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1. 21:30

최초작성: 2017. 6. 26, 2:05

 

마을의 큰 길은 성이 있는 산에 가까이 다가가는 듯 하다가, 마치 일부러 그런 듯 구부러져 버렸다.

 

 스팀은 18년이 다 되어가는 ESD이다.(17년 당시엔 15년) 플랫폼은 날로 비대해져가고 있으며, 폭발적인 가속도가 붙었던 기점을 나는 11-12년 마인크래프트의 대흥행으로 촉발된 인디-붐이라고 짚고 있다. 시류에 따라 스팀엔 그린라이트가 출범했고, 이날 엔딩을 본 해머워치는 초기 그린라이트의 유저 추천을 받아 출시된 게임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스팀에 출품하면 어느정도 팔린다는 인식이 있었다. 스팀 다이렉트로 전환된 이후 저질 게임이 범람하면서 그런 의식은 어느정도 희석된 감이 있다.

 

 해머워치는 Crackshell이 개발한 탑뷰 던전 RPG다. 코옵성이 강해, 온라인과 로컬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 깊이가 얕은 핵앤 슬래시 스타일 전투 시스템의 비중이 높다. 멀티 플레이 한번 해보겠다고 샀던 것 같은데, 구매하고나서 바로는 못 했고, 리뷰 쓸 당시인 17년에 겨우 돌려볼 수 있었다. 기본 시나리오인 해머워치 외에도 확장팩 썬-템플에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당시 의욕이 한계에 달했던 이유로 그건 패스했다.

 

 인디 게임은 대개 픽셀 그래픽이다. 개중 만족스러운 퀄리티를 보여주는 게임은 많지 않은데, 해머워치 정도면 출시 시기를 고려해 볼 때 나쁘지 않다. 안정적인 타일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군데군데 쉐이더도 잘 들어가 있다. 캐릭터 역시 8방향이고 모션이 작아 무리없는 모습이다.

 

난이도가 좀 있는 편이지만 기대에 비해 만족스럽다.

 

무수한 악수 요청

 

 플레이어는 대여섯가지 뻔한 클래스들 중 하나씩 골라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다. 클래스별로 특화된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중복픽을 박던 몇명이 눕건 상관 없이 딜만 나오면 그만이다. 맵을 진행하면서 필드에 떨어진 동전을 주워 스킬을 언락하고 스펙을 업그레이드한다. 트리가 나뉜다기보단 동전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자 나름대로 최적화하기 마련이다.

 

 시나리오 맵의 전체 층은 약 12층이고, 4개 테마로 분절되어 있다. 각 테마 끝엔 보스가 있어서 그 구별이 확실한 편이다. 테마마다 타일셋이 꽤 다르다. 정석적이다. 각 테마는 3층짜리 입체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다. 막힌 문을 열려면 다음 층에서 열쇠를 가져와야 한다던지 하는 일이 많다. 한 번 길을 잃거나 헷갈리기 시작하면 꽤 피곤해지긴 하지만, 전반적인 레벨 디자인은 플레이어 동선을 고려하고 있음이 눈에 띈다.

 

 맵에 퍼즐이 많다. 폭탄 피하기마냥 타이밍 맞추는 가시 함정같은 것들도 있고, 버튼 토글로 틱택토 전부 켜기같은, 흔히 등장하는 퍼즐이 대부분이다. 다양하거나 독창적인 퍼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은 아지만 맵 전체에 탄력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전투만 반복되는 것을 적절히 방지해 주고 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하고 싶다.

 

 전투 자체가 재미있는 편은 아니다. 기본은 해 주고 있지만, 앞서 적었듯 깊이가 없다. 적들이 질보다는 양으로 좀비처럼 달려들기 때문에, 터트리는 재미는 있는 편이다. 콤보 시스템이 이를 보조한다. 그렇지만 결국 계속 반복하다보면 점점 길어지는 후반부 잡몹 전투가 지루하다. 필드 전투와는 별개로 보스 전투는 세션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체력 단위마다 페이즈가 나뉘고, 각 페이즈마다 공격 패턴도 조금씩 달리지며(어려워지며), 지형 뒤에 숨어야 하는 패턴도 종종 있었다. 트오세 인던 보스들보다는 사정이 훨씬 나았다.

 

 사운드는 평균적으로 괜찮았는데, 오디오가 비는 타이밍이 종종 있다. 긿을 잃고 헤메는 타이밍과 겹쳐버리면 이 때는 조금 난감하다. 굉장히 지루한 파트가 된다. 게임의 가장 큰 구멍을 찾자면 이 부분일 것이다.

 

나름 멀티플레이 수요가 있다.

 

 싱글 플레이도 지원하지만 이건 멀티 플레이를 노리고 만든 게임이다. 난 퍽 만족스러웠다. 멀티 플레이어 세이브 로드도 안정적이고, 튕기는 일도 없었다. 기반이 탄탄하다. 조금 신경 쓰였던 것은 게임이 오버되면  종전의 로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메인 화면으로 방출된다는 것이다. 일일히 로비 새로 파고 들어가고 준비하는 것은 꽤 귀찮았다. 멀티 플레이는 사실 게임에 구멍이 조금 있더라도 다른 참가자가 메워주는 경향이 있는데, 해머워치는 그것이 좀 드러나는 게임이다. 혼자 돌렸으면 반복적인 전투가 굉장히 지루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게임이 다시 켜지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