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1. 2. 21. 01:44

"피카츄만 남기고 다 나가!"

 

 본격적인 모바일 게임 경험을 위해 일단 눈에 밟히던 게임 9개를 받았다. 이걸 다 해볼 수 있을는지는 또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켜본 게임은 포켓몬 퀘스트다. 본격 가챠랑은 살짝 멀어보이는 느낌, 포켓몬이래니까 재미있어 보여서 골랐다.

 

 18년 중순에 스위치/모바일로 동시 출시한 게임이다. 내부 개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개발은 게임프리크로 표기하고 있다. 출시 당시 아주 큰 관심은 받지 못했어도 웹진 리뷰는 대충 몇개 나왔던 것 같은데, 마냥 좋은 소리는 못 들었던 것 같다. 그냥 그런 정도의 게임이구나 생각하면서 했다.

 

 포켓몬 본가와는 전혀 관련없는 네모루루 섬을 탐사한다는 컨셉의 게임이다. 실제 플레이로는 딱히 탐사랄건 없고 그냥 스테이지 나열이다. 팀의 투력에 맞춰 쭉쭉 밀면 끝이다. 씹덕같지만 첨언하자면 등장 포켓몬이 1세대에만 한정되어 있으니 관동 근처의 섬이라는 느낌이다.

딱 150마리, 페어리 타입 있음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포켓몬 수집이 조금 특이하다. 볼을 직접 던지거나 쓰러뜨리면 동료가 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섬에서 무슨 포켓몬을 만나던 잡을 수 없다. 대신 드롭되는 나무열매들을 조합하여 죽을 끓일 수 있는데, 야생의 포켓몬이 냄새를 맡고 다가와 팀에 넣을 수 있게 된다.

 

 포켓몬 성장은 본가랑 꽤 다르다. 우선 진화 타이밍의 경우 똑같다. 진화용 도구는 생략되었다. 기술의 경우 대강 비슷하지만 실시간 맵에서 피로되다보니 옵션이 거기 맞춰 새로 만들어졌다.

 

 타이틀에 맞춰 새로 만들어진 P스톤이라는 아이템이 꽤 큰 역할을 한다. 레벨 100까지 점진적으로 9개의 P소켓 슬롯이 열린다. 여기 P스톤을 설치하면 P스톤에 명시된 스탯이 오른다. 공격력/체력만 오르는게 아니라 크리율, 이동속도, 흡혈량 등의 그럴듯한 옵션이 있다. P스톤의 등급에 따라 이런 추가 옵션들의 갯수가 달라진다.

 

 3*3 형태의 P스톤 소켓에서 1줄을 채울 때마다 빙고 보너스를 받는다. 정해진 테이블 안에서 개체별로 다른 보너스를 받는데, 도움이 되는 것도 있고 구린 것도 있다. 기술에도 스톤을 박아 발동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두 번 나가게 한다던가 투사체 수량을 늘린다던가.

이로치까지 있을 건 다 있다

 

 포켓몬별 성능 불균형이 꽤 있는 편이다. 기술의 성능이 주요 원인이다. 성능 순위가 또 희귀도랑은 큰 관계가 없는 탓에 가챠가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것이 또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키운 포켓몬을 데리고 하는 전투는 아주 간결하다. 3마리가 팀으로 움직이고, 일단 자기들이 알아서 움직인다. 기술 버튼을 누르면 나가고 흩어지기 버튼을 누르면 피한다. 당연히 이것도 오토로 돌릴 수 있다. 한두번 해보면 느끼지만 조작성이 아예 없다시피하다.

 

 단적으로 말해 전투가 재미없다. 조작이나 전략이라던가 내가 뭔가 할 수 있는건 별로 없으니 내가 만든 전투력의 확인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아웃풋의 관찰을 빼면 게임을 켰을 때의 목적의식은 뽑기-성장에 집중된다. 개발자들이 의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한 요소 누락으로 인해 흥미의 수명이 상당히 짧은 편인데, 시간상의 스태미나 제한이 없었다면 이틀쯤 즐기고 삭제했을 게임이다.

그냥 손놓고 구경이나 하세요~ 라고 누군가 말하는 듯함

 

 웹에 한국어 게임 홈페이지까지 따로 만들어두고 출시 후 두세달쯤 이벤트까지 진행했었던 것을 보면, 큰 기대는 없었어도 2년간 업데이트마저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내다버릴 예정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구체적인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단순 실패는 아닐 것을 기대한다.

 

 천천히 일주일정도 돌려볼만한 게임이다. 물론 포켓몬 시리즈에 관심이 있다면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심각하게 할 게 없다. 나는 최강의 포켓몬을 만들어보겠다 하는 생각이 만약 있더라도 스태미나가 걸림돌이다. 하루 30분씩만 하는 야리코미가 세상 어디 있단 말인가. 하루 핸드폰 1시간 제한의 초등학생인가? 엄격하신 숙모 슬하의 내 사촌동생들도 이보단 많이 하는 것 같다.

 

 2021 전화기 게임 첫번째 타자로는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