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4. 11. 27. 00:33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더랬다. Pso는 말 그대로 역사 속의 게임이다. 물론 뭐 Pso를 두고 게임의 역사 그 자체라고야 말 못하겠지만. 고전 3D 액션 RPG의 계보에서 중요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 지면에서 소개하는 판타시 스타 온라인은 세가가 2000년에 드림 캐스트에 냈던 그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해당 버전, 해당 플랫폼은 이미 십년도 더 전에 서비스를 마쳤고, 내가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사설 서버에서 돌아가는, 2004년 PC에 출시된 완성판, Blue Burst의 개조판이다. 이 블루 버스트의 공식 서버 역시 2008년에 문을 닫았다.

 

 판타시 스타 시리즈, 온라인이 아닌 판타시 스타 시리즈는 메가드라이브 시대의 JRPG 연작이다. 87년~93년까지 정식 넘버링으로는 4개 타이틀이 나온 것 같은데, 온라인 시리즈와는 세계관을 공유하는 정도인 듯. 세가의 팀 소닉이 2000년 말에 출시한 판타시 스타 온라인은 최초의 가정용 콘솔 온라인 RPG라는 기념비를 세웠고, 여기 걸맞은 상업적 성공 역시 거두었다. 2000년 말의 일인데, 비슷한 게임성의 콘솔 RPG,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첫 타이틀이 출시된 것은 이로부터 4년 뒤이다.

 

사설 서버 Ephinea 홈페이지. 15년에 개장하여 24년까지 유지 중. 이밖에 다른 사설 서버들도 있다.

 

 게임은 복잡하지 않다. 던전에 들어가 퀘스트를 하거나 단순 사냥을 하거나의 반복. 아이템을 주워 캐릭터를 강화한다. 사람들끼리의 경쟁 요소랄 것도 따로 없다.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 의의는 협동, 혹은 커뮤니티의 수준에 그친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플레이어끼리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게임 디자인에 전제되어 있지 않다. 당시의 전화선으로 연결된 인터넷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온라인 게임은 가타부타 할 것 없이 그 자체로도 신선한 소재였을 것이다. 콘솔 최초라니 말 다했다. 즉, 여튼간에 이 게임은 오프라인으로도,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요소는 상술했다시피 복잡하지 않다. 한 세션 안에서 같이 던전을 돌거나, 아이템을 교환하는 등의 간단한 상호작용들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 당시에는 채팅 플랫폼처럼 이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점은 포리프나 마비노기처럼 그 당시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모습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루리웹의 오래된 PSO 게시판에 남겨진 글들을 보면 당시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사람이 많다. 접속자 평균 연령이 궁금하다.

 

 고전 미디어를 요즘 다시 보았을 때 종종 지루하듯, 쓰여진 기법이나 요소들이 지금에 와서는 일반적인 것으로 정착한 경우가 적지 않다. 과거의 온라인 게임을 살펴보는 기회로서는 재미있었지만, 솔직히 게임 플레이에 대한 흥미는 쉽게 떨어졌다. 일단 액션의 캔슬이 불가능하고 조작이 투박하다. 옛날 게임이라서인지 온라인 게임이라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게임은 직업을 정하고 시작한다. 헌터,레인저,포스의 세 가지인데, 각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와 스킬이 다르다. 조금씩 겹치는 부분들도 있긴 하다. 레벨 업에 따라 자동으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아니고, 상점에 가서 사야 한다. 일정치의 스탯이 있어야 기술을 배울 수 있는데, 기술마다 다르다. 이렇게 캐릭터가 배우는 기술도 있고, 무기에 붙어있는 특수 능력도 있다. 매크라는 이름의 펫을 키울 수 있는데, 펫은 여러 종류를 바꿔가며 장착할 수 있고, 성장 상태에 따라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스탯 보너스와 추가 스킬을 부여한다.

 

캐릭터의 공격 방식은 기본공격-강공격-특수 공격의 세 가지로, 특수 공격은 곧 무기에 붙어 있는 특수 능력이다. 즉, 무기에 능력이 있으면 특수 공격도 사용할 수 있고, 없으면 못 쓴다. 기본공격과 강공격은 빠르고 약한지, 느리고 강한지의 차이가 있는 것이고, 특수 공격의 경우 부가 효과가 붙는 식이다. 공격 버튼을 적절한 타이밍에 누르면 짧은 공격 딜레이로 3번까지 연속 공격할 수 있다. 달리 복잡한 조작은 없다.

 

몰이사냥 전법

 

무기군은 단순히 근접 무기와 원거리 무기로 나뉘게 되는데, 두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플레이할 경우, 몹을 몰이하는 근접 캐릭터가 하나, 원거리에서 데미지를 넣는 원거리 캐릭터가 하나, 분업을 하게 된다. 일반 전투에서나 보스전에서나 마찬가지. 각 던전의 맨 끝에는 보스 전투가 있다. 몇 종류의 간단한 패턴에 맞춰 체력을 깎으면 클리어. 보스는 종종 여러 부위로 나뉜 피격 좌표를 가지는데, 부위 파괴는 따로 없어 보인다. 용 꼬리가 떨어질까 싶어 꼬리를 열심히 때려 봤지만 딱히 절단되는 느낌은 없었다.

 

장비를 비롯한 아이템들이 적들에게서 드롭되는데, 강화하거나 할 수 있다. 일부 재료 아이템을 모아 제작도 가능한 것 같은데, 평범한 장비를 만들 수는 없어 보인다. 엔드 컨텐츠에 가까워 보인달까.

 

소모품 상점. Disk를 구매하여 스킬을 배울 수 있다.

 

 게임은 전형적인 액션 RPG에서 예상하게 되는 몇 가지 시스템들로 이루어져 있고, 현세대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한 개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과거 세대의 게이머들이 PSO를 보면서 과거의 즐거웠던 한 때를 떠올리는 것을 보면, 후세대 게임들의 원형은 이 쪽에 있는 것이 아닐까.

 

고전 게임 나름의 재미는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