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2. 07:25

최초 작성: 2018. 12. 10. 3:12

 

요리 경연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는 19년 11월 종영했다.

 

 시사평론가, 작가, 좀 오래된 사례로서는 운동선수들. 다양한 직업군의 몇몇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몇년 전 지상파 방송의 트렌드였다. 요리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요즘까지도 몇몇 요리 프로그램은 나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게임은 제목에서부터 셰프가 등장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배틀도 하는 모양이다. 뒤뜰에서 뛰어노는 몬스터나 식물을 채집해다가 즉석 요리한다. 짧은 제한시간 안에 요리를 마쳐 각 심사위원 앞에 접시를 가져다 놓으면 지들 맘대로 점수를 준다. 완전 예능이다.

 

 나올 때부터 언젠가 한번 해봐야지 하다가 기어코 험블 먼슬리 동봉으로 받아서 돌려봤다. 루리웹에서 이 게임의 리뷰를 봤던 것 같아서 나도 써봐야지 싶었다. 사실 어제(18년 12월 경) 검색해보니 루리웹이 아니라 인벤이더라. 딱히 리뷰를 쓰려고 했던 게임은 아니므로 스샷도 안찍었다. 굳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굳이 이 문장을 읽고있는 여러분께서는 딱하게도 마냥 조잡한 줄글을 읽으셔야 한다는 소리다. (리마스터 진행중이지만 역시 조잡함은 감출 수 없었다.-20)

 

 한번 쓰고 마는 그림이 많다. (공을 들였다는 뜻이다.)

 

 이 게임은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발비를 확보했다. 1000만 달라를 받았다고 얼핏 본 것 같다. 아님 말고. 사람들이 뭘 보고 후원했을까. 당연히 아트를 보고 했을 것이다. 나도 아트에 끌려서 '한 번 해 봐야지' 했으니. 그런 만큼 게임의 그래픽은 상당히 질이 좋다. 캐릭터 행동마다 애니메이션이 다 있다. 작은 스프라이트도 아닌데. 아마 전부 그리는데 고생 깨나 했을 것이다. 어색한 부분도 없으니 놀라울 지경이다.

 

 게임은 크게 세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겠다. 마을&스토리, 수렵, 요리(매치쓰리). 각각 따로 논다는 느낌은 없는 편이다.

 

 게임은 셰프로서 입신양명하기 위해 시골에서 상경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그러다 발생하는 음1모! 국지적인 위기! 따위가 갈등 구조의 주가 된다. 사실 초반엔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천년대 초반 여주인공 판타지물을 보는 느낌이라서. 중반부터는 적당히 몰입할 수 있었다. 혹자는 아마 그림체에서 일뽕 라노벨, 애니메이션틱한 스토리를 떠올렸을 법 한데, 씹덕물과는 거리가 있다.(빤쓰가 안 나온다.) 서사가 대단히 탄탄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특별히 오글거리는 장면은 없었다. 짜증나는 부분은 하나 있었는데 큰 흠은 아닐 것이다...(뭐가 짜증났는지 기억이 안난다!!-20)

 

 상경한 마을은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고, 하루마다(게임 시간으로) 미니게임 세 가지를 할 수 있으며, 수렵과 요리에 사용하는 아이템을 파는 상점이 자리했다. 상점에서 쓰는 돈은 미니게임을 해서 벌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매일(게임 시간으로) 갱신된다. 미니게임들은 후술할 요리와 수렵 파트의 작은 변주인데,(이를테면 퍼즐 듀얼)짧고 간단하며, 보이스가 들어간 잡담 이벤트도 매번 들어가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하지 않아도 상관 없지만, 메인 스토리 상 한 번쯤은 해보게 될 것이다.

 

 게임의 메인 컨텐츠는 요리 대결이며, 우리의 주인공과 상대방은 제한 시간동안 심사 위원들의 취향에 맞춰 요리해야 한다. 요리 자체는 매치쓰리 퍼즐이다. 세 종류 원소를 4*4 공간에서 돌려 3매치 시키면 원소가 1단계 진급하고, 진급한 원소가 많을수록 점수를 많이 쳐준다. 조리대엔 4개 공간이 있으며, 3가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데, 상점이나 이벤트를 통해 얻은 도구들은 각각 퍼즐 기믹이 달라 나름 다양한 조합을 시도해볼 수 있다. 퍼즐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제한 시간이 체감되는 편이라 베오베를 만들어보겠다고 붙들고 있다가는 서빙을 못해서 점수가 깎이기도 한다. 처음에 대결의 주제 재료를 제시하는데, 이게 못 들어가면 점수가 또 깎인다.

 

 요리에 넣는 재료들은 1~3레벨의 1~4개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물론 대부분은 직접 수렵해서 조달해야 한다. 요리 대결 중 뒷뜰로 나가 몬스터를 사냥한다. 물론 이 과정 또한 제한 시간에 포함된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원소와 원소의 상태, 도구가 하나씩 추가되는데, 난이도가 천천히 올라가니 퍼즐 파트는 그다지 지루하지 않았다. (돈주고 하는 매치쓰리는 사실 처음이라, 익숙한 사람은 지루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무난한 퍼즐

 

 전투시의 조작은 격투 게임과 비슷하다. 방향별 틸트와 특수 능력이 있는 정도인데, 앞서 말했듯 풀-애니메이션인 만큼 보는 맛이 있다. 스킬의 세팅을 이래저래 바꿔 줄 수도 있지만, 깊이감이 있다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하지만 굳이? 요리의 퍼즐 파트가 메인이라는 느낌이라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종종 새로운 적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스토리가 진행되면서도 전투 난도가 올라가지는 않았다.

 

 아트가 대단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많은 일회성 삽화들의 질도 좋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도 잘 만들어졌다. 한번 보고 마는 엑스트라들도 모두 디자인되어 있으며, 나름의 매력이 있다. 좀 중요하다 싶은 대사는 풀더빙이다. 다만 나는 쇼타 캐릭터 하나가 대마 뻑뻑 피우는 20대 힙스터의 목소리를 내었던 것을 기억한다. 영혼이 시림을 느낀다.(지금이라면 안 쓸 표현이지만 일단 냅둔다.-20)

 

 음향 효과와 음악은 모두 잘 어울렸다. 수렵 파트는 꽤 좋은 타격음에 빚을 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엔딩 크레딧에서 한 번 보컬곡이 나온다. 생각나면 찾아봐야겠다.

 

 앞서 말했듯이 초반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엔딩을 보는데 8시간 정도 걸린다. 길다기엔 조금 짧은 분량이다. 배틀 셰프 브리게이드는 그래픽, 등장 인물, 분위기에서 출시 전 홍보 영상과 적잖은 차이가 보이는데, 이게 분량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추측한다. 스토리 모드 밖에서는 일일 미션이나 퍼즐, 로컬 멀티플레이 모드가 있는데, 나는 열심히 해보진 않았다. 아무튼 매치쓰리는 내 취향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