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4. 5. 12. 23:57

 

 템템, 포켓몬의 대항마, 매너리즘에 빠진 게임프리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게임... 정말 그런가? 템템은 포켓몬의 경쟁자인가? 2020년 1분기에 스팀에 얼리엑세스를 붙이고 출시했다. 당시 포켓몬 신작에 대한 볼멘소리로 인터넷이 시끌시끌했기 때문인지, 템템은 많은 이목을 끌 수 있었다. 개발사는 Crema, 스페인 회사인데, 이력이 눈에 띄는 회사는 아니다. 17년에 FPS로그라이트를 하나 냈는데, 이거 평가가 꽤 괜찮다. 별로 관심은 없지만. 배급사는 험블 게임즈.

 

 크리쳐 콜렉팅 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장르화가 되었는데, 읽히기로는 그냥 포켓몬 짝퉁들인 것 같다. 템템은 이들 중 가장 큰 흥행 성적을 거뒀다. (팰월드를 제할 수 있다면) 포켓몬 본가 시리즈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점을 꼽자면, 템템이 MMO 환경에 있다는 것인데, 여기 매력을 느꼈던 사람이 많은 듯하다. 이것은 본가 포켓몬 시리즈 팬덤의 오랜 기갈 중 하나였으니...

 

 템템은 150여종의 "템템"을 수집하고 성장시켜, 배틀하는 게임이다. 오픈월드는 아니고, 진행이 선형적이다.  템템 잡고 관장 따잇 악의 조직 따잇 라이벌 따잇...NPC 다 이기고 나면 이제 플레이어들이랑 대전인데, 이거 안해봤다. 귀찮아서... 그러니까 PVP 환경에 대해서는 이후 언급하지 않는다. 길드전이니 랭킹전이니 있는 것 같은데, 굳이..? 솔직히 포켓몬이든 이거든 PVP는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한 25년 전부터 규칙이 거의 달라진 게 없잖아? 초등학생때 했던 DP대전도 별로 재미 없었다. 나는 공박사인지 뭐박사인지한테 받은 토대부긴데 친구는 다크라이다. 분명 복제 포켓몬이다.

 

와! MMO!

 

 게임이 사실 좀 전형적이기 때문에, 짚고 넘어갈만한 것들은 이제 디테일들이다. 달리 언급할 만한 것은 전투 시스템인데, 이건 나중에 한다. 포켓몬 시리즈 (최신작은 사실 안해봐서 잘 모른다) 도 그렇지만, 크리쳐 콜렉팅이라는 특징을 제하면 게임의 기본 구조 자체는 JRPG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기서 세일즈 포인트가 되는 것은 아무래도 캐릭터와 스토리인데, 템템은 이게 부실하다. RPG로서의 기본이 부족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템템의 캐릭터 디자인이라는 것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사람 캐릭터 디자인이고 하나는 크리쳐 디자인이다. 다른 게임의 몹 디자인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다루는 캐릭터의 디자인이니, 사람 캐릭터보다 외려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파티원 캐릭터의 디자인인 셈이다. 이것은 감히 말하건대 몰개성하다. 권위있는 근거는 따로 없다. 그냥 내 감상이다. 템템이라는 이 소위 "동물" 캐릭터들은 전부 지나치게 동물...처럼? 생겼다. 사족보행 아니면 이족보행, 가끔 팔다리 없는 그런것들...뭔가 많이 본 것 같은... 그리고 팔레트, 왠지는 모르겠는데 죄다 마젠타-사이언을 비롯해 비슷비슷한 색을 돌려 쓴다. 이건 감성의 문제인가? 아니면 선입견? 꽂히는 캐릭터가 없었다. 사람 캐릭터 포함이다.

 

얘한테는 대체 무슨 매력을 느껴야 하는지...

