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2019. 9. 28. 6:32
한편 동력 부문에서는 『실장 제트』라는 신성이 등장했습니다.
털로파간다
렐름 오브 더 매드 갓은 물건너에서는 주로 이용층이 어린, 싸게 즐기는 불량식품 내지 분식같은 게임이다. 그런데 요즘 학원가 떡볶이집들을 보면 보면 신전 떡볶이나 자체 퍼블리싱 떡볶이처럼 프랜차이즈화된 분식집도 많다. 이런 가게들은 대개 2-30대의 젊은 사람이 점장이다. 맛은 대체로 다 좋은데, 메뉴에서 고민을 덜 한것 같은 가게가 있다. 2~3인분의 떡볶이를 감자탕 흰통에 포장해서 준다. 1인분은 안판다. 무슨 생각일까? 접근성이 떨어진다. 가격은 나름 합리적인 편이었지만 그 가게를 다시 들리는 일은 없었다.
렐름 오브 더 매드갓은 나름 성공적인 게임이다. 플래쉬 기반인데다가 돈 들어갈 구석도 딱히 없어 보인다. 음악은 하나를 돌려쓰고 아이템과 캐릭터 스프라이트가 각각 8*8에 16*16이다. 아타리5200 스프라이트도 이보단 컸을 것이다. 돈 들어가는 구석도 없지만 돈 나오는 구석도 없어 보인다. 그래도 사람은 많다. 하긴 mmorpg에 사람 많으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할까.
렐름갓2는 나올만한 게임이었다. 개발사가 어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survived by를 보라. 콰이어트-맨의 휴먼-헤드 스튜디오가 개발했던 유사 렐름갓이다. 퍼마-데스에 슈팅에 뭐에 아무튼 비슷하다. 넓디 넓은 비디오 게임 시장의 어떤 장르에 수요가 있는지 그 사람들도 나름 조사해봤다는 소리 아닐까? 하지만 어떻게 개발해야하는지는 몰랐던 모양이다. survived by는 출시 3개월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래도 서든어택2보다는 일주일정도 더 살아남은 셈이다.
서든어택2보다 오래 서비스한 갓겜
한편 렐름 오브 더 매드갓(이하 렐름갓)은 판권이 이리저리 옮겨다닌다. 렐름갓의 주인은 복잡하다. deca games, wild shadow studios가 개발하고 출시 이후 spryfox가 개발에 참가한 게임인데, 게임이 kabam(현재는 넷마블 자회사)에 팔리면서 spryfox는 렐름갓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후속작을 만들기로 한다. 후원자들의 돈을 시궁창에 버려버린 이나후네 케이지와는 달리 spryfox(이하 스프레이 폭스)는 나름 괜찮은 게임을 만들어냈다. 심미적인 관점에서도, 게임 디자인의 관점에서도 명명백백히 survived by보다 낫다. 하지만 렐름갓보다 나은가? 그건 또 아니다.
spryfox가 개발해 이번에 출시한 게임이 바로 이 Steambirds Alliance(이하 스팀버즈) 되신다. 악독한 고양잇과 반군 세력에 맞서 비행기를 탄 조류가 어쩌구 음... 별로 중요하진 않다. 캐릭터들이 죄다 수인이라는 점은 한 번쯤 짚고 넘어갈만 하다. 비행기 슈팅이라는 특징만 기억하면 될 일이다.
이 비행기를 몰고 폐지를 줍는다. 탑뷰 슈팅이다. 비행기에 타고 있긴 하지만 어쨌든 장비를 줍고 자체 성능을 강화하고 보스를 잡다가 펑 터지는 퍼마-데스다. 하드코어 클라이밍 게임의 기본 문법에 충실하다고 볼 수 있다. 렐름 오브 더 매드 갓과는 몇가지 차이가 있는데, 이 차이가 크다.
렐름갓에서 죽었을 때 남기는 것은 명성 뿐이다. 이 명성 점수는 펫 강화하는데 쓸 수도 있고 여기저기 들어가는 구석이 아예 없는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캐릭터가 살아있어야 점수도 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팀버즈에서는 비행기가 터지기 전까지 쌓은 명성이 고스란히 파일럿 경험치로 환급된다. 파일럿 레벨이 오르면 이것저것 찍을 수 있는 퍽들이 잠금 해제된다. 퍽은 비행기 성능과 운용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각 레벨마다 열리는 퍽의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골라 포인트를 투자할 수 있다. 이 두가지 옵션은 보통 대치되는 효과를 가지는데, 하나가 공격력 보너스를 주는 대신 재장전 속도를 떨어뜨린다면, 다른 하나는 공격력이 줄어드는 대신 총알이 더 많이 나가는 식이다.
자는 다시 낳으면 되는 레후
이 퍽 시스템은 곧 로그라이크와 로그라이트를 경계짓는다. 파일럿 레벨이 높은 비행기와 파일럿 레벨이 낮은 비행기는 약 기체 레벨 10레벨 가량의 스펙 차이가 난다. 퍼마-데스로 찍 죽어버린 플레이어의 의욕을 조금이나마 붙잡아주는 장치다. 같은 비행기라도 다른 운용법으로 굴려볼 수 있고, 투자한 포인트도 바로바로 환불해 준다. 스팀버즈가 플레이어를 묶어두기 위해 선택한 무기인 셈이다.
