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Jackson - Man In The Mirror
고전 게임을 지금에 기준하여 혹평하는 것은, 그것이 옳고 옳지 않고를 떠나 우스운 일이다. 부끄럽지 않은 것은 칭찬하는 행동 뿐인데, 여기에 필요한 것은 고전에 대한 이해도인가, 고전에 대한 이해심인가.
고전 게임을 어쩌다 하게 되고, 그것의 리뷰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면, 그리고 긍정적인 평가 내지 이야기를 하고자 하면, 역시 그것이 지금 당장 해 봤을때도 나름의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러고자 하는 의욕이 나는 것인데,(혹은 그 게임에 대한 과거의 추억이 있거나.)
혹평을 하거나 약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됨에 있어서는, 출시 시기가 이르다는 점을 반영하여 유한 자세를 취하는 것은, 왠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관용과 이해는 별다른 이유 없이도 추구할만한 미덕이 아니던가. 이것을 모순적이라고 여기지 않고 앞으로의, 당장의 자세로 삼기로 했다.
무려 2005년의 19금 게임
Stubbs the Zombie in Rebel Without a Pulse 라는 이름이 라노벨 제목마냥 긴 이 게임 (이하 스텁스 더 좀비)은 Wideload Games에서 2005년 Xbox및 Pc로 출시한 옛날 게임이다. 문명4보다 늦게 나왔고 레드얼럿3보다는 일찍 나왔다.
Wideload Games는 번지 창립멤버중 하나가 헤드로 있던 스튜디오이다. 스텁스 더 좀비의 엔진이 헤일로 엔진이라는 것은 그러므로 전혀 의외가 아니다. Wideload Games는 이 게임의 중간 수준의 성공 이후 Xbox용 게임을 하나인가 두개인가 더 낸 뒤 디즈니에 인수되었다가 해체되었다.
번지 공동 창립자이자 Wideload Games의 헤드였던 Alexander Seropian은 이후 Industrial Toys라는 모바일 게임 전문 개발사를 다시 열었는데, 지금은 EA 외주로 배틀필드 모바일을 개발중이라는 모양이다. 2022년 출시 예정이다.
한편 16년이 지나 이 게임이 완연한 고전이 되었을 무렵, 이걸 다시 꺼내와 스팀에 출시한 것은 Aspyr라는 다른 회사로, 윈도우로든 맥으로든 타사 게임의 크로스플랫폼 포팅을 주 업으로 삼고 있는 개발사이다. 이 회사 홈피를 들어가봤더니 자사 제품으로 문명6을 소개하고 있길래 뭐지? 했는데, 딱히 디자인에 관여한건 아니고 맥에 포팅만 한 모양이다. 딱히 거짓말도 아니고 당당하지 못할 이유도 없긴 하다...
정복 승리하려면 민주주의 말고 파시즘을 찍어야 한다
나는 스팀 포팅판으로 이 게임을 처음 접했다. 처음 봤을때는 인디 코옵 어드벤쳐 뭐 그런건가 싶었다.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는 하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임은 또 아닌 듯하다. 나로서는 파섹에 사람이 모이기까지 잠깐의 시간 때우기, 번들 떨이로 라이브러리에 끼어들어온 이상한 게임들 중 하나에 불과한 타이틀이었으나, 나중에 다시 꺼내 클리어하게 되었을 만큼 첫인상이 흥미로웠던 것 또한 분명하다.
이 게임의 장점이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해, 게임의 그래픽이라고 대답하기에는 고민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지만, 표지 그림의 마이클 잭슨(을 닮은 좀비)가 우리 시선을 끌었음은 아주 명백하다.
What's the problem?
그래서 표지의 좀비 마잭에 대해 얘기한김에 조금 더 나아가자면, 이런 게임, 유머가 강점인 게임의 약점은, 게임의 실제 플레이가 되기도 한다. 유머로 가려지지 않는 소홀함이 느껴지고는 하는 것이다. 우리 농담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점프가 조금 불편한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눈치가 조금 보이고는 한다. (그리고 실제 괜찮을 때도 많다.)
물론 스토리랑 플레이는 약간 독립적인 요소라, 어느 하나가 미흡한 것이 다른 하나의 탓이라고 꼭 단정지을 수는 없으며, 둘 다 엉망인 것 보다는 어느 하나라도 무난하면 분명 좋기야 하겠지만, 각각을 아예 떨어뜨려놓고 얘기하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아무튼 스텁스 좀비가 과연 어떠했는가 하면, 유모아도 마음에 들고 게임 플레이도 이래저래 마음에 들긴 하는데, 굳이 따졌을 때 게임 플레이 부분이 별로였다. 내가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서 움직일 때의 얘기를 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Stubbs the Zombie in Rebel Without a Pulse는 표지의 좀비 마잭이 주인공인 게임이다. 펀치볼이라는 1959년의 미국 대도시의 길가 공원의 흙을 뚫고 일어나 주인공은 돌연 부활한다. 좀비로서. 화단 옆의 벤치에서 커플 moment를 연출하고 있던 금발백인 커플은, 당연스럽게도 사태 파악을 못하고 좀비 잭슨에게 시비를 건다. 쉔무 주인공을 닮은 백인커플 남친은 뇌를 파먹히고 그 자리에서 좀비가 되고 만다!!!
