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4. 06:31

최초작성: 2019. 2. 10. 1:07

 

필피쉬요? 그는 제가 아는 최고의 물고기였어요.

"It sucks"

 

  페즈는 퍼즐 게임입니다. 플랫포머 요소가 절반, 퍼즐이 절반. 그래서 플랫포머쪽이 빈약하기는 하지만 옹호의 여지가 있습니다. 페즈는 어찌됐던 하나의 게임 아니겠습니까? 단점이나 결점이라기보단 조금 아쉬운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페즈는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시작할 때는 평범한 2D 플랫포머로 시작하는데, 이내 원근이 없는 3D 맵을 돌려 다른 방향에서 2D 플랫포머를 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시야 트릭으로, 한 방향에서 보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고 또 다른 방향에선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식의 퍼즐입니다. 중학교 수학 시간이나 군 신체검사 때 공간지각능력 테스트를 생각해보면 편합니다.

 

현실은 관점일 뿐, 시점은 주관적인 거야

 

 우리의 주인공 고메즈는 게임의 도입부에서 거대한 큐브를 만나게 되는데, 이 큐브가 64개 조각으로 깨져 세계 곳곳으로 날아갑니다. 이 사혼의구슬 조각을 회수하는게 목표입니다. 32개만 회수해도 됩니다. 64개 모두 회수하면 진엔딩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그걸 다 모으고 있느니 어둠의 씨앗을 하겠습니다.

 

 이 큐브 조각을 찾으러 마을 바깥으로 나가는 우리 고메즈를 따라 퍼즐과 숨겨진 요소가 가득한 어드벤쳐를 즐기는 것이 이 게임의 메인 컨텐츠입니다.

 페즈는 꽤 명확하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착시 플랫포머와 힌트 거의 없는 퍼즐인데, 둘이 섞이는 지점은 별로 없습니다.

앞서 적어두었다시피 플랫포머는 별다른 깊이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이도가 평이한 수준입니다. 점점 어려워지지는 않습니다. 본격적인 플랫포머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암호와 퍼즐의 비중을 위해 다소 희생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착시 플랫포머 디자인이 좀 어려워 보이기도 합니다. 요령이 좀 필요한 디자인 같아 보입니다. 그래도 기믹이 다양하게 등장하기 때문에, 그리고 플레이 타임에 비해 분량이 부족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퍼즐의 부분은 굉장히 난해합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고유의 고대문자(영어 알파벳이랑 1:1 대응)까지 해석해 가면서, 종이에 적거나 인터넷 공략을 찾아보면서 해야 알 수 있을만한 퍼즐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고대문자까지 해석해가면서 풀어야 하는 퍼즐이 있는 반면, 암호랑은 관련 없는 수수께끼 같은 퍼즐도 비율이 반은 넘는 것 같습니다.

 플랫포머와 퍼즐의 비중을 비교해 봤을 때, 초회차거나, 가볍게 즐길 경우 특이한 아이디어가 구현된 플랫포머로서의 페즈의 비중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파고들수록 드러나는 수수께끼와 퍼즐이 점점 많아지고, 깊이감이 결여된 플랫포머에 비해 퍼즐은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개발자들이 힙한 양반들이라, 맥거핀같은 요소들을 꽤 많이 넣어두었는데, 어떤 것들은 출시된지 3~4년이 지나서야 의미가 드러나는 등, 이런 쪽으로 로망을 가지고 만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쪽은 제 취향이 아닙니다. 게임하면서 굳이 머리아프게 칭칭 싸매고 있고 싶지는 않네요.

 

굳이?

 

 하지만 보통은 몰라도 상관없는 내용입니다. 페즈가 텍스트로 적힌 디테일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워킹 시뮬레이터와 비슷한 게임인데다가, 이런 퍼즐들은 넘겨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퍼즐이 복잡하다고 평가를 깎아먹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깰 수 있으면 좋고 못깨면 마는 정도?

 페즈의 플랫포머적인 요소와, 퍼즐을 각각 부품이라고 하고, 맵에 하나하나 박아넣는다고 봤을 때, 이 두 가지 요소는 모든 맵에 비교적 고루고루 박힌 편입니다. 사실 그렇게 고루 배치해놓긴 했지만 지나가면서 다 깰 수는 없습니다. 다른 곳을 들렀다 와야 할 수도 있고, 플레이어 머리 터지라고 퍼즐인지 뭔지 알기도 어려운 걸 깔아뒀을 수도 있고. 그래도 배치가 고르다는 점은 좋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그래픽은 굳이 짚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간단한 픽셀 그래픽입니다. 딱히 대단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게임이랑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그래픽 입니다. 엄마가 지나가면서 구경하곤 유치한 그래픽이라고 단평한 바 있습니다. 확실히 조금 유치한 것 같기는 합니다. 어린이 두뇌발달용 기능성 게임? 같은?

 게임은 고유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래픽도 잘 어울려 돌아갑니다. 컴퓨터가 재부팅되는 재미있는 연출이라던지,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이라던지. 음악은 대부분 프로그레시브입니다. 대략 몽환적인 느낌.

힙한 연출

 

 어렸을 때는 ost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코어 메탈 듣는 사람 보고 왜 저런 걸 듣는거지? 생각하는 동시에 내 귀로는 스크릴렉스를 듣는 시절이었습니다. 베스쳔 ost와 함께 오디오 채우는 용으로 맨날 틀어뒀었는데, 1년쯤 듣다가 질려서 그만뒀습니다.

 

 이외 페즈에 대한 이야깃거리를 더 찾아보자면, 뉴게임+ 보상인 선글라스 정도가 있겠습니다. 100%확실한 건 아니지만, 선그라스 밈의 발원이 이 게임입니다.

 

COOLEST SUNGLASS EVER

 

 게임을 1인칭 시점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특전인데, 이 상태에선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1인칭 시점을 이용해서 1회차에서는 볼 수 없는 구석탱이나 천장을 보고 풀 수 있는 퍼즐-수수께끼 같은 것들이 더 있다는 것 같은데, 제 취향은 아닙니다. 2회차 언락같은건 솔직히 좀 치사하지 않습니까? 차라리 나중에 재탕을 하고 말지.

 

좌표축 하나 손해 봤어~

 

 아무튼, 할 만한 게임입니다. 리스크 오브 레인 리뷰에서 제가 그 게임은 출시 시기를 타는, 완성도가 부족한 게임은 아니지만 대체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게임인 것 같다고 했었는데, 페즈는 아닙니다. 페즈의 아이디어를 차용한(이 게임 역시 다른 게임에서 아이디어가져왔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게임들도 살살 나왔었는데, 페즈는 여전히 게임의 개성이 확실합니다.

 

 필피쉬가 날려버린 fez2, 후속작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사실 형 이기는 아우 없다고, 나름 완성형이었던 페즈1보다 못한 게임이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