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도로 한국어 하늘 실버 발굽...
"인천 공항"
FPS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 글에서도 몇번 이야기했다. 플레이에 있어서 개인의 피지컬 비중이 너무 크게 느껴지는 장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피로감도 장난없다. 3D 멀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총좀 쏘다보면 머리가 아프다. 스트레스라도 받기 때문일까? no more room in hell 이나 l4d2 등의 pve게임에서도 이런 증상은 떠나지 않았다. 실력에 대해 포기하니 편해지기라도 한 것인지, 최근 wwz를 돌리면서는 별로 골아픈 일은 없었다. 좋은 현상이다.
크게 관심이 가던 게임은 아니었지만, 에픽에서 무료로 풀렸기에 지인들과 해볼 기회가 생겼다. 좋다고 받아서 돌리게 되었다. 결국 꽤 재밌게 했다. 하지만 막상 뭔가 쓰기는 살짝 애매하다는 느낌이다. 상기했다시피 FPS는 경험치가 떨어지기 때문인데, 에버랜드 놀이기구 감상평을 쓰랄 때의 막막함이라면 적절한 비유일까? '즐거웠다.' '스릴 넘쳤다.'
월드워z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 영화에 뒤이은 미디어 믹스로서 출시된 게임으로, 원작자가 인게임 시나리오 일부에 기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 개발 자체에 상당히 주도적으로 관여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의미가 있었는지, 게임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상업적으로도 퍽 성공한 모양이다.
월드워z는 레벨 업 요소가 있는 좀비 슈팅 게임이다. 서로 다른 4명의 캐릭터가 각각 등장하는 4개의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고, 시나리오마다 3~4개의 챕터(맵)이 들어있다. 이들과 독립된 맵을 사용하는 호드 모드까지 포함하면 총 맵은 15개인 셈이다. (PVP는 제외한다.)
시나리오를 중요시한 것인지, 각 에피소드마다의 주인공이 매번 다르다. 서로 내용이 연결되지 않기도 하거니와, 물리적인 배경 역시 동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에피소드는 4개이기 때문에 주인공 그룹도 4개, 16명이다. 반으로 찢어서 축구도 할 수 있겠다. 저마다 진부한 개성이 붙었다. 이렇게 많을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문제되는 일도 아닐 것이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없구나 싶긴 한데.. 그게 대순가? 캐릭터 보고 하는 게임도 아니고. l4d 시리즈에서는 캐릭터들이 좀비 영화를 찍는다는 극중극의 형식으로 캐릭터 4명을 고정시켰다는 점이 비교거리로서 이야기할만 하다.
모 씨의 지적에 따르면, 뉴욕 에피소드의 주인공들 중 백인은 하나도 없다. 맙소사
캐릭터 스토리 컷씬을 잘 만들어놨다.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장르의 선배격인 l4d 시리즈에서와 달리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저마다 다른 능력치를 가질 수 있다. 때문에 개인의 게임 기여도는 에임의 영향이 절대적이지 않다. 덕분에 나도 스트레스가 덜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게임의 클래스 시스템이다. 게임엔 총 6가지 클래스가 준비되어 있는데, 플레이를 반복해 각각의 레벨을 올릴 수 있다. 클래스마다 레벨 업에 따라 언락되는 27가지 퍽들 중 9가지를 선택할 수 있고, 고정적인 4개 퍽도 들어온다. 30이 최대 레벨이고, 이 상태에서 리셋해 '명예' 단계를 올릴 수도 있다. 명예 레벨에 따라 캐릭터 초상화 테투리가 조금 달라지는 정도.
클래스마다 약간의 특색이나 전문화되는 역할이 있긴 한데, 서로 이것을 강요해야 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어차피 좀비 헤드만 잘 맞추면 아무래도 좋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클래스 레벨이 높아져도 캐릭터가 그렇게 극적으로 강해지진 않는다. 개인의 성능에 대해, 플레이어의 실력과 클래스 시스템상 보정 사이의 무게중심은 왼쪽에 아주 약간 쏠린 느낌이다. 디비전같은 RPG도 아니니 참 적절한 디자인이지 싶다.
