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5. 12. 00:05

놀이기구의 스피드와 파워가... 목을 절단하게 되는 겁니다!

 며칠 전 어린이날을 맞아 청와대에선 유튜버들의 도움을 얻어 마인크래프트 안에 청와대를 짓고, 이를 어린이들에게 소개한다는 컨셉의 영상을 SNS에 업로드한 바 있다. 수십년간 하위 문화에서 벗어날 날이 요원했던 전자오락에도 볕 들날이 다가오는 것일까? 게임은 놀이 문화의 한 갈래로서, "놀이"라는 측면에서는 놀이터 모래장난, 혹은 레고랑도 같은 부류로 묶일 수 있다. 거친 분류이기는 하지만,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다. 코지마가 좋아하는 서사 중시형 게임만 게임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마인크래프트도 그렇고 롤러코스터 타이쿤도 그렇고 "감동적인 스토리" 같은 것을 보려고 하는 게임은 아니니까.

이런 롤러코스터를 짓게 될 줄 알았습니까?

3월 초중순에 오픈 롤러코스터 타이쿤 2를 돌려볼 기회가 있었다. 그 이전에도 롤코타를 돌려봤던 것 같기는 한데, 찐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DS로 했던 주타이쿤이랑 헷갈렸을 수도 있다. 여하튼 평소 찾아서 하는 장르는 아니다.

원본이 되는 롤러코스터 타이쿤2의 경우 내 살짝 윗 세대에선 추억의 게임인 모양이다. 온라인에서의 취급이 그러하다. CD게임 세대인가? 그렇게 인기있을만한 타이틀인 것 같지는 않은데 또 그렇다. 모든 사람들이 타이쿤을 좋아하진 않을테니.

롤러코스터 타이쿤 2는 어셈블리어로 만들어졌는데, 시간이 지나 이를 테드 존이라는 다른 프로그래머가 C 언어로 재구성해 오픈소스로 배포하고 있는 것이 openrct2다. 구동하는데 롤코타 2 원본 파일이 필요하다는데, 여기서는 아마 그래픽 리소스만 가져오는 걸까? 여튼 최근에 롤코타2 돌린다 하면 백이면 백 이 버전이다.

 괜히 설명하나 싶지만, 이 게임은 롤러코스터를 중심으로 한 놀이공원을 만드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하나하나 공구리치는 게임은 아니고, 심시티같은 아이소 시점에서 경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처음부터 모든 종류의 기구를 지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시나리오마다 막혀있거나 연구해서 테크를 뚫어야하는 기구도 있다. 따로 테크 트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연구 분야 (물 놀이기구, 매점, 장식물 등) 만 찍어두면 그 안에서 무작위로 열린다. 가볍다.

 

빚도 자산이야

 공사를 벌이려면 돈이 들어가기에 재무재표도 가끔씩 들춰봐야 한다. 돈이 있으면 광고를 때려서 호객을 더 불러모을 수도 있다. 부족하다면 높은 기업이자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보통 한 연 10%정도 한다. 기업 신용이 불량인가보다. 어지간히 죽쑤지만 않으면 돈이 없어서 고생할 일은 없으니 금융 시스템도 가볍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끔씩은 솔루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무거운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롤러코스터 건설 및 장식이다. 개발자인 크리스 소이어는 중증의 롤러코스터 매니아로 유명하다. 롤코타의 흥행으로 매니아가 된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롤코에 대한 애정이 있으니 이런 게임도 만들었을 것이다. 꽤 다양한 종류의 코스터를 지을 수 있다. 롤러코스터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다른 기본적인 놀이기구들부터 다뤄야 할 것 같다.

 롤러코스터가 놀이공원의 꽃이고 랜드마크라고는 하지만, 관람차나 회전목마 역시 유원지 놀이공원 하면 순위를 다투는 연상어다. 롤코타에서 또한 이런 놀이기구들을 만들 수 있는데, 총 가짓수는 롤러코스터 종류수와 비슷하다. 놀이기구들은 모두 일련의 기준 수치를 공유한다. 흥미도, 격렬도, 멀미도가 그것들인데, 정확한 산정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어지간히 고이지 않으면 잘 모르는듯) 흥미도는 높고 격렬도, 멀미도는 중간정도면 잘 만든 놀이기구인 셈이다.

