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3. 5. 22. 18:25

로봇이 아닙니다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일이다. 최근 다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폰으로 게임을 돌릴 수 있는 시간적 기회가 늘지 않을까 기대하였으나, 기대한대로는 되지 않았다.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뉴럴 클라우드의 체험기 역시 늦어도 2월 3월에는 작성할 생각이었으나, 시기가 밀리고 밀려 어느덧 5월 초가 되어버렸다. 얼마간 게임 접속을 못 했더니 복귀 보상도 받는다. 게임이 드래곤 퀘스트 택트처럼 괴롭지는 않다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뉴럴 클라우드는 선본에서 개발한 캐릭터 수집 게임으로, 출세작 소녀전선의 후속작 겸 스핀오프이다. 중국 내 출시는 21년 가을이었고, 한국 출시는 비슷한 시기 22년이었다. 나의 경우, 앱 스토어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내려받아 해 본 것은 아니고, 그 해 성탄절 시기까지 좀 고민한 뒤 결국 시작했다.

 

 뉴럴 클라우드는 좋은 의미로 가벼운 게임이다. 애시당초 모바일 게임이기도 하거니와, 앱 자체도 가벼워서 적은 발열로도 쌩쌩 돌아간다. 겪어본 다른 모바일 게임들에 비하면 선녀같다. 이것이 중국몽인가? 중국의 미래는 씹덕 모바일 게임에 있는 것인가? 게임이 시리즈 내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도 그렇다. [소녀전선]의 정식 후속작으로 개발되고 있는 [소녀전선2: 추방]과는 달리, 중심 스토리 흐름에서 벗어나 세계관 속 가상의 서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아직 개발중인 소녀전선2의 출시까지의 시기적 간극을 메우고자 하는 의도가 보인다. 그것이 뉴럴 클라우드의 지향 전부는 아닐 테지만.

 

 게임 내용물에 있어서도 비슷한 감상이 뚜렷하다. 인게임 캐릭터 그래픽은 SD 3D이며, 배경도 육각 타일을 기반으로 단순하다. 전투 부분의 플레이도 복잡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뉴럴 클라우드의 전투 시스템은 일종의 로그라이트 덱빌딩 오토체스인데, 거기에 외부적으로는 캐릭터 가챠와 육성이 가미되어 있다. 즉, 자신이 뽑고 키운 캐릭터를 가지고 세션에 진입해 오토배틀을 하는 셈이다. 자신이 편성한 캐릭터돌의 육성 상태가 반영된다. 대신 진행하다보면 드롭되는 모디파이어, 뉴럴 클라우드에서는 [함수]라고 불리는 아이템을 수집해 캐릭터-기물들을 강화하는 흐름이 된다.

 

맵은 보기만 하면 설명이 필요 없다

 

 대략적인 정보가 표기되어 있는 인카운터 비컨을 차례대로 골라 세션을 진행하게 된다. 인카운터 자체는 전투, 랜덤보상, 상점, 회복 등의 뻔한 유형들로 나뉘어져 있다. 한 쪽 끝에서 시작해 반대편 끝의 보스전까지 마무리하면 클리어다. 경우에 따라 2-3개의 층이 더 이어져 있는 일도 있다. 

 

 디테일한 부분의 이야기를 하자면, 하나의 세션이라는 것은 수 회 내지는 십수번의 전투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션의 시간상 체감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다. 길어봐야 5분 정도일까? 한 번의 전투, 개별 전투의 길이가 굉장히 짧다. 애초 덱빌딩이라는 게임의 디자인 자체가 전투 바깥, 준비 부분과의 비중을 맞춰야 하는 만큼, 그 분배 자체는 꽤 괜찮은 느낌이지만, 전투 상황에서의 실시간 운영, 조작의 재미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게임 자체적으로도 한 번의 전투가 30초가 넘어가면 패널티를 주기 시작하며, 플레이어로서도 게임을 일부러 길게 끌 이유가 없다. 말인즉슨 긴 지속시간동안 효과를 내는 스킬들보다는 즉발성 공격이 되는 스킬들, 그런 스킬들을 가진 캐릭터들이 선호될 수 밖에 없으며, 그렇게 디자인될 수밖에 없고, 간혹 보이는 느린 캐릭터들은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편성에 들어오기 어렵다.

