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1. 11. 3. 00:47

스쿠애니 신작 트라이앵글 스트레터지 2022년 3월 4일 발매

 

 저번 주, 인벤 웹진에 한 인터뷰 기사가 게재되었다. 2014년 포켓몬 세계대회에서 파치리스를 사용한 전략으로 우승했던 박세준 선수에게 이번 4세대 관련 포켓몬 신작에 대해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포켓몬이라는 주제에 있어 그는 사실 다소 날선 발언이 부자유스러운 위치에 있었지만, 4세대 리메이크에 대한 웹상의 부정적인 반응에 있어서는, "자신도 커뮤니티의 많은 분들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정도로 짚고 넘어가기도 했다. 이 글에서 게임프리크가 어쩌느니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므로, 이쯤 줄인다.

 

 인터뷰에서 달리 눈에 띄었던 단락을 꼽자면, 박세준 선수에게 최근 플레이하는 포켓몬 스핀오프 게임이 따로 있는지 묻자, 포켓몬 유나이트(포오스)와 포켓몬 마스터즈를 언급했던 부분이다. 포켓몬 마스터즈라는 타이틀명이 인벤을 비롯한 웹진의 주요 기사에서 보였던 것은, 내가 이 게임의 플레이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조금 신기했다.

그냥 그렇다고

 

 포켓몬 마스터즈는 시리즈 스핀오프의 오랜 역사중에서도 상당히 눈에 띄는 타이틀이다. 포켓몬 시리즈에서 스핀오프가 나오면 NDS나 NS의 자사 휴대형 콘솔로 발매되어 왔었는데, 모바일 시대에 이르자 새로운 사용자 환경에 맞춰 새로운 방향성을 가지고 타이틀을 전개하고 있다. 개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나이언틱의 포켓몬 GO 인데, 출시 이후의 인구수 낙폭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즐기며, 당시 화제성만큼은 대단했기에, 모바일 타이틀의 출시가 이어지게 된 계기가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이후 포켓몬 토로제의 모바일판, 셀렉트버튼의 튀어올라라! 잉어킹 등, 비교적 가벼운 게임들이 나오다가, 19년 본가 소드-실드와 비슷한 타이밍에 공개된 것이 바로 포켓몬 마스터즈다.

 

 포켓몬 마스터즈는 가챠 게임이다. 부분유료화 과금유도형 게임이다. 지금껏 나온 포켓몬 시리즈의 BM 방향성이랑은 그 결이 다르다. 이 예외성은 스핀오프중에서도 특이한 것으로, 이렇게 대놓고 유료 재화를 사용해 (시즌 한정)캐릭터를 뽑으라고 던져주는 타이틀은 지금껏 없었다.

 

 개발사를 먼저 살펴보자. 개발사 DeNA는 오래된 모바일 사업자로, 지난 세기 말에 창립되어 지금까지 모바일 관련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중견 기업이다. 11년 스마트폰 기원 후로는 모바일 게임 면에서도 그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중인데, 원년 즈음 해서 큰 악성 운영 이슈를 하나 터트린 후,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정당명 바꾸듯) 자사 운영 플랫폼인 Mobage에 공급할 게임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게임 개발사 사이게임즈가 창설된다.

 

 사이게임즈의 지분 지배구조적인 면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흥미롭다. 사이게임즈는 사이버에이전트라는 다른 미디어 그룹의 자회사인데도 불구하고, DeNA의 수요로 만들어졌고, 실질적인 업무지시는 DeNA에서 내려온다고 한다. 사이게쪽 헤드인 키무라 유이토가 DeNA 임원회의에 불려갔다던가... 드러난 지분의 경우 사이버에이전트 60%, DeNA 20%, 닌텐도 5%로, 닌텐도의 경우 모바일게임 영역의 진출을 위해 사이게임즈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며 파트너쉽을 맺었다. 그렇게 공동개발해 출시한 '드라갈리아 로스트'의 경우 큰 성과를 내지는 못 했지만...

