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이라는 명칭에서, 모바일은 실행하는 기기의 지칭일 뿐, 장르적 구분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출시되는 모바일 게임들의 디자인적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장르 구분으로서도 암묵적으로 기능하게 되었다. 체험기 작성을 시작하면서 지금껏 여닐곱개의 모바일 게임을 해 보았으나, 구매하여 실행하는 즉시 매대에서 내려오는 여타 패키지 게임들과는 결이 달랐다. 많은 경우 라이브서비스를 전제하며, 모바일 환경, 가챠라는 특수성이 있는 모바일 게임들은, 이렇다저렇다 결론짓고 얘기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타이틀마다 2~3주씩만 해보고 체험기를 쓰려던 당초의 계획은 좌초되었다. 물론 원인 지분의 상당수는 드래곤 퀘스트 택트가 상상 이상으로 재미없었던 탓이기는 한데, 결과적으로 1년 이상 끌어버린 블루 아카이브도 문제가 까다롭다. 난 아마 이 게임에 대한 객관성을 잃었다. 이 점은 정말 아쉽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
블루 아카이브는 넷게임즈에서 내놓은 전술성 CCG다. 개발진이 유명하다. 큐라레 마법도서관 때부터 성공적으로 합을 맞춘 김용하 사단이라는데, 큐라레는 안 해봐서 모르고, PD가 공중파 나와서 이상한 거 했던 게 짤방으로 돌아다니는 건 몇 번 봤다.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중국 퍼블리셔 요스타를 끼고 일본에 선출시했다. 게임의 텍스트나 분위기가 여러모로 일본 느낌이다. 과감하다.
일단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블루 아카이브는 드래곤 퀘스트 택트만큼 재미없는 게임이다. 차이를 가르는 것은 캐릭터가 대부분 고품질의 미소녀라 육수가 잘 끓으며, 그래픽 에셋의 퀄리티가 더 좋다는 정도다. 물론 씹덕 게임은 이거 잘하면 장땡이긴 하다.
마음에 드는 동시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는 것은 캐릭터, 스토리 전개, 세계관 구성과, 그것의 전달 방식에 관한 영역이며, 마음에 안 드는 부분밖에 없는 것은 게임의 전투 시스템 전반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천사고리 달린 미소녀들이 총을 쏘는 게임이다. 캐릭터가 지형지물에 엄폐하는 등, 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총기와 총격전이라는 소재는 단지 캐릭터, 배경 설정의 일부로서 기능할 뿐이지, 그런 모습에서 기대하게 되는 턴제 전략, 전략 슈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겪어본 바에 따라, 내가 생각하는 블루 아카이브의 핵심은 단지 캐릭터를 감상하는 것에 있는데, 그 감상하는 방법이 몇 가지의 갈래로 나뉠 뿐이다. 구체적으로는 캐릭터를 가챠로 뽑은 뒤 메모리얼 로비를 언락하는 것, 육성하여 총력전이나 전술대항전에서 움직이는 3D 모델을 보는 것, 캐릭터가 등장하는 메인 스토리나 서브 스토리를 읽는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블루 아카이브의 캐릭터와 세계관 묘사가 가지는 특징은 이렇다.
1. 이야기의 주인공은 학생들 (혹은 학생들과 선생)이며, 학생들은 모두 미성년자들이다.
2. 학원/청춘물을 자칭하며, 미연시 연출을 사용하고, 청소년 소설로서의 정체성이 일부 눈에 띈다.
3.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선생을 제외한 등장인물로서의 성인, 부모가 등장하지 않는다.
4. 세계관, 배경의 묘사가 제한적이고 불투명하다.
설정이 재미있기는 한데, 캐릭터가 미성년자이며 학생이라는, 인물로서의 성질에 이야기 초점이 맞추어지다 보니, 개연성의 요구치가 조금 높다. 각 캐릭터의 내면과 과거 묘사에 할당된 텍스트 분량이 많지 않아,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조연처럼 느껴진다. 이 점에 대한 추가적인 묘사를 기대하게 되는 개인 시나리오, 인연 스토리는 분량이 매우 짧고, 학생과 선생이 데이트하는 장면밖에 나오지 않아, 단발적인 재미는 있으나 와닿는 것이 적다.
