어, 무기를 한 계통 고르고 집중적으로 올리게 된다.
이것저것 할 수 있는건 생각보다 많은데, 개중에 파고들만한 요소는 딱히 없다. 낚시, 벌목을 비롯한 채집, 재료들을 이용한 크래프팅, 인챈트, 그리고 하우징 등. 관심이 가는 컨텐츠는 이것저것 있는데, 접근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며, 깊이도 얕아 보인다.
크래프팅이나 하우징에 관련된 레시피는 이 NPC, 저 NPC가 따로따로 지 맘대로 팔고 있다. 값이 비싼 것이 태반, 쓸모없는 레시피가 대부분이고,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다.
실거주자 "0"
결국 테일즈 오브 요르의 가장 큰 특징, 매력은 역시 MMO라는 것이며, MMO의 미니어쳐로서의 개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 게임이 아닌 MMO의 재현, MMO의 정교한 미니어쳐라고 생각해보면, 그런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미니 바이킹이 본격적인 유원지 바이킹의 모방에 불과한 조형물이 아닌 실제 놀이기구이듯, 테일즈 오브 요르 역시 MMO의 모방이자 조형물이 아닌 독립된 하나의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으로서 평가되어야 하며, 게임으로서는 기준점 이하의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른 장르가 아닌 MMO인 탓도 있다.
유저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이라던가 하는, 잘 만든 MMO 게임에 기대되곤 하는 특별함은 준비되어 있지 않고, 퀘스트와 로어는 잘 짜여 있지만, 그 뿐이다. 나머지는 감성의 영역이다.
여기서 감성이란 내가 잘 모르는 영역, 올드스쿨 RPG에 대한 추억을 얘기하는 것인데, 솔직히 이런 걸 주제로 하는 온라인 게임은 장기 프로젝트로서는 끝이 안 좋을 것 같다.
본인의 만족감에 대한 기준치를 첫인상의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꽤 괜찮은 게임이다.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950, 450, 500시간 리뷰어가 얘기하는 것처럼 150+hrs of play가 산출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플레이어 본인의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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