게임인사이트 펌

 

 닌텐도가 모바일게임 진출을 위해 체결한 또 다른 파트너쉽의 대상은 다름아닌 DeNA인데, 서로 DeNA 10%, 닌텐도 1%의 지분을 교환해 관계를 다지기도 했다. 그렇게 출시된 것이 바로 포켓몬 마스터즈가 되겠다.

 

 타자도 이번에 알아보면서 처음 접하게 된 사실들인데, 감상을 말하자면 일본 게임 개발사는 한국에서보다 지분, 지배구조적인 면에서 훨씬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힌국 게임업계도 굉장히 좁다지만, 일본은 업계가 좁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한 뿌리처럼 느껴진다.

 

 어쨌건 포켓몬 마스터즈를 개발한 DeNA는 뿌리깊은나무 내지는 문어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퇴물 내지는 운영이 되바라진 회사, 혹은 사이게임즈의 모회사라고도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어떤 게임이 나왔나.

 

 상술했다시피 포켓몬 마스터즈는 시리즈의 정체성인 포켓몬보다도 그 트레이너가 전면에 나선다는 점에서, 포켓몬 본가 스핀오프 통틀어 가장 특수한 타이틀이다. 또한 캐릭터 수집형 가챠 게임이라는 점에선 모바일 게임으로서의 전형성을 띈다.

나름 천장도 있다.

 

 포켓몬 마스터즈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본가 시리즈에 등장했던 트레이너들이고, 오리지널은 넷 뿐이다. 이들 캐릭터는 모두 한 포켓몬과 페어를 이룬다. 그 한 쌍을 버디라고 부른다. 즉, 가챠 캡슐 안에 포켓몬, 트레이너가 하나씩 같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뽑기 자체는 다른 게임들과 하등 다를게 없으니 생략한다.

 

 일종의 '이격'혹은 '시즌 한정'도 이런 '버디'의 특징을 활용해 디자인된다. 예를 들어 튜토리얼에서 기본제공하는 물타입 관장 이슬은 아쿠스타와 한 쌍을 이루는데, 나중에 이벤트 보상으로 배포된 이슬(어나더)의 경우 복장은 수영복으로, 버디는 고라파덕으로 바뀌는 식이다.

 

 이 캐릭터들을 "쓰는"방식에도 몇가지 갈래가 있겠는데, 일단 포켓몬 게임이니 배틀을 먼저 보자. 3명의 캐릭터가 한 팀을 이룬다. 캐릭터마다 일반적으로 4개 기술이 배당되고, 명목상의 필살기 '버디즈기술'이 하나 들어온다. 기술의 코스트는 전통적인 pp 대신 실시간으로 차오르는 기술게이지를 사용한다. 기술을 적절히 사용해 상대를 모두 쓰러뜨리면 그만이다.

 

 이 4개 기술이 모두 포켓몬 본가의 기술은 아니다. 일부는 본가 시리즈의 회복약이나 배틀용 도구를 트레이너 기술이라는 형태로 간소화시켜 끼워넣었고, 혹은 디자인상 적절한 랭업 기술이 필요해 임의로 만들어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배틀 중 공2랭업이 필요한 디자인이지만 본가 기술배분상 칼춤을 넣는 것이 불가능할 경우, 트레이너 기술로 플러스파워(공2랭업)을 넣어주는 식이다.

누나 좀 이쁜듯

 

 종류불문 기술을 10번쯤 사용하면 버디즈기술의 카운터가 차는데, 메가진화나 다이맥스, Z기술같은것들이 전부 이 쪽에 뭉뚱그려져있다. 명목상의 필살기이기는 한데, 그리 인상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일부를 빼면 보통은 그렇게 세지도 않고, 연출 구경 이상의 가치는 없다.

