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2. 19:09

최초작성: 2018. 12. 11. 0:12

 

비가 오는군.

 

 BSB도 그렇고 18년 12월 이후 리뷰부터는 별다른 수정 없이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이건 또 난감하다. 뇌내 필터링 없이 쓴 글이 벌써 나와버렸다. 어투 단일화는 여기서 좌초되는 것일까. 아래쪽의 나는~ 좋습니다 부분도 일부러 부자연스럽게 쓴 것이다. 이래저래 고치는 것도 새삼 귀찮으니 과거의 나를 존중하기로 했다.-20

 

 달껄룩을 아십니까? 모르신다구요? 어쩌라구요. 나는 달껄룩이 좋습니다. 어쩌면 민달껄룩이 맞는 호칭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레인-월드에서 달껄룩이 되어 볼 수 있습니다. 털갤인가 중갤인가에서 한 차례 붐이 왔던가 말던가 했던 것 같은 게임입니다. 게임 내용물이 컬트적인 데다가 캐릭터도 나름 귀엽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방랑하는 우리들은 언젠가 레인-월드의 gif를 보았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 게임을 산 결정적인 계기는 그래픽에 있습니다. 안티앨리가 잘 되지 않아 뻑뻑한 도트가 설핏 내다보이는 이 야한 그래픽이 저를 유혹했다는 점은 그리 놀랄 만한 사실도 아닙니다.

 

 레인-월드는 서바이벌-게임을 자칭하고 있습니다. 좀비 서바이벌이나 외계인 서바이벌 같은 호러 근처의 영역이 아니라, 진짜 생존 게임입니다. 그것도 아주 야생적인. 그렇다지만 게임은 퍼마-데쓰가 아닙니다. 물론 이 게임의 그지같은 난이도와 플레이 제한을 고려해본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아마 제작진이 게임의 서사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생태계 구성에만 혈안인 쌩 미친놈들이었다면 퍼마-데쓰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심이 생길 만큼 이 게임은 생태계를 잘 구성해 두었습니다.

 

편-안

 

 우리 주인공은 달껄룩입니다. 피부색을 고르면 난이도와 옵션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 달껄룩이라는 종은 이 세계에서 하위 포식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먹을 수 있는 동식물들은 많지 않은데 플레이어를 먹으려 드는 동식물은 줄을 세워도 될 만큼 지천에 널려있습니다. 이런 끔찍한 환경에서 살아남아 게임에서 간접적으로 설명하는 세계관과 그 생태계, 아트를 구경하고 즐기고, 설명충의 안내를 따라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스트-아뽀칼립스인지 뭔지 비현실적으로 생기고 생태가 비현실적인 생물들이 발발발 돌아다니는 세상입니다. 게임의 제목은 레인-월드인데, 그에 걸맞게 게임 플레이 중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비가 옵니다. 그런데 이 비는 맞으면 죽습니다. 황천극독이라도 내리는 겁니까? 아니오. 그냥 비가 조따게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이런 환경에 맞춰 진화한 생물들은 저마다 생각하는 것, 포식하는 생물, 포식당하는 생물이 다 다릅니다. 자기보다 위험한 생물이 보이면 달아나는 것은 물론이오, 같은 종들끼리도 영역 경쟁을 하며, 무리 사냥도 하고 무리에서 따돌림당하는 생물도 있고, 집착심도 있습니다. 각자 AI가 다 다르기 때문에 불확실한 면면들도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알아서 사려야 합니다. 

 

비 오네 하고 잠깐 쳐다보고 있었더니 지면을 아주 내리치면서 쏟아진다. 변깃물 내려오는 것 같다.

 

 그래픽은 2.5d고 사이드스크롤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환경광이 변화하는 것이 참 볼만합니다. 수면의 반사광도 참 이게 볼거리인데, 뽀골뽀골하는게 옜날 아크릴 개미집 같은 걸 보는 기분입니다. 주변 프롭의 fx도 대부분 반응이 있거나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관상용 게임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2d 생태계를 꽤 아름답게 구현해냈다는 점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에 뭔가 스토리가 있는 것 같긴 합니다. 나무위키에도 뭐 /스포일러/ 같은 파트가 있었고, 제가 봤던 컷씬들도 있으니 뭐가 있기야 할 겁니다. 근데 단서가 너무 적습니다. 튜토리얼 때 조작법을 설명해 주던 훈수충이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 깜냥대로 내킬 때만 나와서 다음 지역을 알려주고 그러는데 이거 쫓아가다가 한 두번 길 잃어버린게 아닙니다. 그래서 뭐 나무위키 보니까 제가 길을 잘못 들었다 이겁니다. 아니 시바 어쩐지 길이 험하다 하긴 했습니다만 분명 훈수충이 가라는 대로 갔는대???

 

 위 사례에서 비추어 보아 비 선형적인 진행이 가능한 게임이라는 점이 판명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분명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건 장점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죠. 레인 월드는 고유의 생태계를 가진 여러 개의 지역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지역은 여러 개의 지역과 연결되어 있으며, 다양한 지역을 거쳐 스토리를 진행하게 됩니다. 플레이어가 지나치게 위험한 지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함인지 통행하는데 자격 요건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나를 지켜주지는 못했습니다. 덕분에 나는 조명 아이템도 없이 색채명 000의 방을 몇개 지도 보고 외워서 통과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어떳카라고~

 

 음향 효과나 배경 음악 좋습니다. 아트 좋아하는 당신, 이 게임을 해볼 만 합니다. 사람들은 이 게임이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부족한 완성도에서 기인하느냐? 결코 아닙니다. 서사 드럽고 설명도 설명은 개뿔이 싶기는 하지만 여튼 그건 의도된 것입니다. 저는 싸겠습니다. 언젠가 제가 액박패드의 달인, 플랫포머의 달인이 되는 그 날 저는 레인-월드의 달껄룩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그때를 위해 엔딩을 보지 않고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