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9. 12. 04:53

-8 귀족위에 걸맞지 못한 복장 착용
-5 작위에 부족한 침실
-3 부족한 알현실

로얄티는 2월경 출시됐고 5월에 개선 업데이트가 있었다. 내가 산 것도 5월 말쯤이다. 원래는 절대 안사고 림월드도 다시는 안 키려고 했다. 명작은 향유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평생 림월드만 하고 살 것도 아니고. 그래서 살 생각이 없었는데, 남이 하는걸 보고 덜컥 사 버렸다. 일평생 충동구매라고는 공인인증서 4400원밖에 없었던 내겐 퍽 의미있는 사건이다. 그래서 또 실컷 했다. 몇 시간이나 했을까? 100시간? 200시간? 그렇게 길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컨텐츠는 다 찍어먹어봤으니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가장 최근 정착지 전경

 로얄티는 아주 모범적인 확장팩이다. 게임의 근간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추가된 컨텐츠들이 여럿 들어있다. 몇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자면, '귀족','초능력','메카노이드' 정도가 된다. 몰락 제국이라는 팩션이 추가되면서, 여기 종속된 귀족 시스템, 연계된 초능력이 새로 게임에 들어왔다. 초능력은 제국 팩션과 붙어먹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게임 양상을 약간 틀어놓은 메카노이드 클러스터. 클러스터는 고난이도 이벤트인데,DLC에서 추가되는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있어야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각 추가되는 컨텐츠마다 서로 연결점이 있으니 설계가 잘 됐대도 과장이 아니다.

우선 게임엔 몰락 제국이라는 팩션이 추가된다. 복수 항성계를 영향권 아래 두고 있는 강력한 우주 문명이다. 황제를 시작으로 하는 세습 귀족들이 지배 구조를 이루고 있다. 림월드는 초광속 이동이 불가능한 세계를 배경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항성계를 지배하는 것에 있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항성 군주들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들은 외부 세력의 공격으로 수뇌부가 망가진 채 뿔뿔이 흩어져 대부분의 영향력은 소실했으나, 플레이어가 자리잡은 림월드의 토착 피난민들에 비하면야 월등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 DLC에서는 이들의 비위를 맞춰 제국의 은총을 받아 귀족이 되어 초능력을 사용하고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잘 풀리면 제국의 우주선을 타고 은하계로 떠날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강력한 제국과 적대하는 위험한 길을 걸을수도 있다. 선택은 자기 맘대로.

귀족님의 연설 ㅠ.ㅠ

 바닐라에서 플레이어가 접근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은 이렇게 높아졌다. 하지만 극히 자연스럽게도 이렇게 높아진 기술로 대처해야 하는 새로운 인카운터가 생겼다. 그것은 메카노이드 클러스터의 착륙이다.

화장실 빈 똥칸이 그렇게 많은데 왜 굳이 내 옆칸에 와서 싸는가?

 메카노이드 자체는 림월드의 고전적인 적 유형이다. 물장갑이지만 빠르고 초장거리 저격을 하는 랜서, 빠르게 접근해 근접 공격을 하는 사이더, 나우시카에도 등장하는 센티피드로 셋에 이번에 추가된 허접한 파이크맨까지 넷이다.

기존의 게임에서 이들은 다른 인간형 적들과 비슷한 다양한 방법으로 플레이어의 정착지를 괴롭혔다. 외부에서부터 천천히 밀고 들어오던가, 기지 한복판에 드롭하던가 했는데, 유일하게 기지 바깥에서 박격포를 쏘면서 니가와를 시전하지는 않았다. DLC에서는 기지 바깥에서 박격포를 쏘면서 니가와를 한다.

메카노이드 클러스터는 몇 가지 요소와 유형들로 나눠서 살표보면 간단하다. 우선 기지 외벽을 막는 벽이 깔린다. 플레이어의 외부 공격으로부터 안쪽의 구조물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지만, 내부의 포탑이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것도 막아준다. 장애물인 동시에 공략의 열쇠가 되는 셈이다.

벽 안쪽엔 DLC에서 추가된 몇 가지 메카노이드 팩션 고유 포탑이 등장한다. 플레이어가 만들고 사용하는 것들과는 궤가 다르다.