 

빨리 깨라고 재촉한다

 

 각 캐릭터와 스킬의 수치, 성능적인 부분은 제외하고 보면, 뉴럴 클라우드의 전투라는 것은 어떤 캐릭터와 함수를 편성해서 덱 빌딩을 하든, 결국 10초 20초 안에 우다다닷~ 뿌다닷~ 하고 쓸어버리는 모습으로 수렴한다. 간혹 30초 버티기, 딴딴한 보스잡기 따위의 바리에이션이 나타나긴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사례들이고, 스킬의 수치적인 부분들, 0.6%, 2.0%같은 소수점 수준의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연구하며 고난이도 컨텐츠를 즐기는 플레이어들이 아닌 이상에야, 가벼운 느낌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은 나랑 비슷한 감상을 받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가 시종 천편일률적이고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하기엔 또 좀 뭣하다. 이것도 일종의 이지 투 플레이, 하드 투 마스터 아닐까? 뿌다닷 쓸어버리는게 또 나름 시원하긴 하다.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져서 그렇지. 크게 골머리 썩으면서 플레이하지 않아도, 가볍게 클리어하고 스킬 연출도 볼 수 있으니 스트레스가 적어서 좋긴 하다. 궁 눌렀을 때 나오는 컷씬 애니메이션도 볼 만 하다. 블루아카이브 스킬 컷씬보다 훨씬 짧아서 자꾸 본다고 질릴 새도 없다.

 

스킬들이 대체로 다 펑하고 터진다는 감상


 캐릭터랑 시나리오의 얘기로 넘어오면, 캐릭터는 가챠로 뽑는다. 한국 서버의 경우 남캐가 픽업 테이블에 왜 자꾸 나오냐는 불만이 장작이 되었던 것 같은데, 난 그 때 가챠를 돌리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좋다. 아무튼 말은 소녀전선이지만 남캐도 나온다. 보추도 나온다. 아무래도 좋다. 캐릭터 육성이 간략한 편이다. 레벨, 한계돌파, 친밀도, 스킬레벨, 알고리즘(장비같은 개념) 정도가 끝이다. 필요한 재화 드롭에 있어서도 까다롭게 굴지 않고, 한계돌파도 조각(엘레프)으로 하는데, 명함과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풀돌이 가능하다. 하지만 새로 뽑은, 성작이 되어있지 않은 캐릭터는 레벨을 올려도 전투에 바로 투입할 스펙이 나오질 않는다.결국 명함만으로는 되는 게 없고, 시간이든 돈이든 상당량을 투자해야 실전에서 써먹을 수가 있는데, 이게 좀 불만이다. 그냥 내가 게임을 못하는 건지.

 

 게임의 배경이 좀 특이하다. VR처럼 묘사되는 거대 클라우드 서버와 현실간의 통로가 폐쇄되어, 거기 갇힌 인형(인공지능)들을 구하고, 사태의 원인을 파악한다는 내용이다. VR챗마냥 서버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것만 보면 완전 그냥 호소다 마모루 트리뷰트인데, 흥미롭기는 해도 인게임에서 세계관 묘사가 치밀하지는 못해 아쉽다. 어쩌다 현실 배경의 이야기가 나오면 또 재미있는데, 지금 시점의 이야기가 아니니 그러나마나다. 소녀전선 시리즈의 세계관을 이전에 많이 접해봤다면 아마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별개로 중국 씹덕게임 공통사항인데, 정서적으로 섬뜩한 부분이 가끔 있다.

 

근데 스토리를 굳이 이런 식으로..?

 

 오아시스의 건설 시스템이나 숙소 꾸미기의 경우 집어다가 먹는 밑반찬 수준의 깊이감이다. 솔직히 있으나 마나같지만 있어서 나쁠 건 없다는 인상이다. 문제스러운 구석도 없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양품의 스토리, 일러스트, 인게임 콘텐츠 등을 보여주는 게임이다. 미묘하게 아쉬운 구석도 있지 않나 싶지만 이보다 못한 게임은 산더미고, 나은 게임은 한 줌일 것이다. 특히 앞서 얘기했지만 프로그램의 최적화가 기똥찬 수준이다. 고성능이다. 조금만 돌리면 폰이 난로가 되던 여타 모바일 게임들과는 천지 차이다. 이게 중국인가? 이게 우중인가? 프로그램도 가볍고 게임도 가볍게 할 수 있는데, 돋보기로 보면 뭐가 더 있다. 모바일 게임을 하려면 그냥 유명한 중국 게임을 하면 될 것 같다. 

 

거점 건설. 과금해서 스태미나 좀 땡기는 사람들은 접속 첫날에도 다 끝낼듯.

 

보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