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은 왕의 탈을 쓴 거지요!
"무료화” “인디"게임이다. 부분유료도 아니다. 그 이상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냥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물 그래픽이 재미있었다. 게임 화면의 세로 1/5 정도를 꾸준히 물이 차지한다. 별 이벤트가 없이 정적이라 무슨 극장의 레터박스같다. 강변은 예로부터 인간 사회의 요람이었다. 천천히 흐르는 강을 따라 확장되는 픽셀 왕국을 보면서 묘한 토목적인 만족감이라도 느껴진건지.
도시 건설이라기엔 뭣하지만
인디 개발자 몇명이선가 팀을 이뤄 만든 게임이다. 2015년에 나왔고 미니멀 전략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나름의 게임적 성과가 있었는지 확장판 느낌의 Kingdom: New Lands가 2016년 출시되었고, 2017년 DLC가 나왔다. 18년에는 그 후속작인 Kingdom: Two Crowns가 나왔는데, 솔직히 하는건 다 똑같아 보인다. 무슨 사골처럼 삶아먹고 있는데, 사주는 사람들이 꽤 있긴 한 모양이다.
내 캐릭터는 왕이고 다른 모든 캐릭터들이 이를 존중한다. 사이드 스크롤로 된 세계에서 말을 타고 다닌다. 백성들은 내 캐릭터를 보면 동전을 던진다. 꼴을 보면 적선이라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금화니까 넘어가기로 했다. 토끼를 잡으면 고기가 아니라 금화가 나온다. 사슴은 두개가 나온다. 농작물을 수확하면 너댓개가 나온다. 이렇게 걷은 세금으로 왕국을 번영시키는 것이 1차 목표다.
노숙자 구제책의 제1번은 매일 씻기고 면도시키는 것이다. 마음가짐은 몸가짐에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 내 캐릭터는 숲에 텐트치고 가죽을 덮어놓고 사는 호화로운 천민들에게 금화를 한 장씩 던져줄 수 있다. 그러면 그들은 금새 옷을 깔끔하게 입고 내 성 근처에서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닌다. 집은 없는 것 같다. 숲에서 자유인처럼 텐트치고 살던 시절보다 딱히 나아진것 같지도 않지만 나야 노동력이 필요하니 노동자 생활환경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다.
그냥 캠핑족같다
내 사비를 털어 여러가지 도구를 구입할 수 있다. 망치, 활, 쟁이, 검방같은걸 사다가 길가에 놔두면 무직백수들이 알아서 들고 일을 시작한다. 어떻게 망치 하나 가격이 사람 한 명 가격의 3배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노숙자 재활훈련 및 직업훈련의 번들 상품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성벽을 짓는데 돈을 쓰고, 물레방아를 짓는데 돈을 쓰고, 돈대를 올리는데 돈을 쓰고 하다보면 밤이 된다. 밤에는 맵 외곽의 어둠의 문에서 괴물들이 나온다. 가오나시처럼 생겨선 배금주의 집단이라도 되는 것인지, 금화를 가진 사람들만 보면 달려들어서 빼앗고는 다시 아웃랜드로 사라지는 것이다. 다행히 목숨은 또 빼앗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호드보다는 나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내 캐릭터가 왕관을 빼앗기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데, "No crown, no king" 이라며 게임이 오버된다. 왕관이 없으면 누가 왕인지도 못 알아보는 모양이다.
비즈니스 관계에 불과했다
그렇게 해서 병력을 모아 어둠의 문 4개 다 부시면 게임에 승리하는 것이다(이것이 2차 목표). 킹덤 클래식은 그게 끝이라고 한다. New Lands나 Two Crowns서도 들어보면 별 다를게 없는 것 같은데, dlc도 아니고 중규모 업데이트 사이즈의 추가 요소를 왜 굳이 다른 타이틀로 뺐는지는 잘 모르겠다(사실 알겠다).
미니멀 스트레터지를 표방하고 있다. 정말 미니멀하다. 미니멀 RTS라고 할 수 있는 투스 앤 테일과도 비슷한 수준. 그건 PVP가 메인이라서 문제였다면 이건 싱글이라 무난하다. 16년 이후로는 무료이기까지 하다.
우선 재화성 자원은 한 가지로 고정되어 있다. 경영 시뮬치고는 굉장히 가벼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최소한 금이랑 식량, 나무 돌 해가지고 너댓종류는 있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GOLD 하나다. 가치 창출 행위서 돈밖에 안나오는걸 보면 거듭 말하지만 배금주의, 황금만능주의 사상으로 점철된 게임이 아닐까 싶다.
전투는, 이것도 정말 간단하다. 활을 들려주면 화살을 쏜다. 이걸 맞으면 보통 죽는다. 화살에 맞으면 아프다는 사실을 여러분이 모를까봐 이렇게 적는게 아니라, 진짜 이게 끝이다. 딱히 업그레이드같은 것은 없고(의미가) 돈 넣으면 명중이 올라가는 석상은 있는데, 있다. 끝.
이게 왕국? 촌이 아니라?
불편한 것들. 맵의 좌우 이동이 꽤 오래 걸린다. 그런데 이동하면서 볼 게 없다. 이름은 왕국인데 허허벌판이다. 말타고 가는게 재미없다. 매일 밤 누가 벽을 두드리는 것 같기는 한데 직접 확인하기가 어렵다. 보려면 확장지역의 양 끝까지 왕복해야 한다. 근데 또 나름 알아서 막는다. 디펜스는 장식이고 그냥 동전 줍는 게임같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조작은 단순하다. 그런데 게임을 깨려면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걸 실행하는 과정은 너무나도 반복적이다. 골조만 겨우 만들어놓은 느낌. 하지만 비주얼은 꽤 괜찮았다. 두 번 할 게임은 아니라고 할 수 있고, 분량은 4시간 내외로 짧다. 굳이 해보고 싶다면 한 번 정도는 해볼만 하다. 공짜기도 하고.
그림은 꽤 좋은 편
개발자 중 한 사람인 Noio는 Cloud Garden이라는 이름의, 픽셀 텍스쳐 디오라마 시뮬레이터를 만들었는데, 이 온전히 관상용인 게임(프로그램)이 내겐 더 재미있어 보인다. 나중에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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