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1. 7. 13. 01:04

케이스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계획도시의 어둡고 각진 모습이었다. 곧 안개가 밀려와 검은 바닷물과 그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덮어 버렸다.

 

 하나의 도시, 두 개의 세계. 카운터사이드가 내세우는 캐치프라이즈. 그리고 예전에 접했던 게임의 첫인상은 이렇다. 클로저스 제작진이 만드는 그림 이상한 게임. 메카닉 별로 못 그린 게임. 내가 해보기 시작한 것은 올해 4월 중순이었다.

 

 카운터사이드는 어반 판타지를 표방하고 있다. 이 명칭은 소설 쪽으로 가면 경계 소설이랑 혼용되기도 하는데, 어반 판타지의 경우 장르 규범이 비교적 명확하다. 장치/비중상 도시가 차지하는 위치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흔한 "도시전설"처럼 특정 골목이나 사거리가 배경이 된다던가 하는), 카운터사이드는 보면 맨날 어디 "이면세계" 라는 돌무더기 이세계에 가 있는 마당에, 어반이 맞기는 한가 싶다.

 

 웹소설 등지에서 사용하는 헌터물, 현대 판타지 같은 명칭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은데, 사실 어떻게 부르느냐가 별로 중요한건 아니다. 배경은 상상하기 쉬운 편이다. 갑자기 이세계가 연결되더니 괴물이 등장한다. 그걸 잡는 ABC랭크의 초능력자가 나온다. 그러더니 클리포트가 어쩌구 하면서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당연히 주인공에겐 숨겨진 힘이 있다.

 

 어거지 전개가 종종 있는 것 외에는 무난한 스토리다. 믿고있었다구 젠장~ 이러는 부분도 있고 웬 결정 대사 (침식체는 ㅋㅋㅋ 죽인다 ㅋㅋ 아 ㅋㅋㅋ) 같은게 등장하기도 하는데, 진지하고 싶은건지 개그를 하고 싶은건지 분위기 전환이 제멋대로라 따라가기 피곤하다.

처음엔 그림이 막 움직인다

 

 게임의 전투를 보자면, 예전부터 종종 모습을 비추던 전선 싸움하는 게임이다. 이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몇가지 생각은 안 나는데, 팔라독, 전쟁시대, 에르엘워즈정도가 기억에 남아있다. 조금 확장해서 유즈맵까지 가면 모래성 싸움, 캐슬 파이트, 데저트 스트라이크 같은 맵들이 있겠다.( 사실 이 셋이 위 셋보다 유명하지 않을까?

 

 한 개 소대엔 8명의 캐릭터를 배정할 수 있다. 그들을 태울 함선을 고르면 대강의 구성이 끝난다. 전투 화면에 들어가면 화면 하단의 마나가 계속 차는데, 캐릭터마다 정해진 소비량을 지불하고 전장에 내보낼 수 있다. 이렇게 내보내진 캐릭터는 알아서 싸운다. 이쪽에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궁극기 사용 타이밍 뿐이다. 그렇게 각자 진영 끝의 기물(함선)을 어느 한 쪽이 부수면 전투가 마무리된다.

함선 체스

 

 이런 단일 전투 외에도 여러 복합적인 전투가 준비되어 있다. 격자 타일로 이뤄진 맵에서 2개 이상의 소대(함선)을 배치하고 그것을 움직여, 목표 적을 처치하거나 목표 지점에 도달하면 승리하는 전역 전투, 그거랑 비슷한 다이브, 보스 하나 잡는 레이드 등. 다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 따로 언급할 만한 것은 딱히 없다. 이유로서는 조작의 결여성이 가장 크고, 전투 화면 자체가 다소 불만스럽다는 점도 있다.

 

 이래저래 식별성이 떨어진다. 이펙트가 화려한 것은 좋으나 캐릭터가 여럿이니 잘 안보인다. 기본 스탯의 자릿수가 쓸데없이 많은데, 스탯의 계산식도 비직관적이다. 게임 내에선 애초 설명하지 않는다. 머리 위에 뜨는 피해량 출력도 이래저래 잘 안보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펙트의 일환인 것처럼.

