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친구! 배신자의 왕이다!
포더킹은 나온지 꽤 된 게임이다. 스팀 얼리엑세스를 17년에 시작했고 졸업은 18년 4월에 했다. 이전부터 인터넷 방송이던 어디 웹진이든 보기는 많이 봤는데, 직접 해볼 날은 요원하다가 얼마 전 Parsec호를 통해 접해볼 수 있었다.
3명이 천천히 3일정도 시간을 들여 최종 보스까지 잡았다. 약 15시간 정도 걸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잡고 보니 최고 난이도도 아니였다. 오기는 생기지만 새삼 귀찮아 적당히 그만두고 리뷰나 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브론즈 영웅들
포 더 킹은 가벼운 게임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우선 확률 의존도가 높다. 모든 캐릭터는 저마다 7가지 종류의 스탯을 가진다. 이 스탯은 모두 0~95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후술할 이유로 인해 특정 스탯이 아무리 낮은 캐릭터라도 대략 4-50은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
이동과 전투 시의 공격을 포함한 대부분의 행동은 토큰을 채워 성패 여부를 결정한다. 행동이 요구하는 스탯이 그대로 토큰 채우기의 성공률이 된다. 이를테면, 눈 앞에 잠긴 문이 있다. 이 문을 열기 위해서는 힘 토큰 2개를 채워야 한다. 힘 스탯이 75인 캐릭터가 문에 돌진하면 56%의 확률로 성공, 38%확률로 절반의 성공, 6% 확률로 문 앞에 널부러지는 것이다.
나무 문 앞에 절망하다
물론 캐릭터의 상태에 따라, 쉬운 일이냐 어려운 일이냐에 따라 확률에 보정이 들어가거나 토큰 갯수가 달라지거나 한다. 강력한 버프나 공격의 경우 -25%씩 확률이 붙어 최대 데미지를 뽑는 것이 쉽지 않다. 플레이어가 실패하면 게임도 곤란한 행동의 경우 -위의 문 부수기라던가. 문을 못 부숴서 파티가 전멸하면 말도 안 되니까.- 확률에 +가 붙는다.
물론 무슨 행동을 하던 매번 성공을 할 수는 없는 법이고, 절대 실패하면 안되는 상황을 담보하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집중력이라고 부른다. 토큰을 채워야 할 때 이 집중력을 사용하면 맙소사, 토큰을 공짜로 하나 채워주는 동시에, 나중에 굴릴 주사위의 확률도 높여준다. 추가 주사위 확률 보정은 집중 포인트마다 10%,5%,2%p로 점점 낮아져 집중력 복수 투자의 효율은 낮은 편이다.
이 집중력을 다른 게임에 억지로나마 대응시켜 보자면 이건 MP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최대 3 집중 포인트가 제공되고, 자연적으로는 회복되지 않는다. 최대치는 소수 이벤트나 아이템으로만 늘릴 수 있다. 집중력을 박던 말던 사실 운빨좆망겜인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93%가 2연속으로 삑사리나 파티가 전멸하는 경우도 있다.
집중=스킬, 노집중=평타
종합해 봤을 때, 확률 보정 장치는 몇가지 있지만, 결국 주사위 잘 굴리는 쪽이 이기는 운빨좆망겜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은 전략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가볍다. 불합리한 행동이건 비효율적인 행동이건 주사위만 잘 굴리면 파티원에게 쿠사리 먹을 일 없는 것이다. 도리어 떵떵거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XCOM을 위시한 본격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도 종종 채택하는 것이 백분율 기반의 명중률인데, 주사위 굴리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해서 꼭 게임이 가볍다고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물론 그렇다. 내가 포더킹을 가벼운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두 번째 이유는 설계된 플레이가 상당히 직선적이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이 제공하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 이동해야 하며, 전투 시의 변수가 그리 다양한 것도 아니다. 짧게 말해 단순하다.
메인 퀘스트는 매 플레이마다 달라지지 않는다. 고정적이다. 중간중간 들리는 마을에서 수주받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는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퀘스트 내용은 짧은 거리의 아이템 배달이나 몬스터 무리 하나 잡기 정도가 끝이다. 단순하다. 퀘스트의 보상도 유형이 명확하고 간소하다.
