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덱 빌딩 3회차. 혹은 3주차. 요 몇주간 했던 게임들 중 가장 오래 했다. 그 이유는 아마 게임을 끝낼 타이밍을 찾지 못해서... 재미있는 게임이긴 한데, 사실 고민도 많이 된다. 이건 대체 구체적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을 여럿 비교해보고 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로그북, 리처드 가필드가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티팩트 이후 개발에 참여한 것인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필드를 떼놓고 보면 개발사는 Abrakam으로, 페어리아 만든 곳이다. 그쪽 세계관을 기반으로 덱 빌딩 로그라이크를 만든 것이 로그북 되겠다. 로그북은 21년 여름에 출시된 후, 1년정도 버그수정하다 DLC내고 땡이다.회사는 이후 미발표 페어리아 관련 게임을 만드는 듯.
게임의 세부 요소를 나열하는 것에 사실 큰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번에 처음 하는 생각도 아니다. 그래서 되도록 필요한 것들만 적어두고 감상을 얘기하곤 하는데, 요 얼마간은 일부러 늘여 썼다. 리뷰의 목적에 따른 방침이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큰 의미는 없는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구조의 탐구에서 읽어낼 수 있는 재미란 극히 표면적인 것들 아닐까...
로그북은 4명의 캐릭터 중 둘을 골라 상대와 카드 배틀하는 게임이다. 두 캐릭터는 앞뒤 자리를 차지하며,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싸운다. 거의 대부분 앞에 있는 캐릭터만 맞는다. 사용 자원은 공유한다. 매 턴 5장을 뽑고 3의 마나를 얻는다. 턴이 끝날 때 모두 버린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같다.
덱 구성도 비슷하다. 카드 넣고 유물 넣고... 특이한 것은 맵핑. 육각 그리드 맵을 '붓'과 '잉크'를 이용해 밝혀나가며 인카운터를 찾아내 강해진 뒤, 보스에게 도전해야 한다. 일종의 퍼즐이기도 하지만, 마치 복권을 긁는듯한 감각. 달리 말할 것 없이 복권이나 마찬가지다. 보스를 잡으면 새 지역으로 넘어가 복권긁기를 되풀이한다. 맵을 세 번 긁으면 끝이다.
즉석 복권
로그북의 카드 구조. 일단 캐릭터마다 출현하는 카드군이 정해져 있다. 전용 카드군이 나온다고 생각하는게 더 정확하다. 이벤트나 유물에 부속된 일부 카드들 빼고는 공용 카드는 달리 없다. 그리고 카드의 유형. '동료' 카드인 것과 동료 카드가 아닌 것으로 나뉜다. 동료 카드가 아닌 것들엔 공격, 수비, 혹은 다른 옵션을 제공하는 카드들이 모두 포함된다. '동료' 카드는 사용 시 서브 유닛을 소환하는 카드들을 말하는 것인데, 하스스톤의 하수인과 슬더스의 파워 카드가 짬뽕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비슷한 기능을 한다.
모든 카드엔 희귀도가 있고, 카드의 출현율과 파워는 희귀도를 따른다. 희귀도인지 등급인지 정확히 부르는 말은 모르겠는데, 그 비슷한게 있다. '동료' 카드를 포함하여, 사용하는 것으로 방어력을 제공하는 카드들, 대표적으로 방어도 5를 제공하는 '수비' 카드, 이런 것들을 사용할 경우, 그 카드의 주인 캐릭터가 전열의 전면으로 이동한다. 대신 맞아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발생하는 '교체'는 게임의 여러 디자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카드에는 항상 하나 이상의 젬 소켓이 있어, 젬을 박아넣어 단일 카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젬의 수급 기회는 게임 전체의 카드 습득 기회의 절반 정도 된다. 카드에 따라 적절한 젬을 박아야 제 값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카드에 유물이 붙어있는 격
게임이 진행되며 캐릭터가 쌓을 수 있는 강함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일단 좋은 카드를 덱에 넣게 되면 강해진다. 여러 장의 카드를 덱에 넣었을 때 '특성'을 선택할 수 있어, 이것으로 강해진다. 몇 가지 방법으로 유물을 획득하여 강해진다. 카드와 유물, 젬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 있어, 여기서 골드를 소모하는 것으로 강해질 수 있다. 모든 요소는 서로 디자인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적절한 조합을 꾸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로그북이라는 게임이 실제로 플레이되었을 때, 보이게 되는 양상은 이렇다. 일단, 모든 적 유닛은 자체적인 성장성을 갖추고 있어, 시간이 플레이어의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이점을 포함하여, 디자인적인 구멍이 따로 없기 때문에, 게임이 어렵거나 불합리하면 불합리했지 질질 끌리는 상황은 없다.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쌓을 수 있는 성장성, 혹은 운영적 이득이란 보통 한 장의 키 카드에 쌓인다. '동료' 카드가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파워 카드 및 하스스톤의 하수인 역할을 한다고, 전술한 바 있다. 하수인 역할이라는 것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서브 캐릭터가 소환되었으니, 공격을 하던 뭘 하던 하여 이득을 가져오는 것임이 명백하다. 동시에 파워 카드, 성장성, 혹은 데미지 딜링 외 이득을 얻어내는 역할도 겸한다는 것인데, 동료 카드들의 예시를 몇 가지 소개하는 것이 빠를 것 같다.