알아보기 힘들다

 

 이런데다 클래스 상성도 이게 의미가 있는건지 없는건지. pve는 이런저런 타입의 적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상성을 신경써서 매번 편성을 바꿀만한 여유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등장 적 정보를 눌러도 스탯을 보여주지 않는다. 격전지원이나 그림자 전당같은 고인물 전용 놀이터에까지 가면 또 달라지는 것 같지만... 메인스트림은 어쨌든 메인 컨텐츠 아닌가. 그냥 평점 좋은 애들만 넣어두고 오토를 돌리면 뚫린다는 점에서 김이 빠졌다.

 

 캐릭터에 대한 쪽을 더 둘러보자면, 인게임 성능에 관한 측면과 가챠/희귀도와 연결되는 캐릭터성에 대한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 성능 얘기부터 조금 해 보자.

 

 스탯의 자릿수가 지나치게 많다. 1레벨 하야미 사나에의 체력이 1200대인데, 만렙을 찍으면 20000을 조금 넘는다. 이 유닛은 스나이퍼 계열이고, 내구가 가장 물렁한 편에 속하는 유닛이다. 공격력은 6000대인데, 솔직히 자릿수를 두 개쯤 빼 버려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괜히 알아보기만 어렵다.

숫자가 높으니 쎄보인다

 

 카운터사이드의 레벨 성장곡선에서 추측할 수 있는 사실엔 무엇이 있을까. 카운터사이드의 레벨 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카운터사이드는 유저간 레벨 경쟁이 없는 게임이다. PVP는 어쨌든 준비된 캐릭터들끼리 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가파른 성장 곡선이 필요한 것인가. 메인 컨텐츠인 메인스트림의 진행, 난이도 조절을 레벨 업에 따른 스탯의 수치상 변화에 전적으로 맡겨놓고 있다는 뜻이다.

 

> 카운터사이드의 pvp환경에서, 1레벨과 110레벨의 캐릭터의 스탯 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선 레벨이 낮은 상태로 냅둘 메리트가 전혀 없고, 이기길 원하는 유저는 최소한 공평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원한다. 1레벨과 110레벨의 비교는 곧 사용할 수 없는 상태와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의 비교라고 할 수 있다. pvp에서 이 두 상태의 스탯 차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것이 의미를 가지는 환경은 앞서 언급했듯 엔드컨텐츠가 아닌 pve,메인스트림, 이벤트 전역 등에 한정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카운터사이드가 현재 캐릭터 육성용 재화를 다양한 방법으로 말 그대로 퍼주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후술할 운영 이슈에 대한 단락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파생된 효과를 먼저 살펴볼 순 있겠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1~5EP까지의 메인스트림을 메인 컨텐츠로서는 상당히 애매하게 만들어버렸다. 스펙 테스트로서의 기능이 빠진 메인스트림에 남는 것은 스토리밖에 없다. (이건 앞서 언급했듯 무난한 정도)

 

 두 가지 PVP가 마련되어 있다. 하나는 상대가 미리 등록해둔 덱이랑 오토로 겨루는 것(전략전) 이고, 다른 하나는 실시간 전투(랭크전)이다. 전투 자체는 pve랑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이제 환경 관리를 위해 설치된 특이한 장치가 있다.

 

 밴,업은 PVP에서 여러 캐릭터를 사용하게끔 하는 장치다. 너무 잘 쓰이는 캐릭터는 자동으로 밴을 당하는데, 이렇게 되면 배치 코스트가 1 높아지고, 업 되는 캐릭터는 대충 그 반대의 긍정적인 효과가 적용된다. pvp의 메타 변동성엔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은 결국 여러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는 뜻이고, 초심자의 접근성엔 악영향을 미친다.