 

 기술의 코스트로 사용하는 기술 게이지는 실시간으로 차오르는데, 포켓몬의 스피드 랭업이나 다운 따위의 관련 효과에 따라 차오르는 속도가 달라진다. 사실 실시간 요소라기보단 하스스톤의 마나 코스트에 가깝다. 어차피 기술이 동시 입력되면 서로 돌아가면서 한 대씩 치는데, 그 사이에 금방 또 차기 때문에, 속도 빠른 포켓몬이 혼자 쇼하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전투가 딱히 괴악한 부분은 없는데, 사실 딱히 재미있는것도 아니다.

 

 그리고 유저 커스텀 요소가 별로 없다. '버디스톤보드'에 돌을 찍어넣어서 스탯이나 기술 사양의 변경을 얻을 수 있지만, 그닥 의미있는 변경을 줄 순 없다. 단순 특성 찍어주기에 가깝다.

뭘 찍어도 역할이 변하진 않는다. 딜이 조금 늘어나거나 할 뿐.

 

 캐릭터 셋을 한 팀에 편성하면서 장비를 세팅해줄 수 있고, 태그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는데, 둘 다 소소한 스탯 보너스에 지나지 않는다.

 

 즉, 개인적으로 사전에 조정할 수 있는 요소도 별로 없고 전투도 딱히 재미없다. 카운터사이드나 명일방주와 비교해볼 수 있겠는데, 우선 카운터사이드는 한 팀에 8명, 캐릭터마다 장비가 4개라 커스텀은 오질라게 많은데, 전투는 그냥 자동이다. 고인물은 장비 만지작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명일방주는 팀에 12명 편성이고 캐릭터는 2-3개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한다. 실시간 배치가 중요한 게임이라 커스텀할건 많지 않아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포켓몬 마스터즈는 전투도 사전조정도 꽝이니 결론적으로 배틀엔 기대할 것이 없다.

 

 마스터즈의 매력을 찾자면 캐릭터의 다른 용법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캐릭터와 스토리' 되시겠다. 마스터즈에는 본가 시리즈에 등장하는 트레이너들 약 180명이 뽑기로 등장한다. 주인공, 라이벌, 관장, 사천왕 등등 많이 있는데, 아직 다 추가된 것도 아니다.

혼자 바리에이션이 3개나 있는 릴리에가 눈에 띈다.

 

 메인, 이벤트 스토리에서 이들이 떼지어 등장한다. 진짜 엄청 많이 나온다. 이미 본가 시리즈에서 익숙해진 캐릭터들을 많이 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유일한 특색이라는 것을 인정하듯, 사양하지 않고 정말 많이 때려부었다.

 

 이벤트 메인 막론하고 스토리는 상당히 가볍게 쓰였다. 포르노의 그것과 비슷한 준위로 쓰였다. 이러한 방향성은 캐릭터성에 대한, 외부 개발사의 영향을 경계라도 하하고 있는 건지, 혹은 단순한 권한의 문제인 건지, 아니면 그냥 시나리오쪽 역량 부족인지, 난 알 수 없지만, 오리지널 캐릭터의 스토리만큼은 볼만한 편이다.

 

 이래저래 열심히 다루고는 있지만 외부 개발사의 스핀오프라는 태생의 한계라도 있는 것인지, 게임하면서 새 이벤트 스토리가 기대된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 어떤 캐릭터들이 무더기로 나오는지듣 또 궁금했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흥미롭느냐와 읽기 편하냐는 별개라서 텍스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었으니 또 다행이다.

 

 또 이벤트 갱신 주기가 지금껏 한 모바일 게임들 중 가장 빠르다. 얼마나 빠르냐면 신규 복각 가리지 않고 항상 서너개씩 동시 진행된다. 고난도 배틀 이벤트인 배틀 빌라, 전설 포켓몬 레이드인 레전드배틀까지 같이 싸이클이 돌아가니, 소위 말하는 "쉬는 기간"은 따로 없다.

배너가 이것저것 많긴 하다...

