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9. 06:24

최초작성: 2019. 10. 6. 21:47

 

그날 후타바 공원은 해골 세 개를 받았다

 

 부처~, 험블 할로윈 번들로 싸게 가져온 게임이다. 단돈 천원! 에 다른 라이브러리 채우기용 떨이 게임들도 두어개 같이 받아왔다. 안 사면 이건 손해다. 눈물 날 지경이다. 파이널 스테이션이랑 우주폐지겜도 두개 합쳐서 천원이었는데. 차리리 부처를 두 번 사는게 나을 뻔했다.

 부처는 transhuman design에서 개발한 2d 사이드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둠 착향료가 200% 첨가되었다. 트랜스휴먼 디자인은 솔댓 만든 곳이다. 나는 솔댓에 별다른 추억이 없지만 아재들이 좋아했던 게임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이것도 사이드스크롤 슈팅 게임이다. 갱 게리슨 2랑 비슷하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트랜스휴먼 디자인은 King Arthur's Gold를 출시했다. 스팀에도 출시했고 자사 홈페이지에서도 팔았던 게임이다. 해당 게임에 대해 전에 리뷰를 쓴 적이 있다. 나름 괜찮았다. 그 뒤로 트렌치런 한번 쪽박치고 부처가 나왔는데, 사실 이것도 별로 흥하진 않았다.

 킹아골 이후의 트랜스휴먼 디자인은 깔끔한 도트그래픽을 뽑아내는 개발사로 유명하다. 쪽박친 트렌치런도 도트 자체는 굉장히 좋았다. 부처도 예외는 아닌데, 유혈낭자한 색감의 걸쭉한 도트가 인상적이다. 이전의 두 게임과 차이점이 있다면 부처의 그래픽은 일일히 찍은 픽셀 스프라이트보다 픽셀 렌더링의 비율이 더 높다.

 

이런건 렌더링이다

 

 부처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실 파이널 스테이션과 똑같은 게임이다. 정해진 스테이지를 따라 진행하면서 총을 쏠 뿐이다. 두 게임을 비교하려면 건슈팅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나는 부처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많은 스테이지 진행형 슈팅 게임들처럼 부처의 탄약은 유한하다. 소모 속도도 빠르다. 특히 돌격소총은 전체 탄창이 64발인데 한 5초 드르륵 쏘면 끝이다. 대신 탄약이 자주 나오고, 적에게 드랍도 잘 된다. 아주 허공에 갈기지만 않으면 난이도 불문하고 탄약이 부족할 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의 건플레이는 무기를 바꿔가며 시원하게 갈길 수 있어 유쾌 상쾌 통쾌하다.

 근접 무기도 있긴 하지만 근접 무기만으로 쉽게쉽게, 혹은 천천히 밀어버릴 수 있을만한 난이도의 게임은 아니다. 적 ai의 반응 속도 자체가 빠르다. 파이널 스테이션을 한번 떠올려보자. 안해보셨다고? 알 바 아니다. 파이널 스테이션에서는 총알 쓰는것도 아까워서 일일히 적을 주먹으로 세 대씩 때려 죽였다. 그게 심지어 총알을 과하게 아끼는 행위도 아니었다. 이래서야 뭐 총쏘는 재미가 있을리가 없다.

 

적셔~

 

 본인은 부처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하나도 없다. 애초 큰 기대를 가지고 다운받은 게임도 아니었다. 그래도 몇 가지 짚어보자면, 주인공 캐릭터를 식별하기 조금 힘들 수 있다. 화면이 중앙에 주인공을 두고 따라 이동하므로 '내 캐릭터가 어디 있지?' 하는 상황은 보기 힘들지만, 이런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아마 아예 없진 않을 것이다.

 게임에 피가 많이 튄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새삼 둠향 다시다를 있는대로 끼얹은 게임이니만큼 취향의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플레이에 지장을 주는 요소는 아니다.

 게임이 조금 짧게 느껴질 수 있다. 전체 캠페인 맵은 튜토리얼 포함 20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기본 난이도로 하긴 했지만 2-3시간이면 최종보스까지 다 잡을 수 있는 게임이다. 나는 짧아서 좋긴 했지만 게임 정가가 10500원인것까지 고려하면 확실히 가격에 비해 짧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등장하는 적의 종류가 별로 다양하지 않다. 잡몹들과 보스 포함해서 대충 12종류가 등장하는 것 같다. 특정 지역에서만 등장하는 적들도 있고, 중간보스 취급인 적들도 있다. 저마다 공격 패턴이나 ai가 특색이 있어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는 적은 하나도 없지만, 가짓수가 적긴 적다. 전체 분량이랑 같이 따져보면 적절한 수준이긴 하다.

 

경찰차(3연발 로켓포로 무장한)

 

 적의 종류가 적은 대신 맵의 기믹이 다양한 편이다. 매 스테이지마다 다른 맵에서는 볼 수 없는 디자인의 기믹이 하나씩은 등장한다. 맵 전체를 빙빙 돌아가는 거대 톱날이라던가, 불 함정이라던가, 점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올라오는 용암, 인디아나 존스, 이것저것 있다. 그래서 전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똑같은 플레이를 반복한다는 감상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짧고 강렬한 게임이다. 리뷰에 딱히 더 쓸 말도 없다. 정가주고 사기는 좀 아까울 수 있다. 그리고 다 깨고나면 돈을 버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시간 버렸다는 생각은 안 들 것이다.

 

씨 유, 스페이스 부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