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19. 07:20

최초작성: 2020. 1. 8. 7:49

 

그녀들의 유쾌한 반란이 시작됐다!

 이 게임, 스팀 리뷰란에는 게임 자체보다는 캐릭터에 대해 언급하며 추천하는 리뷰가 꽤 많이 보인다. 여기뿐이 아니다. 구글에 검색해봐도 어디 트위터의 "언니들이 너무 매력적이라 눈물이 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ㅋ" 같은 텍스트가 주류다. 여성 게이머들에게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풀 메탈 퓨리는 10월 중순에 파섹으로 돌리기 시작해, 날씨의 아이가 극장에서 슬슬 내려갈 즈음 엔딩을 본 게임이다. 여기서 말하는 파섹이란 전 리뷰, 전 전 리뷰에서도 언급한 게임 화면공유 프로그램이다.(티스토리 와서는 parsec 카테고리가 신설됐다.-20?) 돌이켜보니 엔딩 본 당일 날씨의 아이를 본 것이 맞는지 조금 헷갈린다. 아무튼 11월 초인것은 틀림 없다. 이번에도 역시 건진 스샷이 별로 없어 스팀 상점 페이지의 스크린샷을 몇개 가져왔다.

 풀 메탈 퓨리스는 Cellar Door Games 개발, 배급의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셀러달러게임즈는 이전에 발매한 로그 레거시가 유명하다. 풀 메탈 퓨리스와 로그 레거시의 발매일 간격이 굉장이 넓다. 13년 로그 레거시 발매 이후 18년 하반기에 퓨리스가 발매되었다. 사실 개발사 5년의 역량이 오롯히 풀 메탈 퓨리스에 투자되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만한 자원이 필요해 보이는 게임도 아니고, 디자인적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는 게임이기에 또 그렇다.

 

사소하지만, 캐릭터 난이도가 별 세 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미리 밝히자면, 4인이 모여서 하는데다가 호스트가 한글 패치를 안 해 두었기 때문에, 스토리를 제대로 못봤다. 제대로 못 본 것이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제와서 4명을 모아놓고 게임의 스토리를 물어봐도 아마 다들 잘 모르겠다고 하지 않을까 싶다. 딱히 이해하는데 개연성이 필요한 내용이었던 것 같지도 않고.

 주인공 네명이 종횡무진 세상을 구한다는 뭐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애초에 퓨리는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이다. 스토리가 중요한 장르는 아니다. 퓨리는 이상한 게임이다. 스토리 비중을 너무 높게 잡았다. 몇가지 근거가 있는데, 우선 대화창이 너무 자주 나온다. 파일럿이 따로 있는 캐릭터 네 명이서 스테이지 넘어갈 때마다 서로 대화를 한다. 파섹이라 다행이었지 오프라인 로컬 코옵이었으면 서로 어색할 뻔 했다.

 

대체 왜 지랄을 보고 있어야 하는가?

 

 주인공들끼리만 대화하는 것도 아니다. 인카운터가 발생할때마다 등장하는 잡졸 1,2들도 저마다 굳이 텍스트를 띄운다. 화면 위아래에 작게 지나가는 것도 아니다. 대화가 발생하면 조작도 멈추고 잡졸이 헛소리하는걸 굳이 봐야한다. 어이가 없다. 한 맵을 진행할때마다 대여섯번씩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게임에 속도감이 전혀 없다. 심지어 되려 몰입이 떨어진다.

 서사는 텍스트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전투 파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전투가 계속 이어지는 것만 해도 훌륭한 컨텍스트고, 캐릭터를 계속 조작할 수 있게끔 놔두는 것도 컨텍스트다. 이런 시덥잖은 대화가 게임을 일시정지 시키지만 않았어도 훨씬 나았을 것이다. 한창 무기 휘두르고 있는데 뜬금없이 만담이 나와봤자 짜증날 뿐이다.

 

아니 난 때리고 싶다고!!

 

 괜히 만든게 아닌가 싶은 부분은 또 있다. 맵 구석의 이곳저곳 숨겨진 문자가 있는데, 이것들을 해독해 암호를 입력하는 퍼즐이 있다. 뭐 보스방 앞에 어디에 쉬운 곳에 하나씩 놓인 것도 아니고, HLD에서 조각 뒤지듯 시야에 비치지도 않는 맵 외곽을 일일히 비벼야한다. 이 암호를 맞춰야 스토리상 진엔딩을 볼 수 있다는 모양이다. 이게 싱글플레이 온리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가 싶다. 빗뎀업이라는 장르명을 달고 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전투 파트는 위의 텍스트 문제들에 비하면 훨씬 상태가 양호하다. 중간중간 대화창 때문에 흐름 끊기는 걸 제외하면 그렇다. 우선 네 명의 캐릭터가 저마다 다른 스킬셋을 가진다. 캠페인을 진행하면 추가 로드아웃들이 언락되는데, 언락 조건이 종종 기괴하다는 점(맵 밖 비밀 통로에 숨겨뒀다던지)만 빼면 대체로 어울리고 괜찮다.

 조작 또한 고전적이고 특별히 튀는 것 없이 무난하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패드에 최적화된 세팅인 것 같다. 일반 공격, 이동기, 세이브기, 아군 부활이 일반적으로 쓰는 4개 버튼이고, 연속 입력을 요구해 귀찮게 굴지도 않는다. 또 하나 꼽자면 보스전이 만족스러웠다. 도전욕구가 죽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어려웠다. 바닥 패턴도 잘 쓰고 전환도 빠른게, 노가다로 밀지 않는 이상 한번에 깨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적들이 자주 보호막을 쓰고 등장하는데, 보호막의 색에 맞는 캐릭터의 공격만 통하기 때문에, 딜러가 아닌 캐릭터들은 이 경우 조금 고생스럽다. 딜러 쿼터제 비슷한 것일까? 톡 치기만 하면 보호막이 풀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량 딜을 넣어야 했기 때문에, 탱커가 탱킹만 하기는 조금 어려웠다. 아마 이것저것 시켜서 동선을 꼬아놓는 것 자체가 개발자 의도일 것이다.

 

스쿨 아이돌

 

 풀 메탈 퓨리스는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내실 없는 게임은 아니다. 게임은 조금 혼란스럽다. 코옵 플레이를 강조하는 게임의 방향 자체는 괜찮았는데, 캐릭터성을 강조하려 했는지 서사를 강조하려 했는지, 굳이 플레이어에게 떠먹여주고 싶었는지 자꾸 들이미는 대화창이 게임의 흐름을 끊어먹는다. 이것저것 숨겨둔 요소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하나의 게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이렇게 디자인이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게임 출시 자체는 성공적이었고, 나름의 팬덤도 형성된 것을 보면, 오히려 개발사 역량이 대단해 보인다.

 이것저것 더 쓰고 싶었던 말이 많지만, 이래저래 빼고 정리했다. 고민을 좀 한 탓에, 글 쓰는 속도도 느렸고 솔직히 글의 질도 잘 모르겠다. 못받은 한글 패치가 아쉬울 따름이다. 호스트에게 추후 책임을 물을 생각이다.

 

울렁울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