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 2019. 1. 15. 2:06
글의 어투가 평서체에서 경어체로 바뀌었다. 이 글 이후로도 몇 편인가는 경어체 그대로인데, 죄다 바꾸기도 뭣하니 ( 거기까지 가면 리마스터가 아니라 리메이크다.) 어색한 부분만 만지기로 가닥을 잡았다. |
도타 만난 강기
바간치는 쉬운 게임이 아닙니다. 사실 만듬새가 소루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석탱이까지 와서 이걸 읽는 사람은 꽤 적겠지만, 그중 바간치를 해 본 사람은 더 적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플레이 해보신 분들은 느끼실 수 있을텐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너무 까다로운 것들을 요구합니다.
바간치가 요구하는 덕목은 다른 고난이도 지향의 게임에서도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들입니다. 조금이라도 거리 조절을 못하면 칼침을 맞거나, 성급히 공격했다가 이탈할 타이밍을 못 맞추거나. 적어두고 보니 다크소울같습니다. 그런 게임에서는 이러한 게임의 규칙에 익숙해지는 것을 패턴에 익숙해진다고도 부릅니다. 저는 신중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바간치의 경우에서는 작고 작은 무수한 패턴들이 합쳐져 패턴을 만든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바간치의 모든 몬스터들은 고유의 공격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숙달하지 못했다면 슬라임같은 잡몹에게도 필요 이상으로 체력을 내주고 맙니다.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디자인입니다. 따라서 조악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감각이 있는 플레이어들은 패턴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몬스터랑은 적절히 거리를 두는 방향으로 우선 플레이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걸 잘 못하는 편이라 필요 이상으로 자주 죽고는 했습니다. 제게 기본적으로 부족한 순발력과는 또 다른 분야의 문제겠습니다.
깰 수 없는 게임은 아니다. 깰 수 없다면 게임이 아니다.
바간치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무수히 많고 거칠은 패턴들이 매 플레이마다 겹치지 않는 방법으로 끊임없이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잡몹 하나하나의 치명적이기 때문에 성립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몬스터들은 장식물이 아닙니다. 초반부 잡몹인 고블린의 정확한 점프 공격을 한 대 맞으면 7~9의 데미지로, 평균 10%의 체력이 날아가는데, 바간치에는 체력 리젠이 없습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20을 채워줍니다. 이런 고블린이 하나씩만 등장하는 것도 아니기에, 매 인카운트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스크린샷은 4인 파티가 보스에게 모두 쓸려죽는 상황이다.
이런 각각의 인카운트마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필요한만큼 활용하여 체력 손실을 최소화하는것이 전반적인 게임의 진행입니다. 이렇게 바간치가 플레이어에게 내미는 퍼즐같은 요구를 최선의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바간치의 첫 번째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투감각입니다. 바간치의 대부분의 행동들에는 선딜레이와 후딜레이가 있습니다. 이는 물론 공격에도 해당하는 것이며, 적의 공격도 포함입니다. 아까 적어두었던 패턴을 떠올리게 합니다. 무기마다 공격 딜레이, 후딜, 히트박스가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를 들어보면서, 매 판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타격감이 좋습니다. 전투 패턴이 다양하고 경험은 즐겁다는 것은 좋은 특징입니다.
세 번째는 육성 루트가 다양하는 것입니다. 각각 특징적인 스킬 트리를 가진 5개 클래스가 있으며, 각 클래스는 스킬 트리와 시작 스탯, 아이템이 다르다는 것 외에는 차이점이 없습니다. 꼴리는대로 키울 수 있다는 소리입니다. 아이템이 드롭되는 걸 보면 또 아주 환장합니다. 필요한 스탯이나 옵션이 붙거나, 그러지 않은 아이템들이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인벤토리에 빼곡히 쌓이게 됩니다. 이 아이템 파밍은 POE, 디아블로, rotmg와도 비슷한 감각입니다. 자주 할 수는 없지만 아이템을 강화하거나 속성을 부여할 수도 있어, 캐릭터 육성이 즐겁습니다.
한마디로, '득템은 대박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싱글 플레이와 달리 온라인 플레이 시 최대 4인까지 파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머릿수에 비례하여 약화됩니다. 캐릭터가 약하기 때문에 다른 유저들과 힘을 합쳐 잡몹을 하나씩 잡아내는 모습은 정말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몰랐던 사람들과 스테이지 중간 중간에 모닥불에 앉아 체력을 회복하면서, 아이템을 분배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까? 이런 세세한 장면들이 기억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입니다. 멀티플레이어 풀이 죽어 버렸으니까요. 동접 70따리로 멀티방 대여섯개가 돌아가던 시절이 이상했던 거겠죠. 정말 낭만적인 게임이었습니다. 아! 노스탤지아!
이 게임의 온라인 멀티플레이어가 굉장히 활발했던 시기가 있었다.
바간치는 오래된 게임입니다. 그린라이트로 스팀에 올라갔으며, 그 당시가 14년 말이었습니다. 이후 4년간의 얼리엑세스를 진행했고, `18년 1월 정식으로 출시합니다. 플레이어에게 정확한 무언가를 요구하기는 하지만, 무시해버려도 상관 없습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못 해보셨다면 조금 안타까울 일입니다. 흔한 경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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