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2. 12. 23. 16:28

 모바일게임 체험기를 계속 쓰려고 했는데, 이게 정말정말 재미없는 탓에 도저히 손이 가질 않아, 1년 넘게 다른 게임을 못 해봤다.

 

 다운로드 받아놓고 별로 신경을 안 쓰다 보니, 분명 출시 초기에 받았던 게임이 반주년, 1주년 기념 이벤트를 한다. 그조차도 이젠 옛날 일로, 요전번에 다시 켜보니 나는 복귀자 이벤트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받은 보석으로 가챠를 돌렸다.

 

 게임을 제대로 해봤다기엔 무리다. 하여 접어둔 게임들 소감 모음 시리즈에 짧게 소감을 남기는 것이 적절하겠으나, 그 기획을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리뷰를 쓰려고 벼르던 게임인데다가, 어차피 모바일 게임 쪽 말머리는 [체험]으로 달고 있으니, 그냥 여기다가 불평불만이나 하자 싶어 이렇게 잡문을 남긴다.

 

 [드래곤 퀘스트 택트]는 스퀘어에닉스 개발, 유통의 모바일 가챠 게임이다. 인기 시리즈 드래곤 퀘스트 IP의 여러 캐릭터를 가챠로 우려먹는다는 컨셉으로, 연상되는 FFBE나 페그오랑 결국 장사적인 노림수는 비슷하지 않나 싶지만, DQ 택트의 특징은, 비슷한 저 두 타이틀보다 오리지날 요소가 없다는 것이겠다.

 

 말하자면 정말 오리지날 스토리라는게 아무 내용이 없다. 내가 해본 곳까지 정리하자면,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요술 지팡이를 휘둘러 마물들과 함께 무투대회? 이런 데를 출전하는 와중에, 악의 세력이 주인공을 노린다!! 라는 정도다. 이후 스토리가 어떻게 스펙터클할지 어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까지 해 본 바로는 앞으로가 기대되지 않는다. 드퀘 시리즈 전통인지, 모바일게임 특징인지, 주인공은 말이 없다. 그리고 동료 캐릭터들은 평면적인 "그냥" 몬스터 캐릭터이고, 인물로서의 매력은 없다. 동물적인 귀여움은 있으나, 동물들이 몰려다녀 봐야 그건 브레멘 음악대지 용사 파티는 아니다.

 

핑크색 털뭉치랑 파란색 키세스가 실질적인 주인공

 

 오리지날 캐릭터들은 별 매력이 없다. 의존하는 것은 30년간 쌓인 드퀘 넘버링의 구작들이다. 이벤트를 하면 분기별 여름이벤트 신년이벤트 이런 거 말고는, 보통 구작과의 콜라보 이벤트를 한다. 그와 더불어 구작 메인캐릭터들의 픽업 가챠를 하는 것이 그 흐름인데, 난 솔직히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매력도 못 느끼겠다. 이벤트 스토리가 얄팍하다. 4컷만화 수준이다. 조산명 선생 그림체인 탓에 드래곤볼 생각만 엄청 나는데, 난 드래곤볼 별로 안 좋아했다. 어렸을 때 케로로 보고 싶어서 투니버스 틀면 맨날 드래곤볼이었다. 송출중인 장면도 항상 비슷하다. 누구는 싸우고있고 손오공은 방금 부활해서 날아오고 있다. 그런거 말고 재밌는 케로로가 보고싶었다. 사촌누나한테 케로로 스티커북도 물려받아서 씰도 열심히 모았다. 케로로빵도 자주 먹었다. 초코롤이 맛있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에 대한 플레이버 텍스트를 딱히 제공하지 않는다. 여타 모바일 게임들마냥 어디 로어가 있는것도 아니다. 제공하지 않는 건지 제공할 수 없는 건지 모르겠다. 이벤트 스토리가 얄팍하니 알 수 있는 것도 얼마 없다. 등장하는 구작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위키를 뒤져 보았다.