딱히 수행하면서도 퀘스트를 한다는 느낌은 아니다. 그냥 부업?
동선의 최적화가 필요하긴 하지만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딜 먼저 갈까도 딱히 고민할 것 없다. 퀘스트가 점지해주는 대로 따라가면 그만이다. 던전을 들어갔을 때는? 역시 일직선이다. 갈림길도 뭣도 없다. 솔직히 던전이고 퀘스트고 전부 다 구색 맞추기라는 느낌이다.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려는 노력이 전혀 없다. 뭔 일을 하던 멀찍이서 주사위만 굴리는 기분이다. 비디오 게임이긴 하지만 체감은 보드 게임에 더 가깝다. VR로 보드 게임을 돌리면 이런 기분일까?
이래저래 단순한 것은 포더킹에서는 단점이라기보다는 특징에 가깝다. 포더킹의 멀티 플레이는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싱글 플레이보다도 우선적이다. 세 명이 같이 플레이하는 것을 먼저 고려하고 있는 만큼, 텍스트를 줄이고 동선을 좁히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한판에 8시간은 걸린다.
다만 전투는 조금 아쉬웠다. 게임의 다른 부분들과 마찬가지로 일관성 있게 단순한데, 그만큼 전략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냥 조금 커다란 인카운터라는 느낌이다.
턴을 퍽 공평하게 주고받는다. 가장 빠른 캐릭터가 가장 먼저 행동하기는 하는데, 2연속으로 턴을 받아서 자기만 팬다던가 하는 상황은 별로 없다.
전투시의 모든 행동들도 토큰 채우기로 성패 여부를 가린다. 토큰 3개짜리 공격 스킬을 사용한다고 할 때, 3개를 채우면 최대 피해량, 2개를 채우면 1/3이 깎인 피해량, 1개를 채우면 1/3의 피해량이 결정된다. 못 채운 토큰이 많으면 명중률도 떨어진다. 다만 이건 공격의 경우고, 버프나 디버프 스킬, 부가 효과가 있는 스킬의 경우는 좀 가혹하다. 토큰 3개를 모두 채우지 않으면 실패 처리되어 암것도 없이 턴이 넘어간다.
그래서 생각 없이 내지를 경우 보통 다른 스킬보다는 공격이 리스크가 적어 그 쪽을 선호하게 된다. 버프/디버프형 스킬의 경우 집중 없이는 성공률이 50%도 안되는 경우가 많아, 집중력 사용이 강제된다는 감상이 있다. 위에서 집중력을 MP에 빗대 언급한 적이 있는데, 딱 그 꼴이다.
화끈해진 레후
이 외로는, 성장 곡선이 완만하게 잘 그려져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싶다. 퀘스트 진행하면서 난이도가 급격히 튀는 부분이 없다. 적힌 권장 레벨만 맞추고 싸우면 그닥 어렵지 않게 잡아낼 수 있다. 드랍되는 장비도 수준이 천천히 높아져, 무난하게 강화해나갈 수 있다.
싱글 플레이와 멀티 플레이의 체감이 꽤 달랐다. 싱글이야 세 캐릭터를 혼자 조종하지만 멀티는 각자 하나씩 맡기 때문에, 패드에서 손을 땔 수 있는 시간이 길다. 그동안 훈수를 두던 웹툰을 보던 할 수 있다. 조작하는 사람도 그리 길게 고민하기 어려워, 싱글 플레이에 비해 최적화가 미진하다. 운에 몸을 맡기기 쉽다.
언락할 거 있어서 죽을 때까지 하기 좋다. 아무튼 할만한 게임이다. 연출도 뭐 나쁘지 않았다. 덩치 좀 큰 적들이 무기 후려치면 피가 80%씩 까지는데, 뚝배기 강렬하게 쳐맞고 엎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게임이 조금 평면적이긴 한데 나쁘진 않았다. 로그라이크마냥 반복해서 깨고 또 깰만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뭐 쓸만한 것도 더 없다. 돌겠네
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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