밸런스 문제가 살짝 있지만 괜찮은 수준
클래스가 이런 슈팅 게임에 어울리느냐와는 별개로, 플레이어 레벨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약간의 동기부여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 맵의 디자인이지 싶다. 후술하겠지만 시각적으로는 꽤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에픽에서 공짜로 받아다가 한 주제에 불만족이면 뭐 어쩔거냐 싶긴 하지만. 대부분 맵이 일자 진행이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맵 디자인 밖의 영역에서 퍽 불만스러운 요소가 있긴 했다.
우선 모든 시나리오 맵은 몇 가지 부품으로 나눠서 조감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1.조용히 진행하는 구간 2.소규모 웨이브가 달려드는 구간 3.대규모 호드에 맞서 지역을 방어하는 구간 4.요구하는 물건을 찾아오거나 버튼을 눌러야 하는 구간 등. 맵 외관의 디자인은 매번 달라지지만 이런 도식화된 양상은 변함이 없다. 퍼즐 조각들의 순서만 조금씩 섞일 뿐이다. 아쉽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달리는 롤러코스터에 얹혀 레일이 어떻게 꼬여있거니 생각할 짬은 없는 것이다.
분명히 아쉬웠던 것은 따로 있는데, 그건 바로 난이도 설계다. 난이도는 5가지 단계가 마련되어 있는데, 난이도가 올라감에 따라 바뀌는 것은 아쉽게도 출현하는 좀비의 수량, 좀비의 체력, 더 적어지는 플레이어의 체력뿐이 없다. 거기에 심지어 가장 높은 난이도에서는 네비게이터마저 사라져, 길을 플레이어 알아서 찾아야 할 뿐더러, 눌러야하는 조그마한 버튼을 찾아 오만 곳을 다 뒤져봐야 하는 끔찍한 사태가 발생한다.
사진에 보이는게 버튼이다.
다시 말해, 기존 게임의 요소를 일부 삭제해 게임 편의성을 저하시켜 난이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구조조정은 환영하기 어렵다. 또한 난이도를 설명할 때 "적정 레벨" 이 적혀있는데, 사실 레벨보다는 플레이어 개인의 숙련도가 조금 더 중요했다.
그래픽은 퍽 보는 재미가 있었다. 모 군은 러시아 맵을 싫어하고 도쿄 맵을 이쁘다고 좋아했는데, 내 보기엔 다 잘 만들었다. 미술적으로는 놓친 것이 없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구석구석 조그마한 오브젝트도 밀도있게 잘 들어차있고, 한번 보고 말 건물들도 꼼꼼하게 잘 만들었다. 캐릭터 16명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은 부분들이 있다. 난이도도 그렇고 번역도 그렇고 아쉬운 부분들이 몇 있기에 이런 감상이 두드러진다.
검수가 부족했던 것일까
무기 부분 역시 조금 애매했다. 게임엔 여러 종류의 총기가 등장하는데, '총기 경험치'를 쌓아서 '총기 레벨 업'을 해야한다. 보통 두 가지 갈래로 나뉘어 피해량이나 정확성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솔직히 눈에 띄는 큰 차이는 없다. 개중엔 아예 레벨 업은 되는데 강화는 불가능한 무기도 있어, 어딘가 덜 만들어진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번역에 있어서는 문제가 심각한데, 영어 음성과 번역 자막 간 고유명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에 심지어 번역문끼리도 서로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위치'가 '수위치'가 된 것은 귀여운 수준이고, '럴커'인지 '크리퍼'인지 지맘대로인데다가, '초대하기','강퇴하기','파티 리더 넘겨주기'가 쓰리썸을 타고 있는 것을 보면서는 아연했다. 이런다고 죽을 좀비가 안 죽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일면이 검수가 부족한 게임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데뎃 닝겐상
괜찮은 게임이다. 공짜로 받아서 했다는 점이 크다. 삼만원 돈 주고 할 게임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간만의 FPS라 재미있게 하긴 했다. 에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게임이기도 했고. 혹시 받아두고 썩히고 있다면 한 번쯤 돌려보자. 고난이도에서는 도전욕구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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