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8. 23:47

최초작성:2019. 6. 27. 22:09

 

 폐지는 폐지일 뿐이다. 일상적인 종이 쓰레기다. 폐지에는 별다른 가치가 없다. 하지만 구루마를 굴리는 사람들은 폐지를 줍는다. 다른 누군가에게 팔기 위해서 줍는다. 폐지를 사가는 그 사람은 폐지를 모아 돈벌이를 하기 때문이다.

 필요없는 무언가 혹은 덜 필요한 무언가를 더 가치있는 무언가로 바꾼다. 이런 식으로 구매자와 판매자간의 관계가 생긴다. 이 과정을 게임에 옮겨놓으려는 시도는 차고 넘쳤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캐피탈리즘 호!로 유명한 캐피탈리즘 시리즈가 있다. 브금 좋다는 거상 시리즈도 있다. 혹은 칸노요코가 아직도 우려먹히는 대항해시대 시리즈도 생각난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대부분 ai와의 관계만 다룬다. 사람과 사람의 매매는 온라인 게임에서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고전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그게 있다. 울티마나 디아블로 2같은 게임들. 시장 예찬론자들의 오락이 아닐까?

 

다 합쳐서 0원

 

 예전에 뭐 그런 걸 본 적이 있다. 중학교 영어 수업시간이었나, 유튜브 영상이었는데, 자기 연필이나 클립 따위의 작은 소품을 하나 준비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SNS로 만나 소품과 비슷한 가치의 물건과 교환한다. 교환받은 물건을 다시 다른 사람과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항상 조금 더 나은 가치를 가진 물건을 받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우개를 연필과, 그걸 볼펜과, 그걸 다시 필통 따위와 교환한다. 작은 소품이 어느 순간엔가 온열기, 냉장고가 되어있다. 이런게 물물교환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극적인 연출을 위해 약간의 보조금이나 지인, 연기자가 중간에 섞여 있었을수도 있겠지만( 아마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연출의 비중이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로망은 비디오 게임에서도 소소하게나마 실현시켜볼 수 있다. 사이버 재화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은 현실의 재화에 대해 가지는 애착보다 미미할 것임이 분명하다.

 패스오브엑자일은 사이버 시장이 굉장히 활성화되어있는 게임이다. 시장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유저 개인의 시점에서 봐도 여전히 크다. 편의성이 개선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플레이의 핵심에 들어간다.

 

 렐름 오브 더 매드 갓에서 스탯 포션을 화폐로 사용하듯, 패스 오브 엑자일은 다양한 오브(orb)를 화폐(커런시)로 사용한다. 오브는 장비 아이템에 사용하는 일회용 소비성 아이템인데, 아이템의 옵션을 바꾸거나 추가해주고, 옵션을 무작위로 지워주는 등의 효과를 가진다. 고정 아티팩트가 아닌 랜덤 아티팩트 위주로 졸업 장비를 꾸리는 POE에서는 모든 플레이어가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앞에 적어두었듯 POE를 깊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는 않았지만 오래 봤다. 게임을 하는 스트리머를 1년정도 봐왔다. 게임 화면을 그렇게 오래 쳐다보지는 않았다. 소리 위주로 즐겼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1년이면 석삼 내천 정도는 구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 입 장 벽

 

 poe는 빌드가 자유롭다. 스킬트리가 광활하다. 수백개의 노드가 있지만 경험한 바 크게 5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었다. 보너스가 큰 노드, 이건 다른 널린 노드들보다 순 보너스가 크다. 이걸 찍어주기 위해서는 허접한 다른 노드들에도 투자해야 한다. 캐릭터의 성격을 결정한다.

 기본 노드, 힘,민,지 세가지 스탯 중 하나를 10 올려준다. 혹은 그 정도 수준의 다른 보너스를 얻는다. 큰 노드를 찍기 위해서는 트리에서 기본 노드를 여럿 거쳐야 한다.

 

 쥬얼 소켓, 능력치나 다른 보너스가 붙어있는 쥬얼을 스킬트리에 박을 수 있다. 큰 노드보다 더 효율이 좋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지만 그런 건 비싸다.

 

 짱 큰 노드, 보너스도 크지만 디메리트도 크다. 캐릭터가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것을 결정한다.

 

 2차전직 노드, 특정 퀘스트를 완료하면 2포인트씩 받는다. 노드들의 효율이 물론 좋다. 보통의 스킬 트리랑은 따로 돌아간다.

 빌드는 여럿 존재하지만 물론 대세 빌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부자유스럽다는 느낌은 받기 어렵다. 최고 효율의 빌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능력치가 뒤쳐지지는 않는다. 사용하는 무기나 취향에 따라 작은 틀에서의 변경도 가능하다. 무작위한 일련번호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보너스를 주는 특수한 쥬얼도 있다.(군단 쥬얼)

 열세 빌드의 장점도 있다. 기대 효율이 조금 떨어질지언정 빌드를 맞추는 데 필요한 장비의 값은 저렴하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대세 빌드의 경우 그 반대의 이유로 템값이 치솟으니 이건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스킬 젬의 일부

 

 poe의 스킬은 주 스킬과 보조 스킬로 나뉜다. 크게는 그렇다. 주 스킬 젬을 장비에 존재하는 소켓에 끼워넣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연결"된 소켓에 보조 스킬 젬을 끼워넣어 주 스킬을 강화한다. 6개 소켓이 연결된 아이템을 6링크라고 하는데, 아이템 자체 성능을 불문하고 비싸다. 아무 스킬이나 박을 수 있도록 흰 소켓이 6개 링크된 유니크 갑옷이 있는데, 이건 항상 비싸다. 링크된 스킬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 스킬은 공격 스킬, 이동 스킬, 기타 등등 뭐 오라, 버프, 소환 등 다양하다. 보조 스킬 젬은 스킬 공격력 보너스, 발동 속도 보너스, 범위 보너스, 기타등등 다시 많다. 해볼 수 있는 것이 많다.

 

꿈인가?

 

 poe는 아이템 크래프팅이 자유롭다. 하지만 들여야하는 시간과 비용이 싸지는 않다. 자유도와 플레이 타임을 동시에 잡는것처럼 보인다. 노가다도 스스로 하고싶어서 해야 의미있는게 아닌가 싶다. 크래프팅에 사용하는 오브는 시장에서 화폐로도 사용된다. poe에는 "골드"가 없다. 일석삼조? 점입가경이다.

 

 그래픽이나 다른 요소에 대해서는 말을 줄인다. 음악? 그래픽? 괜찮기는 하지만 poe에서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래도 그중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보면 타격감이다. 핵앤슬래시만큼 타격감이 중요한 게임이 또 없다. 그리고 poe의 타격감은 히오스보다 훨 나은 수준이다.

 재미들리면 인생 종칠것이다. 밤에 키면 새벽까지 한다. 저녁에 켜도 새벽까지 한다. 낮에 켜도 새벽까지 한다. 하루 일과의 스킵버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 외롭다. 다른 죽는 사람을 보고싶다. rotmg가 지금보다 약간이라도 더 튼튼한 게임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