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4. 5. 7. 23:01

 

괴물은 털이 전혀 없었고, 피부는 가죽 같은 느낌을 준다. 기묘한 위치에 비늘이 산재해 있었다. 성性 구분은 없는 듯했다.

 

 DLC가 또 나왔다. 나는 또 얼마간의 인생을 허송해야만 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DLC는 1년 조금 넘는 간격으로 연이어 발매되는 듯한데, 아마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것이다. 마지막이었으면 그점을 어딘가에 적어두었겠지. 그러지 않을 이유도 없다. 나는 타이난에게 연회비를 결제하고 있는 것인가?

 

 림월드라는 게임에 대한 소개를 간략하게 하자면, 외계 행성 정착지의 시뮬레이션이다. 개발자 타이난은 '이야기 생성기'라고도 부른다. 타일 베이스 게임이고 일시정지와 배속이 가능하다. 정착지를 약탈하고자 (아마도 혹은 그냥) 계속 밖에서 적이 쳐들어기 때문에, 방어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몇가지 루트 중 하나를 타 임무를 완수하면 엔딩. 엔딩 이후로도 기지는 남으니 계속 게임할 수 있다. 지금 생각하면 기지 운영 게임이라기보다는 전략 디펜의 성격이 더 강한 듯하다.

 

 이번 DLC 아노말리의 컨셉, 루데온 스튜디오에서 소개하는 바로는, 크툴루, 케빈인더우즈, 기타등등에서 영감을 받았더란다. 크리쳐, 미스테리, sf등. 그러한 "엔티티"들을 포획하고 연구하는 컨셉의 DLC이다. 그리고 호러? 그건 하나의 키워드는 될 수 있지만, 메인 컨셉은 아니다. 이번 DLC 이후로도 림월드는 여전히 정착지 시뮬레이션이다. 그리고 여전히 이야기 생성기이다... 컨셉을 잘 못 살렸나? 그건 아니다. 이색적인 게임 경험이 여럿 추가된 동시에, 그것이 기존의 구조와 맞물린다. 결과적으로 게임이 넓어졌다.

 

아노말리 DLC 컨텐츠를 시작하고 싶지 않으면, 모노리스와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된다.

 

 다음은 DLC의 추가 요소들을 대강 분류한 뒤 나열한 것이다. 동물 비슷한거, 괴물 비슷한거, 이상한거, 추가 습격, 이상한 능력 몇 가지, 그냥저냥 괜찮은 자원 유형 한 가지, 까다로운 이벤트 몇 종류, 개꿀 이벤트 몇 종류, 추가 엔딩.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구조 위에 얹히는 것들. 모드로도 이미 구현된 것들이 있지만, 공식 지원이라는 면에서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일단 이 "실체"들, 기본적으로는 이전에 없었던 유형의 위협으로서 기능한다. 예를 들면 휘청거리는 자, 시체에 초월입자가 들어가 움직이는, 이른바 좀비가 습격해오기 시작한다. 휘청거리는 자들의 AI는 극히 단순하여, 눈 앞의 적을 공격하며, 적이 없으면 구조물을 친다. 플레이어가 생각해뒀던 기존의 여러가지 습격에 대한 방어대책을 무시한다. 스펙은 보잘 것 없기에, 쉽다면 쉬운 편이다.

 

 키메라, 이건 기존의 식인 동물 습격의 강화판인 듯하다. 몸뚱이만 믿고 우직하게 걸어들어오다가, 피해가 어느정도 누적되면 후퇴, 시간차를 두고 다시 들어온다. 방어 진형이 다소 망가지기 때문에, 은근히 사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래도 단순한 편.

 

 시야 도둑, 망령, 녹틀 등의 "빛" 관련 기믹이 있는 적들. 어두운 곳에서는 안보인다던가, 빨라진다던가 한다. DLC에서 추가된 조명탄으로 대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연구한 뒤에 이용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오브젝트형 "실체"들, 그리고 위험성을 내포하고는 있지만 잘 사용하면 플레이어에게 이득이 되는 오벨리스크들, "날씨"로 분류되는 실체 이벤트 등. 재미있는 것들이 꽤 있다.

 

모르면 죽어야지가 좀 생겼다.

 

 그리고 이런 "실체"들은 포획한 뒤, '억제실'이라는 이름의 전용 감옥에 수감하는 것으로, 전력과 '생체강'이라는 자원을 뽑아먹을 수 있다. 전력의 경우 다른 발전기 유형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체강은 이번 DLC에서 추가된 자원 유형인데, 말하자면 더 좋은 강철이다. 이걸로 무기나 포탑을 만들면 성능이 더 좋게 뽑힌다. 만능까지는 아니다. 그리고 생체강은 '초정신 의식'의 제물로서도 사용된다.

 

 '초정신 의식'이란 이번 DLC에서 추가된 활동인데, 장소를 지정하고 실행을 명령하면, 지정된 폰 몇 명이 와서 의식을 실행한다. 코스트로는 시간, 생체강, 죄수가 필요한 것이 보통이다. 시행할 수 있는 의식의 유형은 연구로 해금한다. 이 초정신 의식의 성능이 퍽 절륜하다. 십몇년씩 회춘하거나, 포로를 생성해 납치해오거나, 폰에게 목숨을 하나 더 넣어주거나 등.

 

좀 심플해서 아쉬운 구석은 있다.

 

 아노말리에서 추가되는 이벤트들은 사실 대처법에 대한 파악이 늦을 경우, 정착지 전반에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점에 대한 보완책으로서 제시되는 듯한 느낌이다... 달리 말하면 몇몇 실체에 대한 대처법을 숙지하고 있을 경우, 큰 피해는 보지 않는 동시에 초정신 의식을 비롯한 몇 가지 이점은 여전히 챙겨갈 수 있는 구성이다. DLC 컨텐츠에 대해 산수적으로 접근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

 

"실체"라지만 네안데르탈인보다 무서운 것은 몇 없다...

 

 DLC의 엔딩의 경우, 지금까지처럼 드라마틱한 컷씬같은 것은 따로 없지만, 지금까지와 대비되는 차이점이 있다면, 이 "엔딩"을 보는 행위가 이후의 게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우주선을 쏘거나, 귀족의 초청을 받거나 하는 식의 기존 엔딩들이 있다. 그것들을 본 이후로도 같은 맵에서 계속 플레이가 가능한 것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엔딩을 보면 폰에게 부활스택, 무드버프가 들어온다던가 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서 플레이가 가능하게끔 배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치 엔딩 임무를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않거나 네 자유라고 말하는 듯한.. 전에도 얘기했겠지만 이번엔 목소리가 좀 더 크다. 아마 나중에 DLC가 더 나오고 엔딩도 추가된다면, 이번이랑 비슷하게 만들어지지 않을까?

 

결론, 이것저것 색다른 요소들이 추가된 꽤 재미있는 DLC. 추가되는 요소들이 기존의 게임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를 보면, 추가적인 선택지로서 있는게 아닌가 싶다. 게임플레이의 확장이 수평적이냐 수직적이냐를 따져보면, 수평적이긴 한데, 축이 살짝 돌아가 있다. 전체 볼륨이 확장된 것은 여전하니, 만약 다음 DLC를 낸다면 어떤 모습이 될 지 궁금하다. 오래된 DLC는 몇 개씩 끄고 플레이하게 될까?

이제 와 엄청 정확하다는 생각은 안 들지만, 이전의 그래프를 이용해 묘사한다면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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