좀비 잭슨과 좀비 군단의 쾌진격, 펀치볼 시의 경찰서가 따이고 의 연구소가 따이고 발전소가 따이고 교외 레드넥 정착지의 영감까지 따인다. 머리가 약간 모자라지만 든든한 우리친구 전기톱맨까지 좀비 잭슨의 무자비한 마수를 떨쳐내진 못했다. 펀치볼 시는 절체절명의 좀비 위기를 맞닥뜨리고 마는 것이다.
나두 먹을래~
그런고로 이 게임은 눈 앞의 적들을 무찌르고 나아가는 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맵이 꽤 넓은 편이긴 하지만 진행 자체는 복도식 구성이며, 과제를 공략함에 있어서 몇 가지 선택지가 주어져, 약간의 창의성이 요구된다. 라고는 하지만 장점으로 특기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스테이지를 밀다보면 추가적인 몇 가지 공격 방법이 언락된다. 처음엔 그냥 때리고 뇌파먹는것밖에 없다. 방귀를 뀌어 주변의 적을 스턴시킬 수 있다. 머리를 떼어내고 굴려 폭탄으로 써먹을 수 있다.(정크랫) 내장을 3회까지 충전되는 점착 폭탄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데모맨) 손을 떼어내고 던져 독립적으로 움직이다가, 적에게 들러붙어 조종할 수 있다. (라따뚜이?)
대머리 과학자를 조종해서 철창을 열어주자
너댓가지 스킬을 돌려가면서 스테이지를 깨는건 그냥저냥 재미있었다. 어느 구획에서는 특별히 어떤 스킬이 더 유효하다던가 하는건 별로 없었다. 하나 있긴 했는데, 후반부 군인 파트에서, 중무장한 군인에게 어떻게 기생해서 바주카를 훔쳐 쏠 수 있으면 게임이 꽤 편해진다.
별로였던 것은 게임의 후반부로, 전반부에서 가능했던 좀비 군단을 왕창 만들어서 전진하는 플레이가 완전히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주요 적은 소총을 비롯한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인데, 내가 감염시킨 잡졸 좀비들은 물론이고, 잭슨 본체까지 원거리 화력으로 너무 쉽게 죽인다. 이쯤 가면 새로 열리는 스킬도 없고 딱히 본체 스펙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명확한 공략법도 없이 난이도만 너무 올랐다.
전반(前半)은 좀비 군단을 만들어 밀어붙이는 굴려라 왕자님인데, 후반은 스치면 사망의 코만도스가 된다. 후반은 별로 재미 없었다. 그래도 중간중간의 보스전이나 기믹 전투들은 꽤 재미있었다. 중간의 경찰서장 댄스배틀이 백미인데, 다른 모든 보스전들보다 이게 더 나았다. https://youtu.be/KBozEx57lLM
이건 영상으로 보는게 더 낫다
게임의 스토리 전반(全般)은 유머스럽다. 너드의 유머 감각으로 점철된 게임이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닌데, 솔직히 이 역시 딱히 배꼽빠지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시종일관 진지하지 않고 웃기려고 들었고, 주인공의 과거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핵발전소인지 연구소인지 냉각수 탱크에 오줌을 싸는 등, 아 뭐, 볼만하다.
전투도 사실 돌이켜보면 겜 전체 과정을 통틀어 하는게 거기서 거긴데, 이걸 두고 반복적이라고 하면 또 과언이 아닐까 싶어 그렇게 얘기하지는 않았다. 왜냐면 전체 플레이타임이 약 5시간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걸 자정 되기 전에 슬슬슬 시작했는데, 새벽 4시쯤에 대충 끝났다.
호버 조종도 나름 재밌다
사운드트랙에 고전 팝을 포함한 옛날 노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게임의 배경이 1959년이라 이 좋은 곡들이 잘 어울린다. 주인공이 스릴러 마잭을 닮게 생겨서 더 어울리기도 한다. 소재에 통일감이 있어서 좋다. 검색을 좀 해보니 마잭 관련해서 정식 라이센스같은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패러디인 모양이다. 딱히 걸고 넘어질만한 건수가 있는것도 아니긴 하다.
종합하자면, 대단히 큰 결점이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다른 게임에선 도저히 찾아볼 수 없을만한 놀라온 개성이 있는 게임도 아니다. 스토리가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스토리는 아니다. 그래픽 성과가 놀랍거나 시대적인 가치가 있는 게임도 아닌 것 같다. 큰 결점이 없는 것이 장점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해보면 좋을 게임이기는 하나, 없는 시간 쪼개서라도 해야할 만한 게임은 아니다. 그리고 재밌게 한 사람도 두 번 하기는 미묘하다.
'개인 리뷰 > 조각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무빙 아웃 (Moving Out) (0) | 2022.11.20 |
---|---|
[리뷰] 테일즈 오브 요르 (Tales of Yore) (1) | 2022.10.13 |
[리뷰] 스택랜즈 (Stacklands) (0) | 2022.08.02 |
[리뷰] 이켄펠 (ikenfell) (0) | 2022.07.12 |
[리뷰] 슈퍼 오토 펫츠 (Super Auto Pets) (0) | 2022.06.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