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9. 06:41

최초작성: 2020. 1. 2. 23:29

 

그래서 배너로드는 언제 나와요?

 리뷰를 간만에 쓴다. 리뷰만 간만인게 아니라 텍스트가지고 뭘 하는게 간만이다. 요즘은 책도 안봤다. 안그래도 잘 안나가던 사람이 집에서 점만 찍으니까 점점 동굴 트롤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가장 최근에 썼던 리뷰가 부처 리뷰던데, 그게 벌써 3개월 전이다.

 배틀 브라더스는 2017년 3월 출시한 srpg다. 굉장히 건조한 게임이다. 10월쯤 이 게임을 돌렸는데, 돌리던 중 재기드 얼라이언스랑 비슷한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배틀 브라더스는 해당 게임에서 모티브를 받아 개발되었다는 영문 인터뷰 기사같은게 나왔다.

 Overhype Studio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배틀 브라더스가 소기의 성과를 이루자, 이를 추진력 삼아 개발사는 차기작 개발에 착수했는데, 잘 풀리지 않았는지 배틀 브라더스로 돌아와 DLC를 2개 출시한다.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란 후문이 있다. (최근 추가 신규 DLC가 발표되었다.-20)

 배틀 브라더스는 정적인 게임이다. 배경은 마법과 몬스터가 등장하고 기사도 나오는 판타지 세상인데 비해, 등장하는 용병들은 다들 소시민이다. 하이 판타지에 대비하여 로우 판타지라고도 부른다. 아무리 잘 키우고 좋은 장비로 돌돌 말아준들, 단검에 몇번 찔리면 결국 죽는다.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게임하면서 느끼는 대부분의 불합리는 출처가 이곳이다. 배틀 브라더스에서의 불합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용병의 성장부터 살펴보자.

 

면접비가 너무 비싸다.

 

 모든 용병은 기본적으로 8종의 스탯을 가진다. HP, 피로도, 주도력, 정신력, 근접 명중률(공격력이 아님), 근접 회피율(방어력 아님), 원거리 명중률, 원거리 회피다. 경험치를 쌓아 레벨업을 시켜주면 3종의 스탯을 골라 소량 올려줄 수 있다. 올라가는 수치는 용병의 고유 포텐셜에 비례하여 최소치가 보장된다. 재능은 결국 여기서도 타고나는 것이다. 12레벨까지는 그렇게 올라가다가 그 이후로는 아주 소량씩만 올릴 수 있다.

 스탯과 별개로 퍽도 12개 까지 매 레벨마다 찍는다. 높은 레벨에서 해금되는 퍽일수록 효과가 강력한데, 저렙에서 열리는 퍽들도 대체 불가능한 효과들이 많아 꽤 균형이 잡힌 편이다. 퍽 설계 자체도 단순한 수치상 보너스를 제공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행동을 늘려주는 경우가 많다. 높은 레벨에서 저레벨 퍽을 찍는 경우가 적지 않다.

 퍽을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캐릭터의 역할이 달라진다. 고정된 직업이 있는 게임들에 비해 플레이어가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유동적인 육성이 가능하다. 배틀 브라더스의 매력인 셈이다.

 개발사는 이렇게 육성하는 캐릭터에 플레이어가 정을 붙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용병들과 관련된 이벤트가 발생하고, 이 때 텍스트들이 꽤 재미있다. 캐릭터의 hp가0이 되면 보통은 사망하는데, 높지 않은 확률로 영구적인 부상을 얻고 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이것 또한 캠페인에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개발진은 인터뷰한 적 있다.

 

공원의 뒷길엔 비석 하나 없는 작은 무덤이 있지

 

 캐릭터의 영구 사망 역시 그 장치 중 하나다. 이 게임엔 포켓몬 센터가 없기 때문에, 용병 하나하나의 목숨에 플레이어는 몰입하고 열중하게 된다. 다만 동시에 이 하드코어는 게임의 전투 시스템과 맞물려 플레이어에게 굉장한 불합리를 선사한다.

 용병이 무기를 휘두를 때, 명중률은 다원적인 이유로 변화한다. 하지만 결코 5%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며, 95% 이상 올라가지도 않는다.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한다. 다만 적이 공격할때도 적용되는 유리천장이기 때문에, 평소라면 절대 안맞을 공격이 5%확률을 뚫고 들어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리고 5%를 두번 연속으로 뚫게 되면 잘 키운 용병이 비명횡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이런 하드코어한 전투 자체는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질 나쁜 디자인이라고 하기는 힘든 수준이라고 종합할 수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운빨좆망겜이다.

 

전리품이 이렇게 낭낭한 게임은 또 없다

 

 전투가 이렇게 한 판 한 판 피말리니, 당연하게도 보상 역시 적지 않다. 전투가 어렵기만 하고 주는 것이 없다면 플레이어가 못 버틴다. 일단 플레이어가 쓰러뜨린 적들의 장비가 드롭된다.(전투 중 망가지지 않았다면) 돈이나 수리도구, 음식, 교역 상품 등 일단 게임 내 등장하는 다양한 물품들을 얻어볼 수 있다. 게임 전반의 그래픽이 그렇지만, 아이템 텍스쳐들 역시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폐지욕이 상당히 충족된다.

 배틀 브라더스의 장비 아이템엔 레벨 제한이 없다. 직업 시스템이 없으니 당연히 직업 제한도 없고, 버리는 장비 아이템도 없다. 또한 갑옷의 레벨이 아주 세분화되어 있다. 가장 내구도가 적은 방어구는 10이고, 가장 많은 방어구는 320에 이르는데, 그 사이 내구도 약 10 단위마다 텍스쳐가 완전히 다른 갑옷들이 있다. 투구는 따로다. 상위 레벨의 방어구로 건너가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니, 매 드롭이 즐겁다.

 용병단의 자금 운용 역시 게임의 한 큰 부분이다. 모든 아이템엔 기본 가격이 있는데, 방문한 마을의 규모, 혹은 상태에 따라 파는 물건의 양과 가격이 달라진다. 물가가 싼 생산지에서 교역품을 사 물가가 비싼 도심지에서 파는 것 만으로도 전투 없이 금전적인 이익을 챙길 수도 있다. 거상이나 대항해시대같은 게임을 떠올려보면 될 것이다. 물론 배틀 브라더스의 주 컨텐츠는 교역이 아니기 때문에, 구현한 범위는 넓지 않다.

 

교역에 특화된 시나리오도 있다.

 

 전에 steambirds alliance 리뷰를 썼을 때에도 한 말인데, 폐지를 활용할 구석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배틀 브라더스 자체가 돈이 상당히 쪼들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튼 뭔가 주우면 기분이 좋다.

 이래저래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게임이다. 해외 위키나 포럼도 상당히 활성화되어 최신 정보가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DC에도 마이너 갤러리가 있는데, 여기 들리는 유저도 꽤 많다. 싱글플레이밖에 없고 멀티플레이 요소는 전무한 게임인데도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다는 것은 게임 자체가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오늘의 교훈. 인간은 참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