 

 위키에서 드퀘 시리즈 캐릭터들을 검색해보니 막상 또 흥미로워졌다. 이벤트 스토리에서 드퀘4의 신관인 크리프트가 나와 자라키라는 주문을 연발하지만 빗나가는데, 이게 이 캐릭터의 밈(여기서는 네타라고 하는 게 적절할듯)이라는 모양이다. 드퀘 네타가 이 캐릭터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테고, 이 캐릭터의 네타만 게임에 넣은 것도 아닐 테니, 알아보는 드퀘 팬은 나름 재밌게 하지 않을까 싶다. 난 어렵겠다. 드퀘 캐릭터가 "일본 감성" 이라는 것은 섣불리 못 할 이야기이겠으나, 플레이어가 일본인이 아니라면 그 캐릭터에서 별다른 감성을 느끼기 어렵다. 일본에서 호이미 하면 회복 주문의 대명사라지만,  한국사람한테 호이미를 아시나요? 뉘집 개이름인지 둘리인지 뭔지 모른다. 알아듣는 사람은 씹덕 아니면 고령의 씹덕이다.

 

스토리를 다시 보고 스샷을 찍으려고 했는데, 다시 못 보는 것 같다. 맙소사.

 

 캐릭터의 사용 면을 보자면... 전략적인 전투가 있다고 홍보하는 모바일 게임이 흔히들 그렇지만, 전투가 전략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 플레이에서는 전투상의 전략이 발생하지 않았다. 애초에 전략이란 무엇인가? 전략이라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서 나의 목표, 드퀘 택트를 플레이함에 있어서의 목표는 무엇인가? 스테이지를 후다닥 미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스테이지를 후다닥 미는 최선의 방법으로서 내가 택한 전략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오토를 누르는 것이다.

 

 오토가 정말 똑똑하고 빠르다.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거랑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전투 배속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쉽고 편안하게 스테이지가 쭉쭉 밀린다. 그러다 스테이지가 막히면? 직접 조작해서 "전략적"으로 플레이해야 할까? 그보단 그냥 렙업좀 시키고 다시 오토 돌리는게 훨씬 빠르다. 애초에 직접 조작한들, 조작 선택지가 많은 것도 아니다. 전투 화면에서의 직접 조작보다는 캐릭터(고렙의) 편성이 훨씬 중요하다.

 

 일단 오토를 누르니까, 수동 전투로 돌아갈 수가 없다. 수동으로 해서 뭐함? 오토가 훨씬 빠르다. 오토로 돌리는 탓에, 캐릭터 육성 옵션이 전부 하나로 읽힌다. 경험치 책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는데, 레벨을 올리면 캐릭터가 쎄진다. 랭크업하면 캐릭터의 레벨 상한이 높아지는데, 그러면 캐릭터가 쎄진다. 액티브 스킬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면 캐릭터가 쎄진다. 장비 강화? 캐릭터가 쎄진다. 각성? 캐릭터가 쎄진다. 재능 개화? 캐릭터가 쎄진다. 그리고 그 쎄지는 캐릭터들이 다 이렇게 생겼다🤖🐷🦑🍄.

 

 가챠에 대해서는... 캐릭터 한계돌파가 좀 필요한 것 같기는 한데, 막상 또 보석은 이래저래 많이 주는 것 같다. 천장도 150이고 최고등급 확정 픽업도 많이 한다. 뽑기 티켓도 자주 준다. 가챠가 혜자인건지 어쩐건지. 명함은 쉽게 주는 대신 한돌 강요가 좀 있는 느낌인가? 가끔 출석만 했는데 어느새 300연 분량의 보석-티켓이 쌓여있다.

 

 드퀘 택트는 완전 일본 내수용 게임이다!! 물건너 일본에서는 많이 하는 모양인데, 무슨 재미로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pvp같은건 뭐 생각을 좀 하면서 하긴 해야겠지만, 결국 보석 많이 쓰는 사람이 쎈거 아닌가? 내게 택트를 권유했던 닥붕이 직접 해보길 바란다. 제발~

 

(좌) 글섭 트위터, (우) 일섭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