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2019. 7. 28. 5:28
전쟁이 구현할 수 있는 최선의 아름다움은 빠른 종전이다
내가 이 똥을 어떤 경위로 수령하게 되었는가? 이것부터 알아봐야 한다. 두어달쯤 전(19년 5월-20) 험블번들에 타이니빌드 번들이 올라와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번들의 미끼상품은 바로 그레이브야드 키퍼! 명불허전 타이니빌드산 똥겜이다. 실제 개발사가 어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난 타이니빌드의 안목을 믿는다.
미끼상품에 큰 감명을 받은 나는 1달러만 결제하여 파이널 스테이션과 디에스 아레 스페이스 재니터를 건져왔다. 애초 이 둘이 내 타깃이었다. 각 게임을 500원에 산 셈이다.
대놓고 B-- 감성의 스페스-쟈니터. 분위기는 괜찮아보인다.
빠이널 스테이션, 큰 기대는 걸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기대 이하의 게임이었다. 하지만 돈 값도 못 했는가? 그렇지 않다. 200% 만족이다. 500원이면 펩시 190ml 한 캔 가격이다. 콜라 한 캔 다이어트 했다고 치면 나쁘지 않다.
기본적으로, 파이널 스테이션은 일자 스토리 진행형 게임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더군다나 파이널 스테이션은 액션 요소가 미진하다. 액션이라기보다는.. 고등학교 졸업과제 수준의 움직임이다. 이에 대해선 나중에 더 설명하겠지만 조작은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따라서 이 게임을 워킹 시뮬레이터라고 봤을 땐, 그래픽과 분위기 요소가 중요해진다. 본 리뷰에서는 스토리, 그래픽, 전투 및 시스템의 세 가지 분야를 중점으로 게임을 다룬다.
우선 게임을 켜면 아시발꿈으로 시작한다. 우리 주인공은 철도공사에서 근무한다. "중요한" 기차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 기차를 타고 갑작스레 닥친 좀비 사태를 헤쳐나가는 것이 도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파이널 스테이션의 스토리는 구리다. 비디오 게임이다. 그림만 봐도 대강의 스토리는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게임은 텍스트가 너무 많다. 게임의 총량에 비해 텍스트 분량이 너무 많다. 게임의 엔딩을 봤는데도 스토리가 잘 이해가 안 간다.
영어라 제대로 안 읽은 건 아니냐고? 인정하겠다. 모든 텍스트를 다 읽지는 않았다. 하지만 컷씬을 생략한 적도 없다. 애초에 이 게임은 컷씬 생략도 불가능하다. 벽에 걸린 편지같은걸 안 읽었다고 스토리 이해가 안 된다면, 이건 못 만든 게임이다.
또한 게임에 쓰잘데기 없는 맥거핀이 너무 많다. 게임엔 거대 로봇이 등장한다. 그리고 종말론이나 뭐 이상한 옴닉같은 것들도 등장한다. "뭔가 있어 보이는" 인물들도 수도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래서 대체 뭐가 있는 건지는 도통 모르겠다. 안노 히데아키 신봉자들이 분명하다.
이 스-빠 로봇은 대체 왜 등장하는 것인가? 정말 쓸따리없다. 다른 부분이 튼실하면 아 그렇구나 넘어가기라도 할 텐데 그냥 이건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스포일러하겠다. 우리 주인공은 마지막에 좀비가 된다.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한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 이 쏴 죽이는데,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던져진 무수한 떡밥들은 DLC에서 다 풀린다는데, DLC 장사 또한 똥겜의 조건들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게임의 서사는 그렇다 치고, 내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기차는 달리다 말고 매번 각 역마다 정차한다. 역을 지나가려면 비밀번호를 얻어와야 한다. 비밀번호는 항상 기차역 근린지역의 엉뚱한 건물 어딘가에 쳐박혀있다. 이걸 가져오는 길에 좀비를 해치우고, 보급도 하고, 생존자도 구한다. 실질적으로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뭔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이게 전부다.
게임은 사이드스크롤 건슈팅이다. 이 시점의 게임들 중엔 걸출한 물건들이 많다. 록맨, 악마성, 조금 더 유사한 게임들엔 솔댓, gg2. 파이널 스테이션은 참고자료들이 많았음에도, 빈곤하기 짝이 없는 사이드스크롤을 만들었다.
적이 조잡하다. 좀비의 공격 모션은 약 3프레임쯤 된다.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적의 공격 모션이다. 그리는데 한 5분쯤 썼을 것 같다. 좀비들의 가짓수도 구색만 겨우 맞춰둔 것 같다. 전체 게임을 통틀어 5종의 좀비가 등장한다. 좀비마다 공격 패턴도 한 가지다.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좀비 공격의 딜레이다. 플레이어가 접근하면 그 3프레짜리 공격을 각 1프레임의 간격을 두고 난사한다. 참피처럼 붕쯔붕쯔 휘두른다. 중학생도 이렇게는 안 만들 것 같다.
소소하지만 캐릭터가 점프를 못 한다. 이-지도 아니고.
뭐 게임잼도 아니고 이건 정가 16000원짜리 게임이다. 어떻게 적이 저따위인가?
시민을 구할 수는 있지만, 그 시민이 스토리에 개입하지는 않는다. 구하는 의미가 없다. 스토리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게임에 몰입할 수 없다. 하는 내내 주인공이 제삼자처럼 느껴지는 게임이다.
게임 내 체-고의 씬
뵈다시피 도트 그래픽이다. 위 스크린샷처럼 종종 디테일과 분위기를 잘 살렸다 싶은 부분도 있다. 게임 대부분에서 단조롭지만 환경음도 들린다. 그래도 역시 평균적으로는 디테일이 부족하다. 숱하게 들락날락하는 일반 스테이지들의 배경은 위의 마을보다 굉장히 단순하다. 결국 분위기 살린답시고 단색 무채색 일관이다. 게임이 위에서 언급했다싶이 워킹 시뮬레이터에 가깝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 디테일 부족은 큰 결점이다.
종합해서, 파이널 스테이션은 나쁜 게임이다. 몇 없는 이 게임의 장점 중 하나를 꼽자면, 분량이 짧다는 것 정도가 있다. 게임 플레이 자체가 반복적이다. 좀비 쏘고, 구하고, 기차 관리하고를 게임 끝날때까지 되풀이한다. 이게 플탐 20시간짜리 게임이었으면 나는 중간에 그만뒀을 것이다. 세일즈 포인트가 그나마의 도트 그래픽밖에 없는 게임이다. 난 이런 게임은 개똥겜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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