 흥미도 높은 놀이기구가 많으면 놀이공원에 손님이 끌리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미끄럼틀이나 회전그네같은 허접한 놀이기구가 줄지어 있어봐야 오는 손님엔 한계가 있다. '답답'해서 나온 인싸들뿐인 것이다. 크리스 소이어는 안온다. 요즘엔 코로나 돈다고 사람들 더 안온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롤러코스터다.

잘 만드려먼 조금 연구가 필요하다

 다양한 종류의 롤러코스터를 만들 수 있는데, 그 트랙들도 하나하나 자기 마음대로 연결할 수 있다. 트랙을 잘 구성해서 수직중력, 속도, 측면중력, 높이 수치를 적절히 맞춰주면 들러리같은 다른 놀이기구들과는 달리 높은 흥미도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잘못해서 체감 중력이 5G 6G까지 오르면 격렬도, 멀미도가 오르고 흥미도는 떨어진다. 롤코타의 고인물을 굳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자면, 하나는 소위 말하는 '요직'형이고 다른 하나는 롤러코스터 수치를 잘 뽑아내는 유저일 것이다.

캠페인에서는 흥미도 6 이상의 롤러코스터를 자주 요구한다

 언급할만한 것들은 다 언급했다. 그렇다. 롤코타는 롤러코스터를 만들고 꾸미는 게임이다. 새삼 정직한 제목이다. 시나리오들 중엔 쉬운것도 있고 어려운것도 있지만, 이걸 깨는게 핵심은 아니다. 깨는 과정에서 롤러코스터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물론 과정과 결과 둘 다 중요하고, 이것은 게임 디자인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일 테지만, 게임에 따라 목표와 초점은 따로 노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테면 스톤수프의 경우, 게임에서 제시하는 목표는 어디까지나 조트의 오브라지만, 초점은 무작위 생성의 던전에 맞춰져있다. 테일즈 시리즈의 경우 게임의 목표는 스토리상의 주인공의 목표와 일치하고, 핵심 가치는 스토리다. 그리고 롤코타의 경우 일단 시나리오 클리어가 목표로 제시되기는 하는데, 플레이어나 시스템이나 이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롤러코스터 만들고 꾸미기가 핵심이다.

 애매한 이야기이긴 한데, 하고싶은 말은 결국 그거다. 목적의식이 굉장히 결여된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같은 샌드박스류랑 비슷하다. 서두에 적어두었다시피 롤코타는 스토리 게임이라기보단 장난감에 가깝다. 잘 만든 장난감이다. 플레이 경험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유저의 창의성에 맡기고 있는 셈이다. 만들고 싶은게 있으면 플레이 타임이 무한정 길어질테고, 아니면 변비처럼 뚝 끊어진다.

 재미있는 디테일도 많다. 어지러운 기구를 타고 나온 손님은 출구 주변에 벤치가 있다면 거기 앉아서 잠깐 쉰다.길가에 쓰레기통이 있으면 길바닥 쓰레기가 줄어든다. 롤러코스터 트랙 사이에 사람 지나다니는 길이나 다른 롤러코스터를 끼우면 흥미도가 올라간다. 기구 주변에 장식물이 많으면 흥미도가 올라간다. 이런 소소한 디테일들 덕에 놀이공원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

그냥 보고있기 좋다

 장난감같은 게임의 특성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면 꽤 재미있다. 제시하는 목표가 느슨하기 때문에 느긋하게 서로 만드는 기구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멀티플레이가 도입된 오픈롤코타2는 롤코타의 완성형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인크래프트나 게리모드 샌드박스가 생각난다. 역례로는 림월드 멀티플레이 모드가 있다. 림월드의 목표는 확실한데다 난이도도 높다. 순간의 선택을 되돌릴 수도 없다. 모드로 꽤 안정된 멀티플레이가 나왔지만 게임 본편만큼의 호응은 받지 못하고 있다. 나도 별로 안 땡긴다.

 비주얼이나 감성이 중요한 게임이다. 우리는 시나리오를 정해 하나씩 클리어하긴 했지만, 꾸미기도 열심히 꾸몄다. 생각해보면 놀이기구의 흥미도에 장식물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꾸미기 자체가 게임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주고 있다. 이래저래 잘 만들었다.

남자의 다리

그린 산부인과

3cm 충돌. 중앙의 하이브가 인상적이다

퀴어문화축제

인천 퀴어문화축제

킬리만자로 표범. 좁다.

제주도의 하얀 파도. 중앙의 모뉴멘트는 돌하르방이고 오른쪽 메이즈는 녹차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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