스팀버즈가 다른 유인책으로 내세운듯한 것은 아주 고전적인 비행기 조작법이다. 처음 주어지는 비행기인 쿼드는 전후좌우 방향전환과 이동이 자유롭고 부드럽지만 나중에 언락되는 몇몇 비행기들은 방향 전환이 느리고 조작이 까다롭다. 쿼드가 wasd를 전후좌우 이동 키로 사용한다면, 이런 고전 비행기들은 w가 전진, a,d가 방향전환, s가 후진인 셈이다. 조작이 까다로울수록 비행기 동체가 단단해지고 기본 피해량이 증가한다. 조작법이 달라지면 게임이 나름 신선해진다. 달라진 조작법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생기겠지만 그래도 딱히 게임 전체에 해가 되는 요소라고 보기는 힘들다.
일가실각!
플레이어를 묶어두는데 해가 되는 요소들은 따로 있다. 우선 파밍이 재미가 없다. 이유는 세분화할 수 있다. 우선 파밍이 너무 쉽다.
스팀버즈의 장비는 각 종류별로 10티어까지 마련되어 있다. 주무기, 보조무기, 장갑, 엔진의 4가지 분류로 나뉘는데, 필드에서 파밍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짧은 시간 내로 8티어 장비까지 맞출 수 있다.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으며, 드롭률도 낮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남는 장비를 마을에 적선하곤 한다. 마을에 죽치고만 있어도 최소 7티어 장비까지 풀셋으로 마련하고 시작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 티어로 넘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7~8티어 장비까지 광속으로 맞추게 되면, 이제 다음 티어인 9,10티어 장비를 구하는 여정을 시작해야 하는데, 이건 쉽지가 않다. 드롭률도 낮고 드랍처 접근성도 떨어진다. 최고티어 장비를 구하는 것이 까다롭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7~8티어 장비까지 맞추는 일에 비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것에 있다. 장비에 있어선 성장 곡선의 디자인이 별로라는 뜻이다. 마을에 차고 넘치는 7~8티어 장비는 필드에서 주워봐야 별다른 성취감이 없다. 게다가 이렇게 주운 스페어 장비들은 달리 쓸 곳도 없다. 폐지를 주워왔는데 사 주는 곳이 없다. 파밍 의욕은 떨어질수밖에 없다.
파밍 의욕을 저하시키는 다른 요인들도 있다. 유저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준 졸업급 장비들을 입수하기가 너무 쉽기 때문에 이러한 아이템들에 대한 플레이어들의 수요가 없는 지경이다. 화폐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아이템들은 여럿 있다. 유니크 무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각종 재료들, 비행기 스펙이 올라가는 일회용 아이템들, 여러가지 있다.
하지만 결국 창고가 좁아서 어디 모아두기도 힘들다. 하지만 유저간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화폐가 부적절하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결국 게이머들이 의욕이 있다면 부계정을 파던 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것이므로..
소소하지만 유저간 거래도 불편하다. 명령어를 입력하거나 ui를 눌러야하는데, 교환 신청하기도 까다롭다. 버튼을 몇개는 눌러야한다. 렐름갓에선 우클 한번 좌클 한번이면 되는데.
soulbound?? 이게 화폐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래저래 아쉬운점이 많은 게임이다. 파밍도 그렇지만 플레이 의욕을 고취시키는 연출도 부족하다. 일단 자기 스펙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쌓은 폐지력을 확인할 수단이 없다. 요컨대 비행기 스탯이 안 뜬다는 소리다. 내가 타고있는 이 비행기가 어떤 한약을 잡수셨는지 확인할수가 없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 게임에서는 상당히 크다. 결국 이런 게임은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법인데, 내가 얼마나 강한지 알기가 어렵다.
또한 랭킹을 표시하지 않는다. 세계1등 비행기도 자기가 1등인지 모를 것이다. 나는 근근히 30시간씩 파밍해서 레어 아이템을 맞추고 싶은 것이 아니라 도내 1등 비행기가 되고 싶은 것이다. 제작진의 폐지에 대한 로망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죽을 때도 랭킹같은게 안뜬다.
랭킹이 얼마나 중요한가? 랭킹은 메이플에도 있고, 양산형 가챠겜에도 있고, 바둑에도 랭킹이 있고, 이런 게임에선 더욱이 보기 쉬워야 한다. 아예 게임 화면 한 켠에 상시 자신의 명성 랭킹을 띄워준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주, 이번 달, 전체 명성 랭킹을 집계하고 캐릭터가 죽을 때마다 다시 보여주는 렐름갓과는 대조적이다.
타인이 어떤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마우스 커서 좀 갖다대는 걸로는 어림도 없다. 일일히 아이템창 열고, 소셜탭 열고, 상대 클릭하고, 별 거 다 해야한다. 구차하지만 불편한 요소다.
무수한 실장제트가 날아다니니 이것도 참 장관이다
슈팅의 완성도가 괜찮다는 점에서 더 아쉬움이 큰 게임이었다.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갖췄는데, 마무리가 부족하다. 인스턴스 던전의 기믹들도 재미있는 것들이 몇몇 있다. 적들의 외관상 디자인은 조금 다들 비슷비슷한 감이 있지만 공격 패턴 자체는 다채롭다. 아트도 올망졸망하니 괜찮다. 유저간 상호작용에만 조금 더 신경썼었다면 훨씬 괜찮았을 것이다.
(얼마 전에 보니 거의 망했다. 3개월은 넘겼으니 불행 중 다행이다.-20)
고마워 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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