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8. 06:31

최초작성:2019. 6. 16. 22:07

 

그중엔 법봉을 닦아주는 이도 있었다.

 

번개.. 잘랐다고..

 

 몇달 전에 험블 번들로 받은 게임입니다. 적어도 저번 달은 아닙니다. 저번달 번들 게임들은 기억에도 안남는, 제 취향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물건들이었습니다. 제 라이브러리는 갈수록 매립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정말 괜찮은 게임만 직접 사와서 등록했기 때문에, 주변에 베스트 컬렉션이랍시고 자랑도 떳떳히 할 수 있는 그런 와인셀러같은 라이브러리였으나, 갈수록 똥겜 비중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에이스 오브 스페이드같은 요로결석처럼 지저분한 게임이 한두개 있긴 했습니다만, 애교 수준이었죠 그때는.

 위자드 오브 레전드는 한국계 미국인 둘이 만든 인디 게임입니다. 16년 말 즈음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고 정식 출시는 18년 5월이었습니다. 먼슬리 번들로 들어가기 적절한 게임(19년 초 먼슬리 기준-20)이었겠죠. 저는 문명 6같은 걸 기대했는데. 먼슬리 재출시는 안해준답니까?

 

 그렇게 출시된 위자드 오브 레전드는 요즘 흔히 보이는 액션 로그라이크입니다. 또 흔한 픽셀 그래픽입니다. 이건 중요한 대목입니다. 처음 켜 본 사람에게도 익숙하게 느껴질만한 게임입니다. 그게 중요합니다.

 게임은 마법사가 픽셀-액션을 구사한다는 컨셉입니다.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4개의 스킬을 던전에 들고 들어가고, 드롭되거나 상점에서 팔고있는 스킬을 더 구해서 최대 6개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평타, 대쉬, 일반, 시그니처로 구분합니다. 각각 5초 이내의 쿨다운이 돌아갑니다. 모든 스킬은 강화될 수 있고, 시그니처 스킬은 기본적으로 강화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평타를 비롯해 다른 스킬들을 써서 딜을 하다보면 피버 게이지 비슷한게 차는데, 꽉 찬 이 게이지를 사용해서 한 단계 더 강화된 시그니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들은 던전에서 강화할 수 있습니다. 밖으로 나오면 초기화됩니다.

 

스펠 4개를 채워서 들어간다.

 

 던전 안에서 볼 수 있는 다른 폐지는 유물입니다. 일반 유물과 저주 유물을 봤는데, 일반 유물은 적당한 수치의 보너스를, 저주 유물은 높은 수치의 보너스와 페널티를 동시에 받습니다. 유물은 종류 상관없이 12개까지 들고다닐 수 있습니다. 유물에는 가시화된 등급도 없거니와 성능 자체가 거기서 거기입니다. 따라서 유물이 있으면 사긴 산다마는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한다는 느낌은 적습니다.

 유물의 종류 자체도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200개가 좀 안되는 것 같은데, 6시간밖에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나오는 아이템들이 다 비슷비슷합니다. 전판에 먹었던게 자꾸 나옵니다. 로그라이크로서 이건 심각한 결점입니다. 본디 로그라이크의 정체성이란 퍼마데스 패널티 말고도 여러가지 퍼즐 조각을 드롭시켜 극도로 다양한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는데, 이렇게 적어서야, 효과도 대부분 비슷비슷합니다. 불 속성 피해 +12%, 물 속성 피해 12% 이런식입니다.

 

이래놓고 인벤은 10칸 제한이다

 

 유물 드롭 말고도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npc가 몇종류 배치되어있습니다. 유물을 하나 주면 다른 유물을 준다던가, 스킬을 준다던가 하는 것들입니다. 고작 한 층에 1명씩밖에 없습니다. 드문드문 하나씩 던져주는 모습을 보면 타성적인 입시 미술이 떠오릅니다. 굳이 장르명으로 로그라이크를 끌어올 것이 아니라 액션을 최선으로 당겨오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 같습니다.

 던전을 진입하면 5개 속성(불,바람,번개,땅,물) 중 하나(번개)를 제외한 무작위 3개 속성의 적이 등장하는 던전이 무작위 순서로 배치됩니다. 속성마다 2개의 일반 층과 1개의 유니크 보스가 등장합니다. 모든 맵은 보스를 잡아야 넘어갈 수 있습니다. 너댓가지의 유니크 보스를 제외하고는 다 양산형들입니다. 커다란 혼돈의 기사, 혼돈의 도적, 혼돈의 궁수, 혼돈 뭐시깽이. 맵에 등장하는 일반 몬스터들도 다 비슷비슷합니다. 땅속성 혼돈의 기사, 불속성 혼돈의 기사, 기타등등. 좀쟝의 위세가 과연 대단합니다.

 팔레트 돌려막기가 너무 심합니다. 메이플에 그 있지 않습니까. 파이어 스톤볼 아이스 스톤볼.. 예전엔 30레벨쯤이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모르겠습니다.

 

대사가 짧긴 하지만 스킵이 안된다

 

 생각보다 그래픽이 별로였습니다. 도트라고 다 도트-감성이 아니라 엄연히 좋은 그래픽 나쁜 그래픽이 있습니다. 2인 개발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긴 하지만 어쨌든 별로였습니다. 킥스타터 홍보용 이미지같은걸 보면 라이팅이나 색감도 조금 더 세련되게 사용했던데, 지금 버전에서는 퇴보한 듯 보입니다. 이런 그래픽에 나 도트성애자요 하고 줄 서는 사람들은 가짜 점박이입니다.

 

칙칙하다

 

 스킬 애니메이션 자체는 그래도 꽤 괜찮습니다. 필요한 정도의 화려함이나 타격감은 있습니다. 게임 전체에서 이 부분을 가장 높게 쳐 주고 싶습니다. 같은 종류의 스킬을 연속해서 사용하면 딜레이가 걸리기 때문에, 여러가지 스킬을 조합해서 콤보처럼 사용하게 해 뒀습니다. 시인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꾸며뒀습니다. 이펙트가 커다랗고 빛난다기보다는 액션이 화려합니다.

 음악이 반복됩니다. 사실 모든 게임은 음악이 반복됩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새삼 느껴집니다. 음악이 반복됩니다. 던전의 속성별로 음악이 조금씩 다르긴 한데, 아주 조금씩 다른데다 bgm이라기엔 조금 신경쓰일정도로 멜로디가 튑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아 내가 같은 음악을 듣고있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내밉니다.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이래저래 해도 스팀 평가가 88% 긍정적인 게임이고.. 너무 뻔한 장르고 뻔한 플레이라 그닥 애착이 가는 게임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