 

 덕분에 기묘하게도 할 수 있는 건 많은데, 이벤트가 바뀌어도 썩 재미있지도 않고 일퀘만 쓱 돌리면 끝나는 맹물같은 게임이 되었다. 일퀘 스트레스도 전혀 없다. 2분이면 숙제 다 하고 끌 수 있다. 3분 카레보다 빠르다. 역치 상한 0의 영유아도 즐길 수 있는 벽에 스티커 붙이기 같은 게임이다. 포덕이라면 그냥저냥 해볼만 하겠지만... 포켓몬 팬이 아닌 사람에겐 멍청한 오락으로 보일 것 같다.

 

 게임의 여러 요소들을 살펴보았다. 결론을 내려보자. 추측컨대 포켓몬 마스터즈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이건 서브 게임이다. 서브 게임이란 스태미나 다 태우고 한가한 사람이 스태미나가 차는 동안 하는 다른 모바일 게임을 뜻한다.

 

 메인과 서브 게임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면 포켓몬 마스터즈는 무거워지는 것을 절대 거부하고 있다. 단순 스토리 성향이나 비중에만 근거를 둔 얘기가 아니고, 전투의 시스템, 그리고 과금 모델에서조차 그렇다. 이렇게 일관성 있는 가벼움은 결코 우연한 설계가 아닐 것이다.

화제가 되었던 그 표정

 

 캐릭터 단락에서 미뤄뒀던 이야기를 해보자. 과금(가챠) 얘기다. 캐릭터 성장에는 재화가 필요한데, 이거 엄청 퍼준다. 돈으로 스태미나를 사서 채굴할 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퍼준다. 스태미나의 값도 싸다.

 

 캐릭터 가챠에 드는 보석을 그나마 좀 짜게 주는 편인데, 이것도 사실 다른 게임에 비하면 많이 주는 편이라, 출석이랑 일퀘만 꼬박꼬박 하면 대략 2주에 10연차 꼴로 돌릴 수 있다. 게다가 와! 5성 제공 확률도 엄청 높다. 기본 7%대에다가 조금 특별한 가챠에서는 12%까지 오른다. 기본 2%인 명일방주에 비하면 거저다.

 

 가챠에 대해 이야기하는김에 첨언하자면, 캐릭터 커스텀 요소가 별로 없다보니, 전략에 캐릭터를 맞추는게 아니라 캐릭터에 전략을 맞춰야 한다. 하긴 가챠 게임이 다 그렇지 싶기도 한데 워낙 이 동네는 뭐는 뭐로 대체~ 같은게 안된다.((ex)샤스스는 대체가 안됨)

 

 정말 캐릭터 가챠 말고는 과금할 것도 없다. 그런데 3D 모델은 볼만하게 잘 만들어뒀다. 본가 브다샤펄의 굳건이 빛나를 보고 마스터즈 빛나를 다시 보면 정말로 감탄이 다 나온다. 캐릭터 팔이의 기본은 착실히 갖춘 셈이다.

솔직히 모델링만 보려고 깔아도 될듯.

 

 1주년 전후로 크게 업데이트가 있었다. 그 때를 기점으로 게임의 이름이 바뀐다. 포켓몬 마스터즈에서 포켓몬 마스터즈 ex가 되었다. 그전까지는 스태미나 제한은 따로 없이 원한다면 무한 뺑뺑이로 자원을 캘 수 있었다는데, 출토량은 쥐꼬리라 평가가 썩 안좋았다. 이벤트도 없었다고 하고.

 

 결국 포켓몬 유나이트의 발매 의도가 저변의 확대에 있다면, 마스터즈는 팬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포켓몬 오타쿠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면 이미 포켓몬 오타쿠다. TVA의 연장선에 있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경우 영화 평론가들은 말을 아끼는데, 이 게임에 대해서도 그래야 할 것이다. 포켓몬이라고 한다면 피카츄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밖에 생각이 안나는 당신, 시간을 아끼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