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현재에 화를 입는다
모바일 게임의 bm이라는 것은 해당 플랫폼에 적합한 형태로 정착, 다변화되어가고 있다. 요 몇년 새 두각을 보이는 방식이라 하면, 짧은 개발 주기를 무기로 소소한 퍼즐이나 액션 게임들을 계속해서 발매, 인앱 광고 수익이나 광고 제거 버튼의 수익을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어디 웹진 인터뷰에서 지나가며 봤던 대목이라 잘 알진 못한다. 그렇다고 한다.
이런 소소한 게임들을 내놓는 회사는 스스로를 브랜딩하여, 지속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등의 기회를 노린다고 한다. 어느 게임사건 안그러겠냐만은. 왠지 이런 경우는 소자본 소규모가 바탕이 되어서 그런지 가내수공업이라는 느낌이다. 핸드메이드, 인디 이런느낌.
스택랜드의 개발팀인 sokpop은 pc 인디 생태계에서 비슷한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sokpop은 매달 새로운 게임을 2.99불에서 9.99불 사이의 저렴한 가격으로 절찬 발매중이다. 한술 더 떠서 다음에 낼 게임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독 예약 판매까지 하고 있다. 일견 실험적인 이 모델이 어느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스택랜드는 sokpop의 애매한 게임들 중 과연 군계일학이다. 소재가 흥미롭다. 플레이가 짜임새있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지만 그만큼 깊이는 얕았다. 개발사의 다른 모든 게임들보다 판매량이 높다. 다른 모든 게임들의 판매량을 합쳐도 그보다 높을 것 같다. 이례적으로 확장팩 수준의 무료 업데이트까지 있았다. 개발 자원이 엄청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재미있다.
스택랜드는 간단한 게임이다. 일견 깊이있고 전략적인 카드 게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는 쿠키 클리커에 가깝다. 자산을 불려나가는 게임이다. 자산, 여기서는 카드, 그러니까 카드를 불려나가는 게임이다. 혹은 이런 카드의 형식을 차용한 시티 빌딩 게임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카드 쌓는 게임
불려야 하는 카드의 종류는 몇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주민" 카드는 일하는 카드다. 인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자원, 장소 카드에 올려놓는 것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대개 자원 총량이 늘어난다. 이러한 "작업"에는 시간이 든다.
"자원" 카드와 "장소" 카드, 자원은 말 그대로 자원이며, 주민의 "작업"을 통해 종종 2차, 3차 가공이 가능하다. 장소 카드는 자원의 보관처, 혹은 주민의 작업장이 된다. 자원 카드를 모아 장소(작업장) 카드를 만들고, 다시 장소 카드에서 "작업"을 시켜 자원 카드를 산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가축과 적 카드들, 이것들은 "몹"이라는 공통의 카테고리로 묶인다. 축산물을 얻거나 주민과 싸움을 붙여 죽일 수 있다. 주민과 붙여놓으면 하스스톤 전장처럼 지들끼리 알아서 싸운다. 재미없다.
바닐라 하수인들끼리 싸우는 느낌
마지막으로 골드, 이것은 돈이다. 자원과 장소 카테고리의 카드들은 모두 판매처에 올려주는 것으로 정가에 판매할 수 있다. 모인 골드를 지불해 팩을 살 수 있다. 카드 팩은 종류에 따라 무작위 일회성 장소, 자원, 가축 등이 수록되어 있다. 카드 팩을 사서 "작업" 할수록 콜로니의 골드 가치 총량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카드 팩의 구입은 미소지 카드를 입수하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초반에 중요하다. 필요한 카드를 모두 입수했을 경우, 이제 팩 구입은 시간낭비다.
주민의 "작업"을 포함해, 자원의 2차 가공, 주민의 추가, 농작물 재배, 가축의 축산물 배출 등, 자산의 증가를 불러일으키는 모든 동작은 저마다 다른 시간값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필요한 만큼의 식량, 여타 자원을 생산하는 것이 스택랜드의 알짜라고 할 수 있다. 보이는 인상으로는 원본 오프라인 보드 게임이 있을 것만 같지만, 오프라인에서 재현하기에는 어려운 형식의 게임이다.
타이머가 정신사납게 돌아간다
게임의 캠페인이 제시하는 목표는 최종 보스를 죽이는 것이다. 신규 자원의 획득이나, 새로운 장소의 건설에 대한 퀘스트를 차례대로 따라가다보면, 보스를 소환할 수 있다. 일반 몹이랑 공략법은 똑같다. 주민을 되는대로 긁어모아서 붙여놓으면 끝이다. 재미없다.
