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4. 12. 22. 19:05

 

 생에서 가장 오래 플레이했던 게임의 순위를 꼽자면, 도타 2는 4등 안에 든다. 이상하게도, 나로서는 이게 뭐가 그리 재미있어서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플레이타임의 대부분은 10년 가까이 전에 기록했던 것이고, 특별히 잘하지도 않았다. 그저 롤의 대안으로서 선택된 게임이 아니었나 싶은데, 이제와 본심은 알 길이 없다.

 

 도타는 몇 가지 불명확한 규칙이 있는 팀 스포츠 게임이다. 기본적인 과제는 서로 상대의 방어 건물을 부수는 것으로, 건물은 정사각형 맵의 대각선 구도 위에 3개의 경로로 나뉘어 설치되어 있다. 경로 위엔 각 팀마다 3개의 방어 타워가 있어, 이 건물을 잃거나 부수는 것으로 각 팀간 맵 장악력에 차이가 생긴다.

 

 경쟁의 목적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수단이나 과정이 조금 복잡하다. 게임의 시작 시점에서, 각 팀 5명의 플레이어는 각자 플레이할 캐릭터를 고르고, 경험치와 골드를 모아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 목표물을 부숴야 하는데, 각 캐릭터마다 강한 타이밍이 서로 다르다. 어떤 캐릭터는 게임의 초반에 강하고, 어떤 캐릭터는 궁극기가 찍히는 6레벨 타이밍에 강하고, 어떤 캐릭터는 골드를 모아 아이템을 산 뒤에야 강하다.

 

 각 팀 플레이어의 실력이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이렇듯 서로가 교전하여 이득을 볼 수 있는, 강한 타이밍이 정해져 있어, 그 때 방어 건물을 부수거나 킬을 많이 따내는 등, 게임의 판도를 바꾸는 행위를 성공시키는 것으로, 게임을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득을 보는 행위는, 팀의 협력이 없으면 성공시키기 어렵다. 상대의 플레이를 막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로, 팀이 협력한다면 상대가 강한 타이밍도 흘려넘길 수 있다.

 

 이처럼 서로의 팀이 강한 타이밍과 약한 타이밍이 있는 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타이밍의 수와 그 파급력 등이 픽으로 정해지는 것이다. 개인의 컨트롤과 팀의 운영 전략이 함께 수행되어야 하는 복합적인 게임인데, 사실 그냥 별 생각 없이 RPG처럼 플레이해도 나름 재미있다. 따라서 게임을 데스매치 하듯이 플레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뵌다.

 

 도타는 복잡한 게임이다. 예전에도 복잡했는데, 10년 넘게 업데이트하더니 더 복잡해진 것 같다. 게임 안에 쌓인 정보량이 많은데, 팀에서 각 플레이어야 해야 할 역할 역시 정립되어 있다. 이런 포지션 개념이 단지 유저들 사이에서 정립된 것인지, 혹은 밸브와 얼음개구리의 의도 아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와서는 굉장히 체계적이다. 7.0 업데이트 이후 맵이 넓어지고 따먹으면 좋은 바나나(부가 목표물)가 이것저것 생겼는데, 서폿들 재미있으라고 넣어놓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