뭔가 구차하지만 재미있는 시스템

 

 물론 pvp같은건 고인물들 열심히 하라고 만들어놓은 거니까, 조작성이 결여된 전투 시스템과 맞물려, 뉴비가 별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불편한 구석이 있다면 일일 미션으로 pvp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건 본질적으론 아랫물 깔아주기가 아닐까 싶다.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났으며, 이용자 여론이 낙관적이지 못한 게임일수록 개발진들의 운영 방향성에 대한 잡음이 있는 편인데, 이것이 단순 문단 한 토막 가쉽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면 좋겠지만 보통의 경우 게임의 내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카운터사이드는 다사다난한 2년차를 보내고 있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정식 출시 4개월 뒤에 감행된 2.0 패치가 게임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 때 카운터사이드 운영진은 게임의 장르를 코레형 수집게임에서 가챠형 수집게임으로 바꿨다. 베일에 가려진 내막이나 자세한 변경점은 나같은 외부인의 시점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 변화의 흔적은 현재 시점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만렙을 찍는데 몇십개의 중복 캐릭터를 요구하는 초월 시스템이 그것이다. 이것이 혜자네 창렬이네를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중복 캐릭터들을 대체하는 초월용 자원을 또 퍼주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 있다. 카운터사이드는 지금 육성용 재화를 퍼주고 있다고. 마치 게임이 서비스 종료 직전에 서비스하는것마냥 두레박으로 퍼주고 있는데, 카운터사이드는 딱히 곧 서비스를 종료할 게임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게임이 타사 게임과 콜라보를 하진 않을 것이다. (이건 매너의 문제) 단순하게 생각해서, 개발 방향성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혹은 서로 다른 의사 결정권자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사전 예약으로 뿌렸던 만큼의 재화를 매일 뿌리고 있다.

 

 아무튼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서 살펴보자. 솔직히 이 게임, 일러스트 크게 보기 화면에서조차 굉장히 의문스럽다. 공용 캐릭터 배경으로 쓰기엔 많이 부적절해 보이는야경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굳이 세로 화면으로 바뀌는 것도 불만족이다. 게다가 왠지 모르게 AR기능이 붙어있다. 이런 스티커 촬영은 조금 추레한 옛날 트렌드가 아닌가? 기능적인 문제는 없겠지만 농담같은 기능이다. 백지 위에AR을 켜서 하얀 화면으로 보라는 뜻일까.

살짝 페도에 진심인 것 같은데

 

 R등급 이하 캐릭터의 품질이 굉장히 들쭉날쭉이다. 어떤 건 보이스가 없고 어떤 건 Live2D가 없다. 반면 최근 나오는 SSR(그리고 각성)캐릭터일수록 잘 뽑혀 나온다. 이건 결국 취향의 영역이지만, 성능도 구리고 외모도 구린 캐릭터가 너무 많다. 이런 R-N등급 캐릭터들은 일반 맵을 돌 때마다 알감자 캐듯이 쏟아져 나온다.

 

 레어도가 높은 캐릭터들도 사실 애매하다. 카운터보다 솔져나 메카닉 쪽의 사정이 더 열악하다. 생김새도 그렇고 대사도 그렇고... 캐릭터성을 따지기 이전에... 자동차나 비행기 같은 것들이니까... 솔져는 다 좀 비슷비슷하게 생겼고... 이런 캐릭터들이랑 종신계약이라는 시스템의 탈을 쓴 결혼을 하는데, 탱크랑 결혼하는게 컨텐츠인 게임이 어디 있단 말인가? 탱크가 보면 서류 업무도 한다.

 

 플레이어의 분신이 되는 캐릭터도 굉장히 애매하다. 개성이 있는 탓에 플레이어가 이입할 수 없다. 신비감도 없다. 안타깝게도 매력 역시 없다. L[o_o]」 이렇게 생긴 로봇을 얼굴마담으로 쓰고 있는데, 이거 좀 까다롭지 않나 생각한다.

 컷씬 연출이나 배경 아트의 경우 꽤 상태가 괜찮다. 애니메이션을 넣으면서 공들인 컷씬은 에피1의 첫 부분에서만 나오긴 하지만.

 

 추스리자면, 전투 시스템이 미흡한 탓에 많은 부분에서 피해를 보고 있고, 스토리는 크게 모난 곳 없으나, 스토리에서 조명받지 못하는 캐릭터들은 딱히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카운터, 메카닉, 솔져 다 던져주고 "여기서 네가 좋아하는것만 골라잡아" 하기엔 풀이 너무 좁다. 애착을 가지게 된다면 길게 잡고 있는것도 별로 어색한 일은 아닐 것 같지만, 운영 측면에선 개발자들을 크게 신뢰하기 어려울 것 같다.

 

리뷰 텀이 꽤 길었는데, 앞으로도 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