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2019. 7. 17. 18:44
냉혹한 크라우드 펀딩의 세계
2주쯤 전에 스팀 세일이 있었다. 그리고 저번주쯤에 끝났다.(2019 여름 세일을 일컫는다.-20) 이번 세일 이벤트는 뱃지 경험치를 유난히 많이 뿌렸다. 일부 게임에 할당된 퀘스트를 깨서 포인트를 받고, 그 포인트로 뱃지를 사는데, 나는 많은 게임들 중 스타바운드를 선택했다. 주스만 마시면 10점을 준다. 오백캔은 마신 것 같다.
세일 특수
스타바운드는 chucklefish(이하 처클피쉬)가 내놓은 2D-어드벤쳐 게임이다. 테라리아 아티스트였던 tiy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발비를 끌어모아 제작했다.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었고, 배급한 리스크 오브 레인과 스타듀밸리가 빵 터지면서 회사가 지금까지 장기 존속해오고 있다. 타이니빌드보다는 잘 터트리는 회사인 모양이다. 최근 출시한 자체개발작 웨이그루브도 안타는 쳐낸 것 같다.
스타바운드의 크라우드 펀딩은 꽤 오래 전에 시작하고 끝났다. 약 12년도쯤 진행했었다. 그때부터 네이버에 스타바운드 카페니 어쩌니 하면서 관련 커뮤니티가 우후죽순 생겨났었는데, 지금 보면 다 파리만 날린다. 당시 스타바운드 자체의 컨텐츠 부족으로 인한 한계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
얼리엑세스를 시작했던 13년 즈음의 스타바운드는 나름 테라리아의 후속작 비슷한 지위로, 큰 기대를 온 몸에 받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나온 결과물은 조금 애매했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지만 막상 해야 할 이유는 없는 그런 도화지같은 상태의 게임이었다. 퀘스트도 없고, 제시하는 목표도 없고, 단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템 파밍 뿐이었다. 아이템의 종류가 극도로 다양했으니 이것이 그나마 이 당시 스타바운드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환경에 감탄이 나오는걸!
자연스레 적당히 단물 쪽 빨아먹은 유저들은 게임을 떠났고, 꾸미기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몇몇 유저들만 남았다. 게다가 이미 그 당시부터 개발 중단을 선언했던 테라리아가 매번 이 말을 번복하고 벌써 6년째 업데이트를 해 주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스타바운드는 테라리아의 정신적 후속작이라는 위치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노선을 타게 된다.
이쯤에서 테라리아와 스타바운드의 방향성 차이를 한 번 살펴보자. 테라리아는 간단하게 말해 RPG에 가까운 게임이다. 롤-플레잉 게임보다는 레벨업의 알피지다.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게임 진행의 거대한 한 축이고, 본격적인 보스 몬스터들이 등장해 보물상자를 들고 돌아다닌다. hp가 나오고 마나가 나오고. 레벨이 없다 뿐이지 rpg에서 할만한 것들은 다 한다. 캐릭터의 성장이 개발사에서 제시하는 제1 목표이고, 낚시나 벌레 채집같은 것들은 이제 부차적인 요소로 들어간다. mmorpg 적 작명법으로 생활 컨텐츠 되시겠다.
스타바운드가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주안에 둔 것은 비단 전투뿐 아니라 각종 생활 컨텐츠와 퀘스트, 기타 온갖 사소한 것들도 포함한다.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더라도 게임 디자인 상 캐릭터 성장이 우선되었던 테라리아와 달리 스타바운드는 게임의 틀이 애매했다. 전투 시스템은 직관성이 떨어지고 테라리아보다 화려하지도 못하다. 다른 주력 컨텐츠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림자 표현이 테라리아보다 낫다는 것도 옛말이 되었다. 따라서 처클피쉬는 플레이어의 목표를 다른 장치를 통해 제시해야 했다. 그래서 스타바운드에는 구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존재한다.
스타바운드는 일련의 스토리를 통해 플레이어가 갈 길을 제시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미봉책이다. 스타바운드의 전투 시스템은 결국 초기에 비해 딱히 발전하지도 않았다. 결국 나온 스토리도 뭐 '시켜서 세계평화를 지켰다.' 수준이다. 무난하긴 하지만 좋은 스토리는 아니다. 플레이어랑 세계 평화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와! 오버마인드!
스타바운드의 특출난 점은 다른 부분에서 찾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스타바운드를 사이드스크롤 빌드 시뮬레이터라고 부르고 싶다. 스타바운드는 셀 수 없이 많은 가구와 블럭이 존재한다. 9개 색으로 염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짓수는 더 늘어난다. 스타바운드에 존재하는 7가지 종족은 저마다 특징적인 블록과 가구들을 가진다. 휴먼은 아웃도어, 우주 테마 가구, 글리치는 중세 테마 가구, 뭐 이런 식이다. 다른 유사 테라리아 게임들에 비해 압도적이다. 광원 처리도 뛰어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게임은 집을 지으라고 만든 게임이다.
그리고 스타바운드 우주의 다양한 생물군계를 탐험하는 것도 나름의 재미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행성 표면의 종류만 열댓가지가 넘어가고, 행성 지하의 형태까지 들어가면 꽤 다양해진다. 행성 표면에 다른 종족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뭐 그렇다. 하지만 몇 번씩 다시 보고싶지는 않다.
동물의 숲으로 치면 박물관 같은 개념이다. 벌레를 수집할 수도 있고,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포획할 수도 있다. 낚시도 하고 화석도 채집하고, 요리도 만들어 코덱스에 등록한다. 이 게임은 이제 테라리아랑 비교하면 안된다. 그보다는 동물의 숲, 목장이야기와 가까워진 게임이다.
전에 이 게임을 관련 카페에서 봤을 적엔 이런 생각을 했다. 마비노기 같은 게임이다. 왠지 모르게 여성 유저들도 많은 것 같다. 뭔가 분홍 리본이 화사사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스샷이 자주 올라왔다. 사람들이 모여서 게임 내 악기로 합주도 한다.(악기라고 해 봐야 미디를 읽을 뿐이긴 하지만)
총평을 하자면, 뭐 그런 게임이다. 캐릭터나 자기 방을 꾸미고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꽤 할만한 게임으로 완성된 것 같다. 스타바운드 코어 유저들의 2차 창작이 활발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방향성은 명확하다. 나는 이런 꾸미기를 적당히 좋아하면서도, 몇백시간씩 꼬라박을만큼 환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적당히 마무리했다.
사실 스타바운드는 한두 번 갈아엎어진 게임이 아닌다. 얼리엑세스 초기만 하더라도 캐릭터 전투력이 수직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테라리아에 가깝다고 느꼈다. 게임을 통 크게 갈아엎어가면서 처클피쉬는 나름 자기들만의 답을 낸 셈이다.
처클피쉬는 이제 자리가 확실하게 잡힌 개발사이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도 지속적인 스타바운드 업데이트가 있을 것이다. 처클피쉬를 있게 한 게임이다. 그 정도는 바라도 되지 않을까? 크라우드 펀딩으로 10억을 받았다지 않나? 스타바운드는 아직까지도 개발자들이 처음에 밝힌 이상을 따라잡지 못했다. 사내에서 이빨까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된다. 그러고보니 로스트아크 개발비가 600억이었다. 음.. 왠지 조금 이해가 가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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