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2. 21. 06:50

성 기능 강화제 필요해요?

 Star Fetchers는 20년 1월 17일자로 스팀에 등록된 무료 게임이다. 인벤 웹진을 매일같이 들리는데, 주요 뉴스 중 눈에 띄는 타이틀이 있어 열어보니 이 게임의 체험기였다. 기사에서는 '약을 빨았다'는 둥의 수식어로 게임을 설명하는데, 이 얼마나 진부한 표현인가! 하지만 흥미가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음악도 괜찮았고.

스타 페쳐스의 밑조사를 별로 안했다. 못한 측면도 있다. 검색해봐도 의미있는 정보는 별로 없고, 스팀 상점 페이지의 개발사 홈페이지 버튼도 트위터로 연결된다. 개발자 트위터에서 뭘 찾을 수 있겠는가? 팬아트 좀 내려보다 나왔다.

팬덤 모집은 성공한 셈이다

 씹덕이 씹덕들 하라고 만들었다. 게임의 스팀 커뮤니티 페이지에 주인공 2명의 팬아트가 넘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게임은 아무리 길게 해봐야 한 시간 짜리인 데모에 가까운 물건인데, 나오는 팬아트는 차고 넘친다. 이게 어떻게 된 현상인가? 제작자가 개성있는 캐릭터(설정,비주얼)을 잘 만들어서 퍼트리는 것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아니면 뭐 이전부터 있던 만화나 소설의 등장인물들이던가.

 게임에 대해 말하자면, 스토리나 설정 요소의 비중이 큰 사이드스크롤 (마우스)액션 게임이다. 언더테일을 단순한 폭탄 피하기 게임이라고 말하기 힘든 것이랑 비슷하다. 화면을 좁게 쓰고 상하좌우 점프로 움직이며, 마우스 돌리면 칼 끝이 거길 따라가는 참 직관적인 조작이다. 실제 인게임 튜토리얼은 이렇다.

잽 펀치 훅! 사이드킥!

 주인공 산예티는 정육점인지 식료품점인지 하는 가게의 알바를 뛴다. 꼽주는 사수에 치이고 짜증나는 사장에게 치이고 쓰레기 봉지 치우다가 봉지를 터트린다. 자기는 인생의 패배자라고 잉잉 울다가, 쓰레기통 위에 2단 점프하고 나타난 잠베지와 '운 명 적 인 만 남'을 겪는다.

 이 잠베지라는 여자는 인생 막 사는 불량배다. 옆구리에 칼 차고 다니고, 폼으로 차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주인공이 알바뛰는 가게에 강도가 들자 정문으로 따라 들어와서 싹 죽여버리고 주인공을 자기 갱에 스카웃해간다. 이 2인조가 뒷세계의 탑이 되기 위해 돌아다닌다는 것이 스토리다.

그러던 어느날

 비주얼 노벨에 가까운 게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게임 트레일러에서 액션 비중을 꽤 크게 잡고 비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중요하진 않아 보인다. 마우스 가는 대로 칼을 쓱 그어버리면 모든 잡졸은 한 방에 죽는다. 한 방향으로 쭉 달리면서 붕쯔붕쯔 휘두르면 나름 경쾌한 맛이 있다. 타격감이 좋다고까지 하기엔 조금 뭣하지만 사운드나 이펙트가 적당히 받쳐주니 상쾌하다.

 자기들끼리 한참 대화하다가(가끔 선택지도 제시한다. 과연 충실하다.) 한 갱단을 치기로 결정한다. 다 죽여서 집도 뺏고 돈도 뺏고 한대는 모양이다. 이렇게 누구네 갱단 잡으러 들어가서 잡졸은 다 쓸어버리고 보스까지 잡으면 또 한참 비주얼 노벨 타임이다.

 전투 파트랑 대화 파트가 철저하게 구분되어 있다. 파일럿에서만 이런 건지 추후 에피소드에서도 이렇게 진행할 건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만, 이 구성은 전투 파트가 너무 소품화되는 감상이 있다. 애초 소품으로 기획되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연출이라기보단 컷씬들이긴 하지만

 다른 것보다, 제작자의 센스가 돋보였다. 대충 만든 듯 하면서도 어딜 보면 또 공을 들였고 감탄이 나오고. 인게임 배경의 퀄리티는 안 좋은 편인데, 제작자 역량의 한계라기보다는 그냥 선택과 집중을 빡세게 한 것 같다. 추후 에피소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