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6. 28. 04:53

가장 재밌는 죽은? 돌죽

자동화(공장) 시뮬레이션 게임은 적은 편이다. 시뮬레이션의 하위 장르인데, 최근에 와서야 타이틀이 조금 불어났고, 여기엔 팩토리오 덕이 없잖아 있다. 공장 시뮬은 샌드박스 기반의 게임들과도 많은 시스템을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고, 지루한 게임은 나쁜 게임이다. 생산 활동이나 가공 활동의 자동화는 게임 디자인에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곧잘 들어가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샌드박스에서는 게임 경험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고, 공장 시뮬에서는 디자인의 밑바탕이 된다.

 물론 많은 공장 시뮬레이션 게임은 샌드박스이기도 하다. 어차피 정의 자체가 불명확한 장르들이기 때문에, 떼어놓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놈 놈 갤럭시의 경우도 이 범주에 든다.

 놈 놈 갤럭시는 일본 소재의 Q-Games에서 개발한 횡스크롤 샌드박스/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픽셀정크 시리즈의 마지막 정규 타이틀이다. "픽셀정크"는 PS3 시절의 소자본 게임 시리즈인데, 개발사는 시리즈를 단순함,친근함,독특함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고 있다. PixelJunk Racers와 PixelJunk Monsters 를 포함한 몇몇 게임은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이 놈 놈 갤럭시는 조금 이질적이다. 출시 시기가 시리즈의 전작과 3년이나 차이가 난다. 게임의 출시 년도가 15년인데, 당시엔 이미 PS4로 세대가 교체된 시기였다. 또한 13년에 발표된 트레일러를 보면 (https://youtu.be/8Lm1qxZQafQ) 지금 출시된 놈 놈 갤럭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마 개발이 한 번 뒤집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14년 스팀 얼리엑세스 트레일러 감독판(https://youtu.be/I9AsQOPw9Lk?t=313)에서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말을 빌려 출시 지연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하는데, 이게 정말 자기들 게임에 대한 셀프디스인지는 모르겠다. 믿거나 말거나. 별로 의미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늦둥이

 아무튼 놈 놈 갤럭시는 2D 사이드스크롤-샌드박스-공장 시뮬레이션이다. 플레이어는 악덕 범우주 기업의 사원이 되어 로보-사쵸 밑에서 일한다. 여러 행성의 별 볼일 없는 땅에 내던져져 수프 배송 공장을 만드는게 플레이어의 일이다. 대부분의 자원은 현지 조달해야하며, 다른 수프 회사와 경쟁해 시장 독점적인 위치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다. 모든 행성민들의 입맛을 우리 수프에 굴종시킨 뒤 다른 행성으로 떠나 같은 노동을 반복하면 되는 게임이다.

맛나요

 공장을 세울 행성은 몇십개가 있는데, 전부 다 미리 맵이 만들어져 있다. 랜덤 생성이 아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직접 탐험해볼 수 있도록 적당히 꾸며져 있다. 미리 만들어져있는 생산 시설이 있는가 하면, 맵 구석탱이에 돈이 숨겨져있기도 하다. 덕분에 맵이 좀 넓다. 이것 자체는 장점일수도 있고 단점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 자체가 느긋하게 진행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엄연히 실시간으로 경쟁하고 있는 적대 기업이 하나 있기 때문에, 맵을 유랑할 짬이 나지 않는다. 맵이 직접 디자인된것 치고는 못 쓰는 공간이 너무 많다. 느긋하게 맵을 파악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전체 맵을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렇게 돈이나 자원이 숨겨져있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다. 이렇게 돈을 툭 던져 줘 버리면 이걸 모으기까지의 초반 전략이 의미가 없어지기도 하고 차라리 대놓고 주면 되는걸 어디 꽁꽁 숨겨놓으면 이게 수프를 만들라는건지 금광을 찾아 다니라는건지 의도를 모르겠다. 게임 진행에 큰 연관이 없는 이스터에그같은걸 숨겨놓는것도 아니고.

그냥 귀찮기만 하다

 스테이지 형식을 채용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 애초 공장 시뮬로서는 시스템의 깊이가 얕기 때문에, 한 맵을 몇 시간씩 돌리기엔 무리가 있다.

 놈 놈 갤럭시의 자동화는 돈 주고 로봇 일꾼을 사서 필요한 위치에 배치하는 형식인데, 얘네들이 좀 무능하다. 씨앗 심는 로봇은 인식을 잘 못한다. 그래서 천장에 심어야 하는 덩쿨 식물이나 해초 앞에서는 얼탄다. 인식을 아예 안하는 것도 아니라서 땅에 떨어진 자원 앞에서 방방 뛰기만 한다. 보고있으면 갑갑하다.

적당히 만들어놓으면 이쁘긴 하다

 몬스터를 잡아서 죽에 넣을수도 있는데, 얘네들은 양식이 아예 불가능하다. 리젠이 안되는 몹도 돌아다닌다. 맨날 만드는 버섯죽 꿀광죽에서 벗어나고 싶으면 결국 플레이어가 공정의 일부로서 빨빨빨 돌아다녀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마냥 돌아다닐 수도 없다. 타사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죽을 계속 뽑아내야 한다. 약 5분이 지날때마다 하루가 지나 퇴근하고 맵에서 나와 오늘의 매출 그래프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인보이스 보는건 그럭저럭 재미있지만 문제는 이렇게 하루가 지나면 전날 맵에 떨어져있던 재료나 자원은 그대로 사라지는 것이다. 수확로봇이 갓 작물을 수확한 타이밍에 하루가 끝나버리면 템은 그대로 날아간다. 이건 솔직히 디자인 에러에 가깝다.

화면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어떻게어떻게 완전 자동화에 성공해서 얼마간 지속될만한 공정을 만들어내면, 이젠 외계인에 시달려야 한다. 경쟁사에서 용병을 고용해 물리적인 공격을 시도한다.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플레이어가 근처에서 신경써주지 않으면 금새 시설이 박살난다. 타워를 이용한 공장 방어 자체는 퍽 재미있는데, 솔직히 탐험을 권장하고 있는 맵 디자인이랑은 전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요소간에 도움은 못 줄 망정 서로 해가 되고 있다.

 섞은 수프 재료에 따라 수프의 값이 변한다. 새로운 조합을 시도할때마다 레시피북이 한 칸씩 채워진다. 얻은 레시피 수에 따라 캠페인 맵이 몇개씩 열린다. 나중에 열리는 맵일수록 기존에 없던 재료가 맵에 더 잘 보이는 느낌이다.

도감을 채워보아요

 맵마다 흔한 재료가 다르고, 재료마다 수확방식이 다르긴 하지만 플레이타임이 쌓여도 하는 행동이 별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재배 자동화는 결국 되는 작물만 되고, 맵 디자인도 그렇고 게임이 전반적으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코옵은 나름 할만했다. 하도 예전에 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래픽이 조금 독특했다. 디테일은 그냥저냥에 텍스쳐가 빡빡한 아트를 쓰고, 화면 끝은 살짝 아래로 들어가 있다. 가짜 입체감도 귀엽게 살짝 들어가 있는데, 단순한 게임성과 맞물려 잘 어울렸다. 소소하게 재미있긴 하지만 몇시간이면 질린다. 오래 붙잡을 게임은 아니다.

이거보면 림월드 셔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