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소년 쿵? 굴착소년? 그런 플래쉬 게임이 있었던 모양이다. Super Mining Mech를 내 눈 앞에 가져온 사람도, 나중에 참가한 사람도 다들 그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 게임을 모른다. 애초에 플래쉬 게임을 잘 모른다. 좋아했던 게임이래봐야 전쟁시대 정도? 애초에 전쟁시대가 플래쉬 게임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만. 아마 맞겠지.
그런고로 나름의 지명도는 있던 것으로 보이는 드릴소년 쿵과 비교해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그들의 의견에 대해, 나는 별다른 의견이 없다. 게임은 여닐곱시간 정도의 얕은 볼륨을 가지는데, 나름의 재미는 있었다. 멀티 플레이가 가능했기 때문에, 서너명이 모여 엔딩까지 봤다. 딱 한 달 전의 일이다. 어떤 게임이었는지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원래 살던 곳의 지하자원이 고갈아서 다른 행성을 순회하며 땅을 판다는 컨셉의 게임이다. 관련하여 스토리 진행을 하기는 하는데, 대화 텍스트로만 진행되는 게임 스토리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좋게 말해 캐주얼한 게임이다. 채굴 장치가 달린 기계(Super Mining Mech란 이것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다.)로 땅을 파, 자원을 캐서 다시 채굴 장치를 업그레이드하는 게임이다. 드릴, 이동부분, 짐칸 등 여러 부위로 나뉘어 업그레이드하며, 파츠별로 갈아끼울 수 있는데, 딱히 선택의 여지는 없다. 좋은 것과 나쁜 것 중에 고르라는 것을 선택지라고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각 행성마다 간단한 채굴 목표가 있다. 대체로 채굴 깊이와 관련된 과제인데, 무언가 설치하라는 과제도 종종 있다. 기계의 파츠별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은 서로 다른 행성에 귀속되어 있기 때문에, 업그레이드하고 떠나고의 반복이라는 감상이 강하다.
세부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혹평할 요소밖에 남지 않는데, 이는 단지 기준을 적절한 수준보다 높게 잡고있기 때문이다. 할인 끼워서 2000원 정도에 구매했던, 정가 5600원짜리 게임에 뭔가 대단한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일이긴 하지만, 가격은 잠깐 무시하는걸로. 스팀 리뷰에 비추를 찍는 것도 아니니 양심에 찔릴 것도 없다.
자원의 채굴을 비롯해, 게임의 모든 시스템이 매우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지형은 사각 그리드의 타일로 이루어져 있으며, 캐릭터( 마이닝 매크)의 크기 역시 타일 한 칸이다. 타일 한 칸보다 조금 작다. 자원의 채굴은 플레이어의 위치를 기준하여 타일 방향으로 이동 방향키를 누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아래, 좌우로는 캐지는데, 위로는 안캐진다. 그리고 공중에 뜬 상태에서 옆으로 파고들어 땅을 팔 수도 없다. 때문에 굴을 파놓은 경로에 따라 원하는 위치의 자원을 캘 수 없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땅을 팜에 있어 최소한의 계획이 필요하다. 이 게임 나름의 퍼즐성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딱히 독창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베껴온 다른 게임의 기본적인 디자인 요소이기 때문. 이 게임만의 무언가 확장이 있었느냐고 하면, 아마 없는 것 같다.
캐놓은 자원을 조금 이용해서 지하에 시설을 건설할 수 있다. 전신주를 설치해서 전력을 끌어오고, 자동 채굴시설을 가동시키고 하는 정도의... 시설이라고 하면 뭔가 팩토리오스러운 무언가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런거 없다. 애초에 특정 자원을 자동적으로 채취할 필요 자체가 거의 없다. 일단 특정 행성에서의 자동 채취가 시작될 즈음이면, 그 행성에서 필요한 자원은 모두 캤고, 슬슬 다른 행성으로 이동할 시점이다. 다른 행성에서는 자동으로 캐놓은 자원을 안 쓴다. 게다가 그냥 직접 캐는게 더 빠르기까지 하다.
플레이어가 캐내는 이 자원이라는 것이, 꽤 종류가 많다. 원소 주기율표 비슷한 스티커북에 지금까지 캔 자원이 하나하나 등록되는데, 이 자원이 다양하는 사실이 가지는 의의는 단지 스티커북이 알차 보이다는 점 외에는 없다. 자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쓰이는 것도 아니고, 다르게 쓰이기 위해 서로 다른 자원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여러가지 있으면 좋아 보이니까 여러가지 있다. 여러가지 있으니까 좋아 보이긴 한다.
스티커북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나름의 충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메카의 업그레이드,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그냥 수직적이다. 매력이 느껴지는 점은 없다. 매크의 이동수단을 바퀴나 궤도 말고 다리로 달아놓으면 드릴이 고추처럼 보인다. 고추처럼 보이고 싶어서 성능을 포기하는 것도 웃긴 까닭에 곧 다시 상위의 캐터필러나 바퀴 따위로 바꾸게 된다.
행성의 기후에 따라 온풍기를 설치하거나, 용암 배수구(?)를 설치하는 등의 소소한 기믹이 있는데, 소소하다. 그 밖에도 소소한 시스템이 몇가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소소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내 생각에 다름아닌 저 스티커북이다. 스티커북에 원소를 하나하나 등록하는 행위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이 게임을 하면서 의욕을 느꼈던 부분은 결국 앞으로 무슨 원소가 나올까 하는 궁금증에 있던 것 같다. 이런 도감 시스템... 그냥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디자인으로서도 유효한 건가? 새삼 배웠다.
2천원짜리 게임치고는 꽤 재밌게 한 것 같다. 테무 테라리아가 아닌가? 멀티플레이어 킬링타임으로도 그냥 괜찮다.
맵에 낙서도 가능. 내가한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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