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 2019. 8. 1. 2:27
하도 재미없는 게임, 리뷰라 김 텀을 두고 리뷰를 이어 썼던 탓에 어투가 섞였다. |
시간 낭비하는 방법도 가지가지
2주쯤 전에. 스팀 세일이 마무리되고 어떤 게임 리뷰를 쓰나 고민하고 있던 차에, 그리고 뭐 해볼만한 겜 없나 찾아보고 있던 참에 스팀 메인 페이지에서 신규 출시 목록에 굴러다니고 있던 이 게임을 찾았습니다. 제가 실제로 하고 싶었던 것은 옥토패스 트래블러지만, 뭐 별 수 있겠습니까? 무료 주말이길래 적당히 주변인을 꼬셔서 돌려봤습니다.
플래니토이드 파이오니어즈 온라인(이하 플래니토이드)는, 처음 들어보는 개발사 델타 렐름에서 제작하고 배급하는 게임인데, 사실 최근 출시된 신선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실은 2018년 초 출시된 플래니토이드 파이오니어즈(온라인 빠짐)의 온라인 버전 재탕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게다가 찾아보니 해당 게임은 스팀 평가가 복합적입니다. 스팀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만 되어도 게임에 커다란 구멍이 두세개씩 있다는 뜻입니다. 하물며 복합적? 하지만 공짜겜이니까 해보기로 했습니다. 컨셉이 그래도 파티겜으로 적절해 보였거든요.
게임 자체의 컨셉은 대충 감이 옵니다. 멍청하게 움직이는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으로 1차 폭소, 그리고 플레이어가 직접 엔티티를 설치해서 지적, 공학적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2차 폭소를 노리는 게임입니다. 어디서 좀 봤는데 하고 생각해보니 트랜스포마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맛을 보니 이 쥐게임보다 한참 못한 똥겜입니다.
뭔가 만들어 장애물을 통과한다. 쥐겜이다.
왜 평가가 박한가? 다원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아주 간단한 것들부터 살펴봅시다. 게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고, 캐릭터 움직이는 법을 알아보는 튜토리얼이 끝나면 멀티플레이어 로비가 있는 메인 메뉴로 갑니다.
메인 메뉴는 하단의 이미지와 같습니다. 굉장히 게을러 보이는 디자인입니다. 우선 한 서버가 돌아가는 도중에 맵을 바꿀 수 없습니다. 호스트가 설정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적습니다. 부자유합니다. 게다가 안그래도 사람이 적은데 저렇게 텅텅 비어있다는 것을 광고까지 하고 있으니 참 뭐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게임 모드가 화면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라는 것을 또한 드러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전 단계의 맵을 일정부분 이상 진행하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는 맵도 있습니다.
키를 재배정할 수가 없습니다. 재배정할수도 없거니와 키를 볼 수도 없습니다. 자동차 타는 키가 F인데 이거 알겠다고 무슨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게임패드 조작법은 보여줍니다.
난 이런 서버 탐색기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게임 모드가 다양하게 있긴 합니다. 일자로 늘어진 몇 개의 방에서 싸워 상대가 스폰되는 방향의 끝까지 가면 이기는 '룸 러쉬'(니드호그), 배틀로얄, 데스매치, 절벽과 장애물 위에 다리를 지어 차로 건너가면 클리어되는 브릿지 빌더, 타워 빌더, 자신의 차에 간단한 튜닝을 하고 달리는 레이싱, 웜즈 훅이랑 비슷한 훅 레이싱, ctf, 웨이브 디펜스.
이야기할만한 몇 가지 모드들은 아래서 좀 더 다루겠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만듬새가 부실합니다. 액션52가 생각나는 구성이랄 수 있습니다. 소소한 파티 게임에 가깝습니다. 진지하게 파기에만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 하기도 벅찰 지경입니다.
