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2019. 4. 14. 0:10
그리고 그는 떠났다. 알아볼 수 없을만큼 변모하여.
이것저것 리뷰할 게임을 찾고 있는데 리스크 오브 레인 2(이하 롤2)가 대뜸 출시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퍼블리셔도 처클피쉬가 아니라 다른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같이 뭘 발표했더라? 암튼 고건 잘 모르겠고, 1+1이길래 샀습니다. 저는 원래 편의점 1+1이면 토레타도 마시는 사람입니다. 하물며 원래 관심 있던 롤2야, 문제 없습니다. 작은 고민이 있다면, 남는 카피는 누구에게 주어야 하는 것인가..?
우리 퍼블리셔가 미쳤어요
게임으로 들어가서, 롤2는 후푸 게임즈에서 개발한, 13년 경 출시된 리스크 오브 레인의 후속작입니다. 해당 게임의 리뷰도 써두긴 했습니다. 남 보여주긴 부끄럽지만. 그때 했던 이야기중에 기억에 남는 게(그 사이 3달 지났다.-20), 그때 드러난 롤2의 스크린샷에서, 스킬 아이콘이 도트인 것이 마음에 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출시되니 고해상도 아트로 바뀌었습니다. 후푸는 점박이들을 먹버한 것이 아닐까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롤2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하는 것은 이 시점 변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이 전작의 2d에서 3d로 바뀌었으니 당연히 그렇습니다만, 그 외에는 바뀐게 거의 없다시피 하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플레이하는 감각 자체도 전작과 비슷합니다. 이하 몇 문단은 이 시점 변경을 염두에 두고 서술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친구들. 너희 탈출한거 아니었니
롤2는 전작과 비슷하게 캐릭터 하나를 골라 시작합니다. 고르는 캐릭터에 따라 플레이 양상이 바뀝니다. 운영법도 다르고. 아이템과의 시너지도 달라집니다. 체력과 스킬셋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는 전작과 동일합니다. 동일한 캐릭터도 몇 종류 있습니다. 다만 이제 2D 사이드스크롤에서 3D TPS가 되었기 때문에, 스킬도 축 하나를 더 고려한 모양새로 바뀌었습니다.
아이템 역시 전작과 거의 동일합니다. 전작에서 원형 범위에 효과가 있던 아이템은 이번엔 구형 범위에 효과를 보이고 하는 등, 크게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축이 하나 더 추가되다 보니, 전작의 효과를 그대로 계승한 아이템이라곤 해도 상대적 효율이나 가치가 조금씩 변하게 된다거나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을 처치하면 그 자리에 폭발을 일으키는 위습 병 같은 경우, 2d라서 적이 겹치는 상황이 잦게 나오던 전작에서와 달리, 롤2에서는 적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진다던가 하는, 당연한 수준의 변화가 있습니다.
숫자딸은 여전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답도 없이 쉬웠던 전작에 비해, 난이도가 꾸준히 올라가는 것이 눈에 뚜렷히 보입니다. 난이도 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대강 감이 오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인데, 첫째로는 레어(전설)아이템의 드롭률이 확연히 떨어졌습니다. 노오말이나 언커먼보다 개당 효과가 좋고, 게임 양상에 비교적 큰 변화를 가져오는 레어의 출현 빈도가 떨어졌고, 둘째로 시간 경과에 따른 난이도 상승폭이 넓어졌습니다.
전작에서는 템이 어느정도 쌓이게 되면, 그리고 인퓨전과 곰인형이 들어오면 일부러 죽기도 힘들 정도가 되는데, 본작에서는 저런 체력템들이 리밸런싱되고, 적들의 체력량, 데미지량도 가파르게 올라가기 때문에 후반에도 한 방 두 방 잘못 맞으면 참피처럼 찢어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작보다 양적으로 나아진 점이라고 한다면, 제단이나 맵 오브젝트가 더 다양해졌다는 것 정도가 있습니다. 전작에 비해 맵 오브젝트들의 종류가 3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이전에 단점으로 꼽았던 변수 부족을 완화해주는 요소입니다.
활성화하면 주변에 리젠 오라가 켜지는 신규 제단이다. 사실 별 쓸모는 없다
또한 늘어지는 게임 진행을 가파른 난이도 상승과 리밸런싱으로 잡아주고 있습니다. 개발진들이 대박친 리오레의 후속작인만큼, 개발 짬도 쌓인 만큼 디자인적인 고민이 있었던 듯, 굉장히 나아진 모습입니다만, 그래도 뭔가 부족함을 느낍니다.
아마 제가 전작을 하도 많이 해서, 질려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전작부터의 아쉬운 점들이 확실하게 해소된 건 또 아니다 싶기도 합니다. 제 힙스터적인 고집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이런 미묘한 아쉬움을 달래주는 절묘한 모드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멀티플레이어입니다.
용사를 모집하는 건 힘든 일이다
멀티플레이가 싱글과 다른 것은 인원수 비례하여 몹 스폰이 늘어나고,상자 스폰도 늘어나는 정도입니다. 몹 체력과 데미지가 늘어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 몹은 수만 늘어나고 보스도 체력과 수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암튼 다른 점은 이 정도지만 꽤 괜찮습니다.
멀티플레이 시 캐릭터가 (n<5)개가 되는 것이므로, 꽤 여러가지 전략을 시도해 볼 수도 있고, 팀플레이 지향적인 스킬도 두어개 있으므로 재미있는 장면이 여럿 나옵니다. 사실 별 건 없고 같이 놀 수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겠죠. 멀티플레이에서만 접근 가능한 콘텐츠같은건 딱히 없습니다. 나중에 추가될 수 있겠네요.
멀티플레이 환경 역시 꽤 안정적입니다. 스팀에서 서버를 호스팅해주는데, 핑렉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도중에 제 컴퓨터가 살짝 버거우셨는지 멈추는 일은 있었는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얼리엑세스 기간인만큼 단점보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게 아닐까 싶긴 했는데, 별로 단점이라고 할 만한 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왤케 질리지 근데? 이상한 기분입니다. 그래도 비주얼적인 단점이 있긴 합니다.
맵의 오브젝트들을 식별하기가 힘듭니다. 텔레포터를 찾아 다음 맵으로 가야하는데, 이 텔레포터가 가시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어디 구석에 있는 건 양반이오, 반은 어디 함몰되어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이템 박스도 잘 안보이거나 합니다. 이건 나중에 어떻게 고치겠죠. 아웃라인을 뜨던가 해서.
이 맵에선 특히 찾기 힘들다. 종종 물 속에 가라앉아 있기도 한다
그래픽 컨셉은 베이퍼웨어를 연상시키는 듯한, 디테일 없는 모델링입니다. 깔끔하니 좋긴 합니다. 전작 생각도 나네요. 도트는 아니지만. 도트의 친구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비용으로 보나 뭘로 보나 적절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허접시럽다는 느낌도 안 듭니다.
그린 티가 난다. 손맵의 범주에 드는 걸까
이것저것 언락할 게 많습니다. 얼리엑세스인 만큼 추가될 것도 많습니다. 개발자 피셜로 60%인가 70%인가 완성도라고 합니다. 주변인이 다 강한친구가 되어버려서 같이 할만한 사람이 적습니다. 얼리엑세스 초장부터 스팀 평가가 상당히 후한 만큼, 이후가 기대되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딱히 많이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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