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것 같지는 않군. 아무튼 그들은 이곳에 착륙할 테니까 말이오. 그리고 우리가 첫번째가 될 것이고... ... 그런데 그들은 모두 당신을 닮았소? 모두 변태성욕자요? 그들이 오면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겠군.
도트 감성이라는 싸구려 어휘가 유령처럼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있다. 이 상업용 어휘는 과자 포장용 질소와도 같아서, 싸구려 게임을 위한 충전재 역할은 할 수 있겠으나, 본질은 도트라는 표현법에 달라붙은 기생충에 가깝다.
월드 플리퍼는 고품질 도트 그래픽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모바일 게임이다. 표현법은 근본주의 도트에선 다소 벗어났으나, 이펙트, 애니메이션 부분에선 눈길이 가는 화려한 움직임을 피로한다. 굳이 관용구를 하다 갖다붙여보자면, 도트 그래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가뭄의 단비" 같은 타이틀이다.
게임의 고화질 캐릭터 일러스트 역시 많은 모바일 게임들 가운데 특징적인 매력이 있으며, 핀볼에 모티브를 두는 독특한 전투 방식은 출시 당시 많은 게이머들의 이목을 끌었다. 여러가지 특장점으로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이 게임은 또한 모바게 짬바가 쌓인 대형 개발사인 사이게임즈 작품이니, 이 게임이 본섭 출시 2달만에 나락을 갔다고 하는 것은 또 놀라울 따름이다.
어쩌다? 라는 의문은 잠시 미루고, 게임의 부족한 소개를 하겠습니다. 사이게임즈는 5000만엔 규모의 자회사 citail을 설립한다. 소셜 게임의 기획, 개발,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citail은 대표이사 오노 마사키를 중심으로 개성 강한 멤버들이 여럿 포진되어 있는데, 이 대효이사 오노로 말하자면 여우 퍼리 버튜버로도 활동하고 있는 완고한 취향의 남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취향은 사명에까지 반영되어 ci(尻尾꼬리)tail(꼬리)이라는 바바리맨같은 이름이 된 것이다.
버튜버가 대유행이므로 사장이 버튜버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월드 플리퍼의 개발자 표기는 사이게임즈와 시테일을 병기하고 있으며, 실제 개발이나 운영 구조가 어떻게 되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으나, 개발 관련 사항의 인터뷰는 모두 시테일 측에서 전담하고 있고, 게임의 얼굴마담은 오노(여우)가 맡고 있으니 적어도 게임에 대한 책임만큼은 시테일 측의 비중이 크다고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월드 플리퍼는 일본에선 19년 말, 한국에선 21년 3분기에 출시된 가챠 게임이다. 캐치프라이즈는 '처음 만나는 이세계 액션'으로, 핀볼을 모티브로 삼은 전투 방식이 눈에 띈다. 한국 서비스는 카카오가 들여왔다.
왕의 부름을 받은 용사 '라이트'는 마왕을 쓰러뜨리기 직전까지 가지만, 마왕의 저주를 받아 짜리몽땅한 여우(사장의 취향인가?)가 되어 이세계로 날아가게 된다. 그곳은 '별을 보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고립된 장소였는데, 이곳에서 기억을 잃은 소년 아르크(인남캐), 관리자 소녀 스텔라와 만나 저주를 풀기 위해 여러 이세계를 여행하게 된다.
재미있는 연출이 많다
특이한 전투 시스템을 먼저 살펴보자. 핀볼이라는 게임 자체는 사실 어느정도 나이가 찬 사람들에겐 익숙할 것이다. 물리엔진 아래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공을 화면 하단의 플리퍼로 튕겨내, 적 캐릭터를 맞추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다. 캐릭터마다 스킬 웨이트(게이지)가 차면 스킬을 내보낼 수 있다. 맵에는 살아 움직이는 적도 있지만 범퍼나 벽도 있어서, 원하는대로 조작을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지만 이리튀고 저리튀고 하는게 어디가지는 않아서 오토가 속편하다.
하나의 파티는 기본적으로 3개 캐릭터로 이뤄진다. 각 캐릭터는 어빌리티(패시브), 스킬(액티브)를 가지고 있으며, 재화를 들여 강화할 수 있다. 3명의 각 캐릭터에는 "유니존"이라는 명칭으로 서브 캐릭터를 붙여줄 수 있다. 서브 전용 캐릭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러면 일부 어빌리티가 메인 캐릭터와 공유되고, 두 개 캐릭터의 스킬이 같이 발사된다.
메인 캐릭터에겐 장비를 달아줄 수 있고, 어빌리티 소울이라는 이름의 추가 장비도 달아줄 수 있다. 어빌리티 소울은 장비의 약화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서브 캐릭터의 장비는 최종 스펙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렇게 총 12개 슬롯에 적절히 캐릭터와 장비를 배치하여 자신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전투 부문에 있어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게임이 으레 그렇듯 "10만가지가 넘는 조합~~" 이라고 홍보는 해도 실전성 있는 조합은 그리 많지 못한 것이 상투적인 불만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꽤 이것저것 나오긴 한다.
