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1. 07:13

최초작성: 2017. 06. 03. 3:52

 

마녀는 언제나 똥나무 사이에 있다.

 

 고백하건대, 티스토리 블로그에 업로드할 리뷰 리마스터 1편인만큼, 정말 기름기는 쫙 빼고 칼로리는 잡은 세련된 줄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제보니 리뷰의 형식을 갖추고 블로그에 올렸던 첫 글이 이따위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아닌 2017년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를 다룬 글이었다. 굉장히 난감하다. 애초에 계속 서비스중인 온라인 게임을 리뷰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인데, 과거의 한 시점에서 다룬 글을 개정한다고? 정말로 무리한 주문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진입해보자면..-20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2014년 최초 공개되어 2015년 12월 말 정식 출시한 넥슨의 mmorpg다. 개발은 imc게임즈인데, 사명보다는 김학규 사단으로 유명하다. 출시 당시부터 해서 2016년까지는 게임에 넘쳐나는 버그로 유명했다. 캐릭터를 잡고 돌린다던지, 마을에서 뜬금없이 거대화하거나 날아다니거나 서로 납치하거나.. 유저가 할 수 있는 별의별 행동들을 보면 의도적인 건지 버그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는데, 대부분은 버그인 것으로 판명났다. 2017년까지만 하더래도 루리웹 PC 유저정보 게시판에 자주 트리 오브 세이비어 관련 소식이 올라왔었는데, 이젠 그나마 남아있던 유저도 다 빠졌는지 요 몇달새 이름 본 적도 없다.

 

축지법

 

 

2014년 당시 넥슨은 당시 한창 뜨거웠던 부분유료화 관련 논란에서 벗어나고 싶었는지 위와 같은 티저 영상까지 제작해가며 신작에 열을 올렸다. 당시 공개되었던 게임들의 면면을 살짝 훑어보자. <아르피엘>, <마비노기 듀얼>, <클로저스>, <하이퍼 유니버스>, <야생의 땅 듀랑고>, <서든어택2>, <메이플스토리2>, <공각기동대 온라인> 이외 多. 리뷰 최초 작성 당시인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 출시되지 않았거나 그럭저럭 순조로웠던 타이틀들인데, 막상 2020년에 다시 보니 이 게임들은 온데간데 없고 메이플 던파 피파만 덩그러니 살아있다. 서든어택도 오버워치 나오고 하면서 아예 밀려버린 모양이다.

 

 여하튼 2017년 당시의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어땠을까. 그때 당시까지도 게임은 버그를 제대로 못 잡고 프레임은 출렁였다. 스스로 제시하는 권장사양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몇 시간 돌리다보면 튕겼던 것이 부지기수였다. 당시의 트오세에 대해 언급할 것이 버그만 있는 것은 아니다. MMORPG라는 장르만의 특징적인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길드, 레이드, 오픈 월드, 인스턴스 던전, 플레이어 경제 따위가 그것이다. 

 

 2017년 트오세는 엔드 컨텐츠가 불명확한 게임이었다. 당초 IMC나 넥슨은 게임에 대해 전투와 레벨링, 레이드에만 얽메이지 않은 자유로은 게임 세상을 구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말이 되었다. 인형놀이 같은 소리다. 일종의 "생활형" 컨텐츠라고 불리는 농사, 낚시, 하우징같은 개인적인 재미요소는 당시 리뷰를 쓸 당시에도 구현되어 있지 않았거나 접근성이 굉장히 제한된 형태로 제공되고 있었다.

 

 파티 단위의 인스턴스 던전의 경우 던전이라는 이름이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맵들은 대개 직선거리이며 유념해야 할 퍼즐같은 것은 없이 제한 시간만 덩그러니 있었고, 보스전도 공략이 필요없는(정확하게는 공략이 의미가 없는) 던전이 여럿이었다. 공략이 의미가 없으니 플레이어간 역할 배분도 허사였고, 상호 협력의 필요성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 시기 만렙이 320이였고, 나름 후반부 던전이라 부를 수 있는 200레벨 던전은 못 가봤지만, 50,80,110레벨 인던까지 체험해 본 결과 인스턴스 사냥터 또는 파티 퀘스트 맵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한 명칭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요소였다. 유저의 흥미를 끄는 것은 중요하다. 유저 경험 디자이너라고 해서 UX디자이너까지 따로 두는 것을 생각해 보면 초반 던전은 구리지만 후반 던전은 재미있으니 괜찮아용~ 하는 변명은 의미가 없다.

 

 월드맵의 동선은 명확했다. 고렙 유저한테만 열리는 유리 천장 같은 것은 없어서 원한다면 꽤 아름다운 트오세의 배경 아트를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 마을의 오른쪽 출구엔 10레벨 몬스터가 돌아다니지만, 왼쪽 출구엔 80레벨 몬스터가 돌아다녀 메인 퀘스트는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은 게임에서 허락하는 플레이가 아니었다. 필드 맵도 직선적인 디자인이 자주 등장해 상당히 아쉬웠다.

 

길 잘못 들면 사망한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가장 튼실한 구성요소는 캐릭터 육성이었다. 트리당 14가지 정도의 직업군을 섞어 6차,7차 전직까지 자기 맘대로 섞어서 할 수 있었는데, 다들 우려했던 대로 실효성 있는 트리보단 쓰레기같은 트리가 많았다. 신기하게도 천편일률화된 트리로 인한 문제점은 별로 없었는데, 애시당초 PVP 밸런스가 망해서 다른 플레이어랑 겨루는 것이 별로 없었던 까닭이다. 물론 좋은 일은 아니었다. 환부가 마비되어 고통을 못 느끼는 꼴이다.

 

PVP 30분째 검색중...

 

 MMORPG의 레벨업은 느리다. 필연적이다. 필연적으로 오랜 반복 플레이가 필요하다. 많은 MMO가 즐거운 노가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 눈물이 날 지경이다. 트오세의 경우는 몹을 잡으면 드롭되는 쁘띠쁘띠씰과 일일 퀘스트, 업적 점수 정도를 갖추고 있었다. 이 노가다가 의미가 있으려면 육성 이후의 컨텐츠가 있어야 한다. 와우는 만렙부터 시작한다지 않은가? 당시 트오세는 만렙 찍으면 졸업이었다. 디아블로 하드코어인줄 알았다. 17년엔 알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 어느 개발자의 말을 빌리자면, ' 노가다는 플레이어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위험도가 낮은 활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헌데 만렙을 찍어도 제대로 된 엔드 컨텐츠가 없으니, 플레이 동력이 떨어진다.

 

지금 봐도 아트 스타일은 참 괜찮은 게임이다. 아트는 어떻게 살려보려고 했는지 비슷한 모바일 게임이 셋이나 나왔다. 하나는 트리오브 세이비어 모바일(드롭됨), 스피릿 위시(imc 부사장), 중국산 짭퉁 게임. 원본 글에서는 이렇게 글맺음했다. "그러나 이미 서비스 시작일로부터 1년 반 정도나 지난 지금 시점에서의 상태를 보면, 얼마나 회생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