 

 게임의 스토리, 이것은 MMO게임의 스토리에 기대되는 수준에 못 미친다. 잘 못 말했다. 이것을 스토리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부정확한 표현이다. 뭐가... 없다. 게임의 진행을 돕는 텍스트가 있기는 한데, 와닿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 게임은 MMO 환경에 있기는 해도, 플레이어끼리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에서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부분까지, 스토리를 밀고 있는 부분까지는 그렇다. 좌우간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후술하기로 했던 전투, 기본적으로 2:2로 서로 기물을 꺼내 싸우는 턴제 전투다. 다른 형식의 배틀이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20시간 넘게 했는데 없었으니 없는걸로 알겠다. 포켓몬 시리즈에서 달라진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SP의 존재. SP는 기술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자원이다. 이것의 소모량은 각 기술마다 다르다. 매 턴 조금씩 회복되며, "휴식"명령을 하여 크게 회복시킬 수도 있다. SP를 많이 쓰는 기술일수록 효과가 강하다. 또 하나는 대기시간. 일부 기술은 템템이 배틀에 나온 뒤 몇 턴의 대기시간을 거쳐야만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선쿨이다. 이것 또한 길 수록 기술의 효과가 좋다. 그런데, 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포켓몬 본가 시리즈보다 더 전략적인 배틀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아마 PVP를 하면 심리전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데 PVP까지의 접근성 자체가 너무 떨어지지 않나? 애초에 길가다가 다른 사람 붙잡고 PVP를 걸 이유가 없다. 그래봐야 손 안에 뭐가 떨어진다는 거야?

 

PP를 대신하는 진보한 시스템... 이라고는 하지만 그냥 MP다.

 

 그리고 이 턴제 전투라는 것은 사실, 낡았다... 크레마는 자신들의 전투 시스템 디자인에 자신이 있었던 건지 어쩐건지, 강제 전투 인카운터로 게임을 아주 도배를 해 놨다. 물론 NPC랑 싸운다. 쉬운 전투가 영원히 반복된다. 몇 가지 규칙만 주의하면 될 뿐이며, 창의성을 발휘할 구석도, 긴장감도 없다. 그들은 포켓몬을 참고하는데 급급한 나머지 본인들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착각한 것 같다. 어떠한 전략의 변경, 소지한 패의 변경, 이런 것들은 배틀 이전에 외삽되어야 하는 것들인데, 적절한 기회가 없다. 계속 배틀하다 보면 받는 인상은 '질린다' 이것 뿐이다.

 

 이 게임, 템템이 포켓몬 팬들의 가려운 부분을 일부 긁어 주었다는 것은 사실 명확해 보인다. 게임은 버그도 안 보이고, 전투 연출도 괜찮고, 그래픽도 더 나아 보이고(사실 그렇지도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열 몇 시간동안 똑같은 환경을 보고 있으니, 이래서야 뭐 쉐이더가 더 나은들 어쩐들...), MMO다. 그렇지만 세상에 포켓몬 팬만 있는 건 아니잖아?

 

 게임의 BM도 애당초 폭탄을 내재하고 있던 것처럼 보인다. 게임은 애초에 풀 프라이스, 근데 MMO, 그리고 구매자들은 P2W를 싫어한다. 아마 개발자도 P2W는 넣기 싫다. 그런데 구매자들은 추가 템템의 업데이트를 바란다. 그리고 150여종의 템템을 더 만드려면 적잖은 개발비가 든다. 이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애초에 추가를 안 하려 했던 것인지... 포켓몬 본가 시리즈는 그냥 풀프라이스 받고 패키지 하나 더 팔면 그만이다. 그런데 템템은..? 잘 모르겠다. 게임프리크에서 MMO를 안 낸 탓에 참고할 전례가 없었나?

 

그래픽 꽤 괜찮음. 적어도 첫인상은...

 

알까기. 미니게임에 가까움

 

'포켓몬이 이렇게 나왔어야 한다' 고 하는 사람이 종종 보이는데, 이렇게 나왔으면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