그리고 메카노이드 관련 건물이 여럿 드롭된다. 메카노이드를 지 알아서 뽑아내는 공장, 외부인 접근시 알람이 울리는 경보장치, 작동시 추가 메카노이드가 드롭되는 비콘, 무한탄창으로 발사되는 자동 박격포, 플레이어의 박격포를 막는 방폭 쉴드랑 방탄 쉴드. 누가 오라고 한 적도 없는데 끼리끼리 손잡고 잘도 온다.

당장 플레이어 정착민을 죽여버리지는 않지만 방치하면 장기적인 불이익을 제공하는 건물들도 있다. 주변 지역의 기온을 10도씩 낮춰버린다던가, 기상 상태를 강제하거나 태양광을 가려 식물의 성장을 저해한다.

그리고 휴면 상태의 메카노이드가 여럿 드롭된다. 맞으면 깬다.

모든 클러스터는 휴면 상태로 드롭된다. 짧게는 9일에서 12일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깨어나는가 하면, 플레이어가 접근하거나 적대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영원히 휴면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럴 때에도 기후 조절기는 작동하고 자동 박격포는 퐁퐁 계속 쏘기 때문에, 불편한 동거가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다.

이 새로운 적대적 인카운터는 다른 공격들과는 공략법이 상당히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외부 전초기지를 공격하는 방식으로 공략을 하거나, 기지에 쌓아둔 자원을 총 동원하여 부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외부 원정 없이 집에만 짱박혀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지금까지의 방법으로는 공략할 수 없는 장애물을 던져준 것이다.

레 그래왔듯 의외의 방법으로 손 안대고 코 푸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인카운터 자체의 난이도 설정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이런 색다른 방식의 인카운터가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는 다른 사람들도 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대충 알고 있다. DLC 에서 추가된 초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장치이기도 하다. 초능력 자체가 범위 지정형 액션이 많기 때문에, 당장 죽이려고 뛰어오는 적보다는 가만히 서서 니가와나 하고 있는 적을 대상으로 삼는게 더 쉽다.

제국 퀘스트를 열심히 수행하여 정착지의 거주민이 귀족 작위를 얻으면, 제국 팩션은 다른 호출 권한을 제공하는 동시에 사이킥 레벨을 올려준다. 정신력의 증폭은 6단계까지 이르며, 레벨이 오를때마다 자동적으로 그 수준에 맞는 하나의 초능력이 해금된다. 1레벨에서는 지정 대상의 짧은 스턴, 6레벨에는 대형 쉴드 따위가 있다. 이 개별의 능력은 사용자의 사이킥 레벨이나 정신 감응력에 따라 그 효율성이 개선되지는 않지만, 레벨이 높아지면 마나통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자주 쓸 수는 있다.

혼모노노 에스파

 모든 DLC 컨텐츠는 게임에 접붙여져 있다. 게임의 큰 줄기에 은글슬쩍 추가된 것이다. DLC 이전까지의 컨텐츠가 훼손되지 않고, 게임 진행도상의 일정 시점 이후 구른 돌처럼 들어와 서로 잘 어울려 작동하고 있다. WOW 확장팩이랑은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문명 시리즈의 확장팩이랑 비슷하다.

물론 림월드 모드 커뮤니티의 많은 모더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동인 창작물들은 원 개발자의 개발 방향성과는 작든 크든, 그게 좋던 나쁘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누군가 갑자기 게이가 된다거나 레즈가 된다거나..

그런 의미에서 로얄티는 일관성 있는 게임 경험을 원하는 림월드 팬들에게는 모드를 대신할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타이난의 일관성 있는 플레이어 괴롭히기야 림월드에 관심이 있다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관심이 없었다면 DLC 리뷰를 굳이 보고 있지는 않겠지.) DLC와 기존 업데이트 기록을 비교해 보면 사실 눈에 띄는 형태로 드러나 있다.

​ 그것은 DLC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탈출 수단의 추가이다. 항성군주를 집들이에 초대하고 포로 랜덤 디펜스를 좀 시켜주면 집에 가는 우주선에 같이 태워준다. 이전과는 조금 다른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엔딩을 보는 것이다. 과거 림월드에 상단과 맵 이동이 생겼을 때에도 이와 비슷하게 친절한 인공지능의 우주선 초대가 등장했다. 타이난이 일관성 있는 개발을 하고 있다고 기대해도 좋은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