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작성: 2020. 1. 11. 22:47
왈더 프레이 공은 그의 바짓가랑이 속에서 나온 자식들로만 해도 군대를 꾸릴 수 있었다.
발더스 게이트가 내 라이브러리 한켠에 자리잡은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지인들과 멀티플레이를 돌리기 위해 gog에서 세일할 때 산 것 같다. 하지만 당시 게임의 멀티플레이 환경이 열악했던 탓인지, 내 인터넷 회선이 열악했던 탓인지, 우리 파티는 게임을 제대로 돌려보지 못했다. 그렇게 묵혀둔 것이 벌써 3년은 넘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우연히 기회를 얻어 평소 보는 스트리머의 발더스 게이트 파티에 참가할 수 있었다.
게임을 샀을 당시부터만 비교해 봐도 게임의 UI가 꽤 달라졌다. 보이는 부분에서 이렇게 큰 변화가 있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도 자주 업데이트가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EE 출시 당시엔 버그나 최적화 문제로 평가가 좋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발더스 게이트 1,2 오리지널의 개발사는 바이오웨어고, 출시 약 15년 뒤 EE 버전을 출시한 것은 빔독이다. 바이오웨어는 매스 이펙트, 드래곤 에이지, 그리고 앤썸 정도로 유명한 개발사이니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빔독의 병우 바이오웨어와 비교해보면 신생인 캐나다 연고 개발사인데, 2009년 설립되었고, 자체 개발작보다는 고전 게임의 리마스터로 유명하다. 계약 때문인지 애정 때문인지 몰라도, 발게이 1,2 EE의 A/S는 꽤 훌륭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새로 출시되는 발더스 게이트3의 개발권은 라리안이 NTR해갔다. 빔독 입장에서는 싱숭생숭할 것이다.
공 략 자
98 발더스 게이트 잡지 공략도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아무튼 해서 11월 말 즈음부터 12월 초까지 돌려 엔딩을 봤다. 워낙 오래된 게임이다보니 리뷰를 쓰기 애매하지 않나 싶다. 이런 고전 게임의 경우, 출시 당시와 현재 시점의 간극까지 잘 고려하여 서술하는 것이 좋은 리뷰가 아닐까 싶은데, 게임 출시 보름 뒤에 태어난 나로서는 기반지식이 0에 수렴하며, 조사해야 하는 자료가 지나치게 많으니, 그야말로 글렀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경험해본 멀티플레이 부분에 대해서만 쓰기로 했다. 싱글플레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 또 다 깰지 모르겠다. 누메네라도 텍스트 읽기 귀찮아서 못 깨고 있는 마당에 발게이를 언제 또 다시?
멀티플레이에서는 시나리오의 주인공인 고라이온의 양자가 1P 호스트이고, 나머지 객원 플레이어들은 동료로 들어가게 된다. 고라이온의 양자가 죽으면 싱글이든 멀티든 자동으로 게임 오버되니 1p가 실질적인 주인공이긴 하다.
대신 평소 보는 모든 대화창이나 이벤트는 같이 보기 때문에, 사실 별 차이는 없는 편이다. 자기 캐릭터랑 관련 없는 액션들까지 전부 직관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trpg 의 흔적 아닐까?
동료들은 물론 게임이 시작할 때부터 함께 진행한다. 동료 슬롯을 실제 플레이어들이 채우기 때문에, npc 동료를 영입했을 때 볼 수 있는 상호작용 이벤트는 볼 수 없다. 대신 실제 사람들이 플레이해주므로, 별의별 트롤링은 다 경험해볼 수 있었다.
창을 얻은 레후
'발더스 게이트EE'의 무대가 되는 발더스 게이트 인근의 소드 코스트
도서관 요새 캔들킵에서 자란 주인공은 명사 고라이온의 양자이다. 고라이온은 위기를 감지하고 주인공을 피신시키려 함께 캔들킵을 뜨는데, 떠나는 바로 그 날 최종보스와 그 부하들에게 습격당한다. 주인공이 도망칠 시간을 벌기 위해 홀로 남은 고라이온은 최종보스에게 홀로 맞서다 살해당한다.
고라이온의 죽음을 뒤로 한 채 주인공 일행은 포가튼 렐름의 서부 해안을 여행하며, 지역의 철 위기를 해결하고, 암살자들을 뿌리치고 최종보스의 정체와 실체, 목적을 파헤치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서사에 사실 대단한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던가 하지는 않았지만, 무난한 진행이었다. 스토리의 뒷부분이 궁금해지는 정도면 이런 rpg 게임에서는 충분한 서사이리라. 워낙 옛날 게임이라 연출이나 컷씬이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또 밋밋하기는 하다.
생각햇던 것보다 자유도가 높은 게임은 아니었다. 물론 당시 인기있던 일본산 rpg들보다야 훨씬 플레이어를 풀어주는 편이지만, 특정 npc를 죽이면 게임 진행이 심각하게 힘들어 진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다. 보통 그런 npc는 퀘스트 주는 비선공 npc이므로, 선 성향 플레이가 강요된다.
최근의 자유도를 강조하는 게임들은 이런 부분에서 조금 더 안전장치가 있다. 이런 죽일 수는 있지만 실제로 죽이면 안되는 npc라던가 하는 소품의 경우, 이런 식의 줬다 뺐는 자유도가 도리어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은 깔끔하게 디자인적으로 배제하곤 한다.
클래스 상실: 인퀴지터
그래서 성향 플레이가 조금 어려웠다. 적당한 선에서 트롤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물론 코만도스도 아니고 도둑질하라고 만들어놓은 게임은 아니지만. 우리 인퀴지터는 그래서 손버릇 나쁜 동료 하나 잘못 뒀다가 무직이 되어버렸다.
클래스와 스킬 시스템은 D&D에 기반한다. 그래서인지 아무래도 밸런스 면에서 유연한데, 좋게 말하면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는 밸런스가 안 맞는다. 게임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클래스가 서넛은 된다. 그런데다 마법사는 지나치게 강하다는 인식이 있다. 오프라인 trpg였다면 DM 재량으로 조정할 수 있었겠지만, 발더스 게이트는 컴퓨터 오락이니까, 이건 단점이다. 아마 대대적인 조정이 있었다면 원 저작권자나 팬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투 시스템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린다.
물론 발더스 게이트는 98년 게임이고, 현대 오픈월드 rpg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임이니만큼, 지금 시각에 비추었을 때 아쉬운 부분이 있을지라도 결코 당시 개발자들이 게을렀기 때문에 생긴 문제들은 아닐 것이다. 지금이야 연일 하한가 갱신중인 바이오웨어지만...
여담으로 ost가 좋았다. 고전적이다. 멀티 돌리기는 솔직히 불편한 게임이었다. 아마 옛날에는 온라인이 아니라 LAN 멀티플레이였겠지 싶은데, 한국 게이머 감성은 학실히 아니다. 몇명씩 약속잡고 모여서 며칠에 걸쳐 게임을 돌린다? 암만 생각해도 너드 감성이다. 인싸는 오버워치 한판 땡 하고 노래방 간다.
파티는 엉망이었지만 엔딩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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