모모톡은 솔직히 좀 버려지는 것 같다
인연 스토리는 메모리얼 로비의 스끼다시다. 이벤트 스토리는 등장인물이 적고 사건 규모가 작을수록 재미있다. 메인 스토리가 가장 좋은데, 개별 이벤트 스토리의 분량이나 퀄리티가 메인 스토리 1장 만큼씩은 되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 아쉽다.
게임의 전투 부분에 대해서는 별달리 할 말이 없다. 자동적으로 차는 코스트를 소모해 적당한 위치에 적당한 스킬을 뿌리면 끝이다. 다른 조작은 자동이다. 캐릭터를 직접 이동시켜주지 못하며, 엄폐물은 쉽게 부서지고, 출력되는 숫자의 자릿수가 높아 알아보기 힘들다. 헥사 타일 위에서 움직이며 여러 번 전투하게 되는 큰 스테이지들도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싶다. 이건 전투라기보다는 퍼즐이고, 도전적이기보다는 번거롭다.
총력전(보스전)이나 전술대항전(비동기 PVP), 이벤트 스토리의 챌린지 맵 같은 경우 꽤 도전적이라 살짝 흥미가 가기는 한다. 대체로 연출도 재미있다. 하지만 결국 재화를 사용한 캐릭터 스펙업이 우선이라, 의욕이 샘솟진 않는다. 전략으로 극복!! 같은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애시당초 별다른 조작 옵션도 없는 데다가, 총력전이나 전술대항전의 보상 기준은 절대평가가 아닌 유저 간 랭킹, 상대평가에 기반한다.
오토로 하나 직접 조작하나 별 차이 없는 느낌
이 미친 치킨 게임을~~
이런저런 부분에서 말을 아꼈다. 게임을 하도 예전부터 해서 스토리가 긴가민가 싶기도 하고. 커뮤니티 노출이 많은 게임이다 보니 내가 직접 해본 경험인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나리오 부분도 그렇다. 추측은 몇 가지 있으나 그럴듯한 논거는 부족하다.
예를 들어, 작중 배경 설정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는 것은 , 묘사를 하면 할수록 지어내야 할 설정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말은 학원도시인데, 연구 교육시설이 밀집한 도시라 학원도시인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자치하기 때문에 학원도시다. 학생회장이 자치구 시장처럼 행동하고, 치안을 학생들이 지킨다. 대체 어떤 사회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1개 스토리를 쭉 따라가는 것도 아니고 옴니버스식 전개라, 카메라를 여기저기 비추는데, 조명이 캐릭터에만 가고 배경을 설명해주진 않으니, 너무 신경쓰인다.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 땅에 발붙이고 살기 마련인데, 등장인물들이 붕 떠 있는 것 같다.
메인 스토리 전반에서는, 책임감 있는 어른, 선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며, 꽤 재미있고 볼만하지만, 인연 스토리 전반에서는 사제간의 유사 연애 관계를 묘사하며, 어물쩡 넘어간다. 윤리적으로 바르지 못한 일인데도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장면이 없는 것은, 선생이라는 캐릭터의 책임의식이 부족한 것 아닌가? "키보토스에서 사용하는 선생님이라는 어휘는, 현실의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고 하는 인터뷰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뭔가 면피성 설정처럼 느껴진다. 밝고 건전한 게임 맞는지 잘 모르겠다.
게임을 시작하고 얼마간은 꽤 재미있고, 캐릭터는 잘 만들어졌고, 스토리도 한번 읽어볼만한 블루 아카이브지만, 모바일 게임이라 기간적으로 오래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 굉장히 피곤하다. 전투 연출은 좋은데 시스템은 재미없다. 가벼운 것이 장점이지만 앱이 무겁다. 짧게 해보고 접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드퀘 택트때문에 한참 밀렸다. 택트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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