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7. 3. 03:39

아케이드 게임의 스코어가 왜 100점부터 시작하는지 알아?

 아이작 이후 액션 로그라이크는 많았고 레전드 오브 던전 역시 그중 하나다. 개성있는 게임도 많고 몰개성한 게임도 많다. 레전드 오브 던전은 굳이 따지자면 나름의 개성이 있는 게임인데, 외형의 영역에서만 이것이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

 레전드 오브 던전은 RobotLovesKitty(부부사이의 2인 개발팀)의 액션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시점은 탑뷰고 이동/조작방식은 벨트스크롤이다. 2013년 출시에 15년까지 업데이트됐었다. 그 이후로는 VR 지원 관련해서 조금 손 닿은 게 끝이다.

 진행은 단순하다. 타번에서 시작해 칼 한자루랑 사과 몇알 들고 던전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조트의 오브 비슷한걸 찾아 나오면 그만이다. 매 층은 부품 조립식으로 랜덤 생성되는 방들이 무작위하게 연결된 형태로 구성된다. 각 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하나 뿐이고, 얼마간 방문하지 않은 공간에서는 몹이 리스폰된다. 당연하게도 아래층으로 갈수록 강력한 몹들이 등장하고 장비도 좋은 것들이 드롭된다. 굳이 쓰자면 장비는 리스폰되지 않는다.

 용암에 빠져죽든 몹에게 죽든 탈출을 하든 게임이 끝나면 지금까지 주운 골드가 스코어로 반영된다. 애초 던전에 상인이 없기 때문에, 골드는 그냥 스코어다. 귀찮게도 일일히 몹을 죽인 다음 직접 주워야 할 뿐이다. 로그라이크보다는 스코어링이 이 게임의 본질에 가까울 수도 있다.

어려운 편도 아니다

 그렇게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다. 맵이 랜덤 구성이기는 한데 부품이 얼마 없는 것인지,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 비주얼 자체가 재미없다. 맵 곳곳에 설치된 레버나 비밀 버튼같은 것들도 있기는 한데, 이것들을 작동시켰을 때 드러나는 것들 또한 변변치 못하다. 골드나 좀 주면 다행이고, 보통은 텅 빈 공간을 열어주곤 한다. 장비를 보기는 정말 드문데, 이게 쓸만한 경우는 더 드물다. 탐색에 대한 구미가 전혀 당기지 않는다.

 아이템이 다양하지 못한 것 또한 있다. 장비 종류가 게임 값에 비례하려는 듯 간촐하다. 칼몇개 단검몇개 둔기몇개... 근접 무기의 모션이 전부 똑같다. 저층에서 드롭되는 화려한 무기의 경우 적중시 투사체가 몇줄기 나가는 수준의 연출 뿐이다. 그래서 전투가 지루하다. 원거리 무기 역시 여기 일조한다. 여러 기능의 마법책이나 아이빔같은게 있는데, 액션 로그라이크치곤 조작이지나치게 단순하다.

 기능성 아이템의 경우 재미있는게 조금 있다. 컬러 스프레이는 썩 괜찮았다. 이걸 벽에 뿌려서 이미 탐색한 방을 표시한다던가 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장치된 함정을 강제로 발동시키는 리모컨도 있었다.

이걸로 뭐 그림을 그리기는 어렵지만

 보다시피 맵의 대부분은 블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중 종종 고정되지 않아 플레이어가 몸을 비벼 이동시킬 수 있는 블록이 있다. 재미있는 요소이긴 한데 달리 쓰이는 구석이 없으니 아쉽다. 이걸 이용한 퍼즐이나 함정이 있으면 좋았을 뻔 했다.

 게임이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적다. 포션이 미식별인것까진 좋은데, 한번 마셔보고 나서도 그대로 미식별이다. 손에 든 아이템 전환도 불편하다. 인벤토리가 모든 아이템을 일렬로 늘어놓고 한칸씩 움직여 선택하는 방식으로 되어있는데, 이 두 사항 모두 게임 디자인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는 불편함이다.

 파고들만한 요소도 클래스 언락밖엔 없고, 클래스가 달라진다고 플레이가 그닥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로그라이크로서 부실한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