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2019. 5. 11. 17:20
「공은 몸으로 되어있다ㅡ.」
맥주랑 스크류드라이버랑 이것저것 해서 마시고 왔습니다. 그냥 번화가 술집인줄 알았는데, 칵테일바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해서 간김에 스크류드라이버 첫경험을 해보자 싶어 주문했는데, 뭐죠, 이 익숙한 맛은? 델몬트 오렌지주스에 보드카 알콜을 상상했는데, 집에서 가끔 타먹는 진토닉이랑 비슷합니다. 여기 스크류드라이버는 오렌지 대신 레몬을 넣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집에서 직접 오렌지 넣고 타 먹어 봤는데, 확실히 맛이 다르다.-20)
후속으로 스텔라를 마셨는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어쩐지 싸더니만 뭔가 맥주가 맛이 비리비리 합니다. 친구 말로는 상콤한 걸 마시다 종목 변경을 한 탓이라는데, 이거 아무리 지나도 비립니다. 아무리 팝콘을 입 안에 집어넣어도 비립니다. 나쵸도, 감튀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융화제를 찾다보니 어느새 전도체는 바닥, 이젠 일어날 때. 끝맛이 구린 술자리입니다.
입가심용 술을 하나 주문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분위기에 휩쓸려 일어났습니다. 나가면서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런 분위기의 가게라면 레트로 오락기 하나는 구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레트로 오락기? 와! 알카노이드!
알카노이드 , 벽돌깨기. 기타 등등으로 적당히 불립니다만 퍽 고전적인 게임입니다. 86년쯤 오락실용 게임으로 처음 나왔는데, 저희 세대한테는 피쳐폰에서 기본 제공해주는 게임으로 더 유명합니다. 맞던가? 구글 검색해봤는데 이미지가 안나옵니다. 어차피 전문성같은건 이미 모두 매도해버린 블로그니만큼, 그렇다고 치고 넘어갑시다. 이 어색하기 짝이 없는 결말부 역시, 돈 받고 쓰는것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도록 합시다.
20대 청년인데, 동년배 친구들 모두 알카노이드 좋아했읍니다.
이게 언제받은 게임이었더라, 언제 샀더라? 아마 험블 부속으로 받은 게임입니다. 요즘 험블 시원찮습니다. 먼슬리를 유플 온리로 주지 않나 배틀넷으로 주지 않나, 스팀 시절이 좋았읍니다. 아무튼 돌려볼 게임 목록에 입점한 게임인데, 처음에는 그냥 RPG 인줄 알았습니다. 패미콤 그래픽 2D RPG인가? 젤다 비슷한건가? 나중에 해 봐야지. 그런 느낌.
그런데 막상 뚜껑을 까 보니 무슨 벽돌깨기가 나왔습니다.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벽돌깨기라니? 이게 PC인가 피쳐폰인가? 일종의 번들 게임인가? 아. 험블 번들 게임이었지.
Wizorb(이하 위좁)은 12년 3월 경 tribute games에서 출시한 게임입니다. 전작 후속작 통틀어 눈에 띄는 게임으로는 Flinthook이 있겠습니다. 로그 레거시 비슷한 게임입니다. 크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지만 뭐, 문라이터도 50만장인가 100만장인가 넘겼다는 걸 보면, 평타는 치는 게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안해봤지만.
그 전작인 wizorb는 더 작은 게임입니다. 컨셉도 그렇고 아트스타일도 그렇고, 마이너-한 게임의 냄새가 풀풀 풍기기는 합니다. 위좁은 변형 알카노이드 게임이라는 정의가 딱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알카노이드의 기본적인 요소는 대부분 가지고 왔고, 컨셉이나 아트, 컨셉에 맞는 기믹이 한두개 추가된 정도입니다. 판타지 풍의 상점도 있습니다. 아트는 패미컴 시절의 스타일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상점에서 파는 상품이 3개로 고정인 것에서도 오마주 의도가 엿보입니다.
상인이 카레 전사처럼 생겼다.
부숴진 마을에서 시작합니다. 상점이나 건물 같은 것들은 모두 제 사비로 다시 지어줘야 합니다. 날강도나 다름없습니다. 이 마을에서 나가 5개의 스테이지를 깨면 엔딩입니다. 5개 스테이지에서 벽돌깨고 몬스터 깨면 됩니다.
이 마을 주민들은 아무도 주택보험을 안 들어 놨다.
5개 스테이지마다 새로 등장하는 기믹도 있고 몹도 다르고 벽돌도 다르고 다 좋은데, 각 스테이지가 너무 깁니다. 한 스테이지마다 12개 내지 15개 맵을 깨야합니다. 제가 못하는것도 있겠지만 맵당 7분 8분은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언급을 안했습니다. 저는 벽돌깨기를 못합니다. 오락실에 알카노이드 기계가 있는 것도 못봤고, 피쳐폰 기본게임도 딱히 안했거든요. 해도 메이플스토리 해적편 도적편같은걸 했지. 아무튼 그래서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습니다.
그걸 감안하더라도 게임이 너무 깁니다. 맵당 7분에 한 스테이지 깨려면 1시간은 넘게 걸립니다. 도타 한 판보다 오래걸립니다. 이게 가장 큰 결점이지 싶습니다.
스테이지당 맵 수를 지금의 절반정도 수준으로 분할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보스전도 좀 늘려주고. 좋잖아요.
보입니까? 스테이지 12
이외의 요소에 대해서는 달리 언급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정석적인 벽돌깨기입니다. 아마 이 게임, 게임잼 출품작 출신이 아닐까요? 아니면 알카노이드 고인물들을 위한 심심풀이인가?
스펠을 쓸 수 있습니다. 상황마다 2개씩 해서 총 4종이 있습니다. 사용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주 안 채워줍니다. 원판 알카노이드보다 날아간 공을 좀 더 능동적으로 움직여줄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스펠들입니다. 덕분에 엔딩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없었으면 걍 껐을듯
아 그리고 가끔씩 잇몸 사이에 시금치가 끼듯이, 가끔씩 배드락 사이에 벽돌이 하나씩 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력이 없는 저로서는 아무리 튕겨도 닿지 않더랍니다. 이럴 경우 스펠을 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중간에 히맨이 보인다.
주인공이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라기보다는 마법사입니다. 오른쪽 위 포트레이트에서 상황마다 표정을 지어주시는데, 표정 묘사가 일품입니다. 덴마 나오는 롯을 보는 것 같습니다. 롯과는 다르게 코만 빨갛습니다. 알코올 중독인가 봅니다.
아무튼 그렇습니다. 공짜로 받았으면 한 번 해봅시다. 플탐도 5시간 안팎입니다. 미니게임이라는 느낌으로면 나쁘지 않습니다. 칵테일바까지 있는 술집이라면 오락기 하나쯤은 구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솔리테어에서는 쌓아둔 구슬을 하나씩 없앤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만 남기면 이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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