게임 모드들 중 빌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드가 몇 개 없습니다. 만들 수 있는 프롭들은 다양한데 정작 언락이 잘 안 됩니다. 다리 만들기가 그나마 괜찮았습니다. 계속 재성성되는 차를 다음 목표지점까지 옮기는 모드입니다. 목표지점들 사이엔 용암이나 절벽 따위의 장애물이 있으니, 다리를 잘 만들어 장애물 건너편까지 차를 배달하면 다음 목표지점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목표지점에 도착해도 자동차의 리스폰 포인트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차를 일단 한 번 절벽 아래로 떨어뜨리면 처음의 장애물까지 돌아가 다리를 개보수하게 되는 상황이 나옵니다. 구조물 내구도는 차가 한 번 지나가면 죄다 반으로 쪼개지는 수준입니다. 게다가 물체를 생성할수록 걸리는 렉이 괴랄한 수준입니다. 플래쉬 게임도 이보다는 최적화가 잘 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렉만 안걸렸으면 조금 더 노오력 해봤을텐데
서바이벌 모드는 PVE 로봇 적이 일정 주기마다 찾아오고, 갈수록 강해지는 적을 상대로 살아남는 것이 목표인 아주 보기는 좋아보이는 모드다. 이 모드의 문제는 AI가 지독하게 멍청하다는 것이다. 우선 웨이브마다 적당히 멀리 있는 빈 공간에서 적이 스폰되는데, 이 적들을 모두 잡아야 다음 스폰 타이머가 돌아간다. 그러므로 멍청한 적 한둘이 꼭 어딘가에 끼거나 빙글빙글 돌고있기 마련이고, 이런 적들을 잡으러 플레이어가 기껏 구축한 진지에서 굳이 나가 싸워줘야 한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게임인가? 차라리 몹을 안 잡고 뻐팅기면 게임오버가 되게 만들면 나았을 것이다. 왜 플레이어가 게임을 도와줘야 하는가? 무능한 DM이다.
플레이어가 2:2로 나뉘어 맵 양쪽에 스폰 포인트와 지킬 건물이 있는 게임모드도 있다. 목표가 명확하고 도구도 분명하다. 이 모드는 분명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못 해봤다. 이걸 하려면 위에 언급된 허접한 웨이브 서바이벌을 깨야 한다. 차라리 만들 수 있는 프롭을 몇 개 빼던가 하지,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위주인 게임에서 게임모드를 언락해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이건 파티 게임에 가깝다. 재미있는거 조금 해보겠다고 일부러 시간 투자해서 언락을 하지는 않는다. 제대로 만든 게임도 사람 한 명 마음 붙잡기 어려운데, 파티 게임이 이따위면 말 다 한 것이다.
무한으로 지켜요~
플레이어가 서로 살려주는 방법은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 우선 플레이어와 적, 프롭들은 모두 같은 엔티티로 취급된다. 적 로봇의 블루프린트를 얻어 아군 터릿처럼 사용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들의 몸 또한 다른 플레이어가 만들어 입혀줄 수 있다. 다만 플레이어의 몸을 만들 기회가 적은 것은 아쉬웠다. 대부분의 맵에선 굳이 살려주지 않아도 리스폰되며, 레이싱같은 경쟁 게임에서는 굳이 살려줄 이유가 없다. 몸 만들어주기가 의미가 있는 모드는 웨이브 서바이벌 뿐이었다.
자동차에 무기나 외장을 달아 테크니컬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다. 또한 플레이어가 조종하고 있는 몸에도 또한 바퀴나 외장, 무기를 달아줄 수 있다. 다리에 바퀴를 달아봤다. 무슨 트랜스포머같다. 자유로운 탈것 개조가 가능한 게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 괜찮은 부분이었다.
스팀 상점 페이지에서 가져온 이미지
사소하지만 불편했던 것들이 더 있다. 우선 구조물이나 캐릭터 몸의 내구도가 제대로 안 적혀 있다. 몸의 종류가 몇 개 있는데, 저마다 들어가는 자원 수량이 다르다. 스킨의 개념인지 성능이 다른 것인지 알 길이 없다.
결국 이 게임은 디테일이 부족하다. 게임 잼 출품작도 아니고 온라인 개발 기간만 1년은 쓴 것 같은데, 이런 모양새면 곤란하다. 게임 디자인적인 결함도 결함이지만 최적화도 끔찍하다. 이런 게임은 필연적으로 많은 엔티티가 소환되기 마련인데, 다리 만들기에서는 첫 번째 다리만 건너가도 렉이 걸리고, 웨이브 서바이벌에서는 8 웨이브(약 20마리 적 이내) 만 지나도 렉이 걸린다.
가능성은 있지만 이끌어내지는 못한 게임이다. 주말 무료인김에 다 같이 받아 서너시간 즐길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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