최종보스를 재미없게 해놨다. 최종 보스를 보기까지 계속해왔던 것은 자원 생산의 최적화이며, 몹과 주민을 싸움붙이는 것은 어쩌다가 발생하는 사고에 지나지 않았다. 전투에 전략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에 와서 보스전이라니, 지금까지의 플레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보스전의 구성을 다른 식으로 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이를테면 오버쿡드 시리즈의 최종보스전같이. 요리하는 게임인 오버쿡드 시리즈에도 거대 최종보스는 등장하지만, 공략한답시고 칼을 들고 전투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지금까지 해왔던 요리들을 종합적으로, 여러가지, 긴박한 상황에서 만들라는 과제를 제시하여, 이제까지의 플레이를 연결시키면서도 성취감 있게 만들었다.
스택랜드에서라면, 이 자원을 다음달까지 몇개, 어떤 자원을 몇개, 요구하는 식의 과제를 제시하는 등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 아쉽다. 하스스톤식 전투는 이 뒤에 하더라도 괜찮다. 지금의 최종보스전은 그냥 게을러보인다.
툭툭 치는걸 보고있기만 하면 끝
물리감이 있는 카드를 만지작만지작하면서 불려나가는 과정은 재미있다. 카드가 쌓이다가 안쌓이다가 하는데, 콜로니의 운영 규모가 비대해질수록 중구난방이라 관리가 힘들다. 작업이 끝난 카드가 불어나며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우리에서 풀려난 가축은 기껏 제자리에 정리해둔 카드 더미를 다 망쳐놓는다. 적대 몹이라도 쳐들어오면 룻이며 뭐며 지랄 난리가 난다. 구경하는 건 재미있지만, 시뮬레이션으로서는 전혀 불필요한 피로감이 심하다.
정신없다!!!
후반부 짜임새가 부족하다. 상술한 관리 문제도 그렇고, 갈수록 쌓여가는 골드에 대한 대책이 없다. 무난한 운영이 지속될경우, GDP의 상승에 따라 골드는 늘어만 가는데, 막상 이 골드를 적절히 처분할 구석이 없다. 필요한 레시피는 모두 구했고, 필요한 원자재는 무한 채집소에서 채집할 수 있으며, 팩을 사서 비좁은 공간에 카드를 늘어놔봐야 정리만 불편하다. 사실 이쯤 되면 최종보스를 잡을 시점이지만, 최종보스에까지 이르는 테크를 처음부터 모두 알고 스피드런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꼭 번거롭고 거북해지는 타이밍이 올 수밖에 없다. 골드로 팩밖에 못사니 이 사달이 난다.
기타 카드 관리에 대한 편의 기능이라도 충실했으면 나았을 텐데. 일괄 판매라던가. 지금은 판매하려는 카드 뭉터기를 하나씩 직접 판매처까지 끌어당겨 넣어야 하는데, 클릭 한번으로 팔 수 있었으면 편하지 않을까. 내가 키를 모르는 건가? 이런 조작이나 관리와 연관된 불편은 게임의 특징이나 재미요소일 수도 있다. 만약 이게 항아리게임마냥 조작 장애의 극복에 방점이 찍혀있는 게임이라면. 그거랑 비슷한 취지에서 카드 헝클어지는거 정리시키려고 작정한 게임이라면 그렇다. 그치만 그지랄로 재미를 보기에는 한 판당 시간이 너무 길고(초행이 4-5시간쯤 걸리는듯) 콜로니 운영이 메인이 되는 게임이라, 불필요하며 빨리 지친다.
가챠가 재미가 없다..
팩을 까서 뜨는 카드들 중엔 가끔 은박(포일)이 뜬다. 효과는 그 카드의 판매가가 5배가 되는 것이다. 그게 끝이다. 포일같은것까지 오면 완전 곁다리라, 게임의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뭐 별게 없어도 이해는 가지만... 관련해서 재미요소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다.
이외 언급할만한 점은 RNG가 적다는 것 정도가 있다. 반복 플레이에 대한 내구가 없다. 게임이 꽤 흥한 뒤, 큰 업데이트까지 했음에도 이 부분에 대한 조처는 따로 없었다.
재미있는 컨셉을 잘 살린 짧은 게임이다. 짧다는 것 자체는 좋을것도 나쁠것도 없지만. 더 잘 만들 수 있었지 않나 싶어 아쉽다. 그랬으면 자연스레 기대 플레이타임 자체도 늘어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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