샤라(pc중 하나)의 카드인 이 승마의 달인은, 소환시 매 턴 공격하는 동시에, 활성화 시 기력을 1 소모하여 영웅의 위치를 서로 교체한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다분히 '매직'스러운 카드다. 캐릭터가 전투 중 여러 턴에 걸쳐 쌓는 이득이라는 것들은, 대체로 이런 식이며, 슬레이 더 스파이어나 네오버스마냥 머리 위에 심볼이 쌓이거나 하는 것들은 정말 거의 없다. 캐릭터 넷 통틀어 두어 종류쯤 있나... 오히려 적 유닛들이 이런 디자인(동료 같은 것이 아니라 머리 위에 보이는 심볼-카운터 같은 것들)을 자주 채용한다. 전투상에 있어 다양한 디자인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난잡하지 않고 깔끔하다.
동료 카드의 예
그리고 이렇게 몇 턴간 쌓은 이득을 키 카드에서 폭발시키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물론 밸류가 부족한 다른 카드들은 깍두기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파괴력 있는 카드의 조합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완성되고는 한다는 것이다. 이점은 내가 이 리뷰에서 하고자 하느 이야기의 대부분이기도 하다.
승리 플랜이 되어줄 수 있는 카드들
게임은 이렇게 소수의 강한 카드들, 유물들, 혹은 특성의 조합으로 풀어나가게 되는 경우가 잦다. 이것은 내 플레이스타일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키 플랜이 완성되지 못할 경우 십중팔구 캠페인이 고꾸라진다. 적절한 카드가 나와주지 않으면 쉽게 말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적은, 효과적인 카드들의 조합으로 플랜이 완성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위에서 난 플레이어가 전투 중 쌓을 수 있는 이득이라는 것들이, 대개 카드 한 장의 카드에 쌓이게 되는 형태가 된다고 말한 적 있다. 이것은 위의 카드 '검무' 처럼 교체 키워드의 반복 발동을 통해 이득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캐릭터의 '힘'을 쌓게 되는데, 이렇게 쌓인 힘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카드들을 중심으로 전략을 짜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떠한 심볼, 여러 카드들끼리 공유하는 매커니즘의 종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또한 로그북의 카드는 슬더스식의 강화가 아닌, 젬을 이용하는 좀 더 확장성있는 강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일 카드를 성장시키는 플레이에 좀 더 적극적일 수 있다. 이 젬이 제공하는 강화 효과라는 것이, 결코 소소한 수준이 아니다. 가장 낮은 수준의 젬이 제공하는 보너스만 하더라도, 0코스트 카드 한 장의 밸류에 준한다. 또한 이 게임은 네오버스처럼 드로우를 거저 주는 게임이 아니기에, 카드 한 장에 밸류를 몰아넣는 것은, 디자인상에서도 유도된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적은 카드, 조합으로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은, 이것이 직관적이며 접근성이 좋다는 사실에 있어서는 장점이 되고, 복잡성이 덜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플레이 반복성을 죽이는 단점이 된다. 영웅 조합에 따라 이것저것 여러 상황이 나오긴 하는데, 어떻게 게임을 해야하는지에 있어서는 결국 예상 가능하다는 것이 난점이다. 짧게 생각하면, 그래도 카드 한 장으로 터트리는 뽕맛이 있어 즐겁다.
소수의 조합, 카드 조합, 이러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이것은 사실 서로 다른 두 캐릭터간의 연계에 있어서, 공을 덜 들여도 되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고도 생각할 수 있다. 각 캐릭터가 사용하는 매커니즘이라는 것들, 애초에 그 종류도 아주 적지만, 서로 호환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덕분에 캐릭터간 조합에 있어서 생각해야 할 것들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다. 캐릭터간의 연계 강화라는 것이, 대체로 각 캐릭터의 위치 혹은 역할에 대한 수행 능력을 개별적으로 올리는 것이 주가 되기에, 서로 살짝 따로 논다는 느낌은 있는데, 이 자체는 좋다 나쁘다 말할 것이 없다.
사라야, 넌 너무 강해졌다...
이 게임의 진행 중 성장 곡선, 상당히 가파르다. 키 카드만 몇 종류 나오면 파티가 굉장히 강력해진다. 여기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하다보면 결국 게임이 이렇게 쉬워도 되나? 하는 지점이 나온다는 것.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게임인지가 비교적 명확히 보인다는 것. 소소하게는 또 각 희귀도 티어마다의 유물 종류가 상당히 적은 편이라, 매 판 봤던 유물을 보고 또 보게 된다는 것. 그리고 키 카드가 안나오면 게임이 계속 말리기만 하다가 패배한다는 것... 이건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카드가 초반에 잘 떴을 때와의 낙차가 극단적이다.
비주얼 면에서는 호평할 구석밖에 없고, 꽤 좋은 게임이다. 분명 더 잘 팔릴 수 있었던 게임인 것 같은데, 전에 해봤던 다른 게임들이랑 비교해 봤을 때, 성적 격차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의아할 따름. 내가 모르는 어떠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출시 초기의 DLC 정책 때문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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