월드 플리퍼에 있어서 전투란 사실 곧 보스전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잡몹들만 많이 나오는 지역 맵이라던가, 이벤트 퀘스트 맵이라던가가 있긴 하지만, 난이도가 있고 공략할 만한 깊이가 되는 것은 보스전밖에 없기 때문에(적어도 글섭에선) 다수 일반몹을 목표로 하는 조합은 따로 없고, 커다란 보스를 최대한 빨리, 쎄게 때리기 위한 공략만 자주 연구되는 것이다.
보스전은 1명~3명의 플레이어가 한 맵에서 같이 하나의 보스를 상대하는 스테이지다. 지역 맵을 밀다보면(3일이 채 안걸린다) 열리는 것도 있고 서버의 운영 일정에 따라 추가적으로 열리는 것도 있다. 보스가 뱉는 재화와 장비, 캐릭터가 다른 앵벌이맵보다 낭낭하기 때문에, 월드 플리퍼에서는 보스전이 곧 앵벌이라고 할 수 있다. 보스를 잡으면 코인을 뱉는데, 이걸로 교환 가능한 재화가 매 달 초기화되기 때문에 보스전이라는 컨텐츠에 있어서 뉴비는 걸러진다던가 하는 일도 없다.
결국 계속 돌아야 한다
잘 만들어진 통발이다. 고인물도 뉴비도 윈윈. 그렇지만 또 너무 앵벌이다보니 보스 패턴에 따른 공략이 크게 이뤄지지는 않는 것으로도 보인다. 보스의 공격 패턴에 맞춰 A타이밍엔 B 스킬을 쓰고~~ 하는 공략은 따로 없다. "개막 9체인을 맞춰서 '초살'한다"가 최우선 목표인 것이다. 오토는 기본이다. 여기서 '초살'은 눈 마주치자마자 죽인다는 뜻이다. 유남생?
그게 불가능하더라도 보스나 맵 패턴을 보기보다는 자기 캐릭터들간의 어빌리티, 스킬 연계를 살피는 것의 비중이 훨씬 크다. A보스는 B 스킬을 쓰니까 이 캐릭터는 다른걸로 바꿔야겠다~~같은걸 하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일단 보스에 대한 공략이 이미 일섭에서 다 끝난 채 한국으로 들어오기도 했고, wafuri.com 이라는 초절 K-공략사이트가 존재하기도 하고... 와후리에 대한 인식 자체가 "일본에서 이미 망한 게임"이라 새로운 유저가 진입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건지, 아니면 보스가 너무 쉬워서인지, 게임의 디자인 자체가 이런 현상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들 자체가 썩 유니크한 탓에 서로 대체가 잘 안되는 것도 한 몫을 한다. 특정 조합에서 캐릭터 하나, 장비 하나가 빠지면 작동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꽤 많은 것이다. 캐릭터가 유니크하다는 것은 캐릭터 가챠 게임으로서는 장점이 아닌가?? 싶겠지만... 조금 뒤에서 살펴본다. 캐릭터와 가챠의 얘기를 먼저 하자.
하나의 파티에서 캐릭터와 장비를 어떻게 조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얘기는 위에서 했다. 월드 플리퍼의 가챠 연출은 출시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편이다. 빠칭코에 구슬이 걸러지는 듯한, 사람 열불나게 만드는 연출이다. 궁금하면 찾아보자.
월드 플리퍼의 캐릭터들은 1~5개 ★로 분류된다. 별 갯수도 많고 성능도 좋은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별 값 못하는 캐릭터도 많다. 강함보다는 희귀도의 개념이라고 여기고 넘어가는 것이 속 편하다. 별마다 각각 기본 최대 레벨이 40,40,60,70,80인데, 중복 캐릭터를 얻으면 레벨 상한을 5씩 올려준다. 레벨 100을 찍어주는 것이 월드 플리퍼에서의 캐릭터 한계 돌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캐릭터는 6개 속성들 중 하나를 갖는다. 각 속성마다 1.5배 데미지가 들어가는 상성 속성이 하나씩 있는데, 파티 조합을 만들 때는 이점을 다소 고려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어빌리티와 스킬 역시 강화한다. 여기에는 6개 속성으로 구분된 강화용 재화들이 들어가는데, 이러한 강화용 재화는 별로 세분화되지 않아서, 강화용 재화 종류가 끝도없이 많은, 요즘의 폐지 트렌드와는 또 다른 편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하나의 캐릭터를 강화하는데 필요한 재화를 모으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캐릭터용 재화도 쌓이는게 아니라, 하나만 키우려고 할 때 한 종류의 재화만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강화에 들어가는 재화의 총량 역시 꽤 저렴하다.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체감이 확실한 편이다. 내 생각에 게임을 시작한 첫 날, 레벨업시 들어오는 스태미나만으로도 3성 캐릭터 하나는 만렙, 풀어빌리티 다 찍어줄 수 있다. 안되더라도 거의 다 찍을 순 있을 것이다.
