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 2019. 1. 13. 3:43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유독 다른 사람들은 별로라고 하는데 나만 좋아하는, 선호하는, 열광하는 게임들이 있다. 나만의 작은 든엔이라던가, 그런 힙스터적인 독점욕도 아니다. 사람들이 든엔을 보고 갸우뚱, 이게 무슨 게임이지? 이게 재미있다고? 하는 걸 보고 츄라이 츄라이 함 무봐라, 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다. 나는.
내 그런 마음가짐과 실천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사람들은 결국 안한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 중에는 그래픽이 별로라는 것도 있다. 그래픽이 별로라고? 아니, 그렇지 않다.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는 현대 픽셀아트의 지향점 중 하나를 세상에 일깨워준 선구자적 아트의 게임이다. 밀레니엄 이래 "도트-감성" 이라는, 내게는 불만족스러운, 도트 그래픽이라는 장르를 감성에 기대는 허접으로 전락시키는 듯한 워딩을 깨부숴줄 선각자, 첨병이라 이 말이다. 아트만 훌륭한가? 그렇지 않다. 유니크한 게임플레이로 똘똘 뭉치고 게이브 소유의 유명 회사 밸-브사의 초인기 게임 팀 포트리스 2와의 콜라보레이션 (일방적이긴 하지만) 까지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게이브도 인정한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는 앞서 출시된 엔드리스 레전드의 외전격 게임이다. 던전 오브 더 엔드리스- 엔드리스 레전드- 엔드리스 스페이스로 연결되는 엔드리스 사가의 프롤로그라도 할 수 있다. 나중에 또 언젠가 다룰 4X 게임 엔드리스 레전드 (아직도 리뷰를 못썼다.-20) 팩션 조상들에 대해 다루기까지 한다. 엔드리스 사가는 매력적이다. 게임을 꾸미는 세련된 디자인과 아트도 자신의 몫을 다 하고 있다.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가 자신의 취향에 선뜻 들어맞지 않더라도, 앰플리튜드의 엔드리스 시리즈에 관심이 있다면, 되려 본편 레전드나 스페이스1,2에 비해 입문하기도 좋다. 시스템이 굉장히 직관적인 동시에 쉽고, 게임에서 사용되는 몇몇 개념은 본편들과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름의 팬덤이 있는 시리즈다. 앰플리튜드가 최근 세가에 인수되면서, 안정적인 시리즈 장기화를 기대해 볼만 하다. 설핏 들은 것 같은데, 차기작은 레전드 2 라는 것 같다. 아님말구 (신작은 4X장르의 타이틀 Humankind로 밝혀졌다.-20)
'아우리가' 라는 행성을 조사하고 개척하기 위해, 인류는 이 행성에 감옥선을 하나 보낸다. 노동 교화치곤 굉장히 빡세 보인다. 인트로 영상같은 것을 보면 수백명 규모의 대형 함선이 행성에 접근하는데, 이 배는 아우리가 행성의 고대 선주민들이 설치해둔 무인 경비 시스템의 요격을 받아 박살나고, 탈출선에 올라탄 일부 생존자들은 아우리가 표면 깊숙이 추락하게 된다.
이들이 추락한 곳은 먼 옛날에 쇠락한 고대 문명, 무한 종족의 지하 연구시설 같은 곳이었는데, 세월의 풍파로 이 시설은 마치 지하감옥,던전과도 같은 치명적이고 다채로운 혼돈이 되어 있었다. 이 생존자들이 던전을 기어올라 지상까지 도달하려 한다는 배경 서사 되시겠다.
게임의 장르는 얼핏 정의하기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로그라이크+타워 디펜스의 핵심 개념을 가져와 잘 버무렸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생텀이나 문라이터, 최근(당시 기준.--20)에 리뷰한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와도 비슷한 조립 방법이다. 두 장르가 섞여 있다.
이런 스까 장르의 게임들은 항상 태생적인 한계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된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마다 적마도사의 성능이 왔다리갔다리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섞여 들어간 두 장르가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각각 얼마만큼의 깊이를 확보할 수 있을까?