딱지만 색깔대로 모으면 된다.
이렇게 성장 비용이 저렴한 것은 사실 위에 언급한 결점과 결부되어 있는 불가피한 것으로, 값싸게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캐릭터들의 범용성이 대부분 좋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서로 대체가 잘 안되는 것이다.
샤 스스로 대표되는 월드 플리퍼의 특징이다. 3성인 샤 스스는 대체가 안됨. 어떤 5성을 데려다놔도 샤 스스를 대체할 수가 없다. 똑같은 3성인 시라노와 파프도 대체 불가능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희귀도가 높지 않은 캐릭터에게도 쓸모가 있다고 하는 것은 분명 게임성 측면에선 강점으로 보일만한 사항이지만, 동시에 서로 역할상 겹치지 못하는 캐릭터를 많이 갖추도록 만드는 특징이기도 하다. 3성을 5성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5성을 3성으로 대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여기서 말하는 대체라는 것은 출력상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덱을 굴러가게끔 하는 자원이라는 말뜻인데, 대체가 안 된다는 것은 덱이 아예 굴러가지도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도 찾아보면 뭐가 있긴 할 것
월드 플리퍼는 뽑기를 많이 해야하는 게임이다. 가챠에 현금을 다소 투자할 수 있어서, 캐릭터 풀이 갖춰진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월드 플리퍼는 다른 게임으로 대체가 안 된다는 평이 많다. 캐릭터와 장비를 조합해 자신만의 덱을 만들고, 전략을 만드는 재미는 쏠쏠하다.
그러나 월드 플리퍼는 뽑기를 많이 해야하는 게임이다. 놀랍게도 이 게임은 일본 출시 1달만에 "한정 가챠"를 냈다. 그것도 "3중 픽업"이다. 장비 너프 관련 이슈도 있었지만 이 한정 픽업이 불타는 일본 내 유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이다. 크리스마스 한정으로부터 1개월이 지나자마자 또 신년 한정 가챠를 냈다. 이후 월드 플리퍼는 유저수를 회복하지 못한다.
월드 플리퍼는 이렇게 유저에게 잦은 가챠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뿌리는 보석의 수량이 턱없이 적다. 평상시 뿌리는 무료 보석의 수량은 일일 퀘스트 한정 40개이며, 주간 갱신되는 주급은 따로 없는데, 캐릭터 단챠의 경우 150개가 들어간다. 1500개를 들여 10연차를 하기 위해서는 37일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일일 보상이 아주 짜다
또한 단발성 이벤트 컨텐츠의 경우 소모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고 갱신 주기는 길다. 포켓몬 마스터즈처럼 여러 이벤트를 동시에 많이 진행하는 편도 아니다. 이벤트 한정 장비가 꽤 자주 쓰이는데, 이걸 놓친다면 중간에 탑승하기가 쉽지 않다. 이벤트 복각을 6개월 정도 후 꼬박꼬박 한다고는 한다.
위에서 캐릭터 속성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캐릭터 속성은 6개만 있는 것이 아니다. 흰피부, 까만피부, 수인(깊은맛), 수인(순한맛), 기계, 용박, 마족, 기타등등 아주 다양하다. 여러 세계를 돌아다닌다는 게임의 설정에 힘입은 특징으로, 디자이너 인터뷰에 따르면 "확실히 서로 다른 이세계의 존재처럼 보여도, 같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로서의 결 자체는 맞추"는 것을 신경쓰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개중에서도 팬덤이 큰 털박이들의 반응인데, 그럭저럭 잘 만들었으면서 수인 비중이 꽤 되는 가챠 게임이 별로 없기 때문에, 커뮤니티에서의 반향이 꽤 큰 편이다. 애초에 citail의 사장부터가 가상의 여우 유튜버인 까닭에, 빨릴만한 소재는 충분한게 아닌가.
사실 월드 플리퍼의 가챠 방침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 속성의 캐릭터들을 다 모을 필요는 없다고, 넌지시 전해주기 위해 설정된 것은 아닐까? 주둥이가 길다란 늑대 수인이 한정으로 나오는 게임이다. 한정이 나오는 것 자체는 화나지만 수인을 뽑고 싶지는 않다는 유저도 많다. (반대로 영장류 가챠는 거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정 캐릭터가 없다고 진행을 못하는 게임도 아니다. (아니꼽긴 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실험적인 게임이고, 또 취향에 맞으면 재미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특이취향자들의 각축장이기도 하며, 셀 채색의 일러스트와 잘 만든 도트를 보고 즐길 수도 있다. 이래저래 부족하다기보단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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