최근에 발매된( 최근이라기엔 좀 뭣하긴 하다. 6개월 정도 됐나? 시간감각이 애매하다.(이것도 당시 기준.-20)) 문라이터는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는 것에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문라이터의 두 조립 부품인 상점 경영과 아이작라이크는 각각의 분량을 확보하려다 그 강박에 매몰되었다. 각각의 재미와 깊이감도 잘 살리지 못했고, 교집합도 덜렁덜렁 위태로워 보인다. 두 장르의 일부분씩을 가져와 섞는다는 것은, 고정 관념과 디자인 균형, 유저 피로도조절이 걸림돌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던전 오브 디 엔드리스( 이하 든엔 )은 여러 요소 간 받침점을 잡는 데 성공한 게임이다. 로그라이크의 문법에 타워 디펜스를 살짝 끼워넣었고, 각자 넘어가는 연결이 마치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대충 이런 분위기
무작위 조합으로 생성된 던전의 문을 하나씩 열면서 다음 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찾아야 한다. 이때 열린 방은 전원이 나가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곳은 일일히 전원을 켜고 필요한 모듈을 설치해줘야 한다. 불이 안 들어온 방에서는 다음 방을 열 때마다 확률적으로 몹이 스폰된다.
전원이 들어온 방에 설치할 수 있는 모듈은 메이저 모듈과 마이너 모듈로 나뉘는데, 메이저 모듈은 층 전체에 효과를 발휘하는 등 영향이 큰 반면, 마이너 모듈은 설치된 방에 한정되어 효과를 가진다. 메이저 모듈로는 주로 자원 생산, 마이너 모듈로는 방어를 하게 된다. 각 방마다 0~1개, 0~8개의 메이저, 마이너 모듈 소켓이 배정된다. 이 갯수는 플레이어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어 타워를 하나도 만들지 못한다던가 하는 불운한 상황도 나온다.
게임은 여타 엔드리스 시리즈와 같이 FIDS(식량,산업,더스트,과학)를 자원으로 활용한다. 각각 자원에 대응하는 메이저 모듈로 자원을 생산할 수 있다. 모든 모듈은 설치하는데 I(산업)이 필요하다. 모듈을 업그레이드하면 그 효율이 개선되는데, 이 업그레이드는 S(과학)으로 한다. F(식량)은 영웅의 레벨을 올리고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D(더스트)를 사용해서 방의 전원을 켤 수 있는데, 더스트는 층을 올라갈 때마다 초기화되며, 메이저 모듈로 수급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방을 열거나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소량 획득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를 굳이 길게 써 두는 것은 지양하려고 하는데, 게임이 조금 장르 아키타입에서 벗어난 편이라 설명하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타워 디펜스와 로그라이크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방마다의 모듈 상황, 상인의 판매 품목, 방을 열 때의 이벤트 기타등등, 방을 열 때마다 진행되는 '턴'에는 무작위적인 부분이 많다. 반면 이 때 몰려오는 몬스터들에 대해서는 예측이 가능하다, 무작위성이 덜하다. 어느정도 정돈된 모습이다. 혹자가 말하길 무작위성을 통제하는 것이 로그라이크 게임의 재미라 하였다. 든엔은 이에 대해 나름의 답을 준비해둔 것 같다. 필요한 부분은 랜덤으로, 필요한 부분은 고정으로.
이는 양날의 검으로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게임은 굉장히 재미있다. 사실 지금은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이 해서 그럴 것이다. 게임의 공략법이 적당히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 이 게임엔 정석적인 공략법이 있다. 그런데 이 공략법의 형태가 의외로 단순하다. 여타 로그라이크들과 달리 특수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 점은 다회차 플레이 시 흥미 저하 요소로서 작용한다. 두 장르 요소간의 결합을 위해 설치한 다리가 너무 단단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별 거 아닌 흔들다리가 지역 명물이 되듯, 나도 그런 불안정함을 원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이 안정감은 적어도 100시간 가량의 재미를 담보한다. 이정도면 성공적인 균형잡기처럼 보인다.
대충대충해서 깰 수 있는 난이도의 게임은 아니다.
아트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야겠다. 게임의 그래픽은 기본적으로 픽셀 아트에 컷씬이나 메인 화면같은, 적절한 부분에서는 HD 원화를 사용한다. 어느 쪽도 퀄리티가 괜찮다. 사람에 따라 이 픽셀 그래픽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긴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냥 좋다. 기존 엔드리스 팀의 아티스트가 동원되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앰플리튜드 게임의 장점 중 하나는 그 아트라고 생각한다.
판매량이 굉장히 높은 게임은 아니었던 만큼, 사람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만한 요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눈엔 안보인다. 그러니까 좀 사
'개인 리뷰 > 조각 리뷰 -구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크로마 스쿼드 (Chroma Squad) (0) | 2020.02.13 |
---|---|
[리뷰] 바간치 (Vagante) (0) | 2020.02.13 |
[리뷰] 엔터 더 건전 (Enter the Gungeon) (0) | 2020.02.13 |
[리뷰] 7 Days to die (0) | 2020.02.13 |
[리뷰] 레인 월드 (Rain World) (0) | 2020.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