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KkuckMo 2020. 5. 7. 12:17

모르면 죽어야지

턴제 형식은 꽤나 괜찮은 컨셉인 것 같다. 우선 턴제가 갖는 장점 때문에 피지컬을 크게 요하지 않으며 계산만 대충 할 줄 알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명작 중에는 턴제 형식도 꽤 있었던 듯 싶다. 대표적으로 X COM 시리즈라던지 다키스트 던전, 아틀라스 리액터 등등 몇몇 사람들은 턴제 형식은 게임의 템포에 집중이 잘 안된다고 거의 손도 안 대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로 해보면 아마 턴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턴제는 내 턴이던 상대의 턴이던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랜덤 시스템이나 PVP 및 AI 요소 등을 넣기 때문이다. 물론 턴제를 해보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턴제의 템포가 느리다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만 해보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 Ⅱ, 줄여서 디오신2다. 주의해야 할 것이 있는데 동 사에 디비니티라는 게임이 있기 때문에 디비니티2라고 부르면 어르신들이 헷갈린다고 노발대발 하시니 꼭 디오신2라고 부르자

라리안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2014년 출시된 킥스타터 RPG 디비니티: 오리지널 신의 후속작으로 플레이스테이션4 , 스위치, 스팀 PC 발매가 되었으며 2017년 9월 발매, 2018년 8월엔 Definitive Edtion으로 업데이트 되었다.

턴제 RPG형식의 게임인데 기본 이동은 실시간 진행이고 전투에 참여할 때만 턴제 형식으로 바뀐다. 비슷한 게임으로 비교하고 싶은 게임은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가 있는데 발더스 게이트에서는 게임 방식은 보드게임의 턴제이지만 진행은 실시간-일시정지를 직접 번갈아가면서 해야 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돌리면 게임 내의 턴이 휙휙 지나가 스킬을 제대로 쓰지도 못하거나 스킬을 시전하는데 움직이거나 재시전해 캔슬해버리는데 상대는 컴퓨터이기에 그런 것 상관 없이 매 턴마다 제대로 스킬을 시전하고 잘 싸운다.

그렇다고 일시 정지를 매 번 해도 1턴이 지났는지 안 지났는지 알 수 없고 턴에 한 명의 캐릭터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내 캐릭터 최대 6명, 그리고 적 캐릭터들 까지 동시 다발적으로 행동하고 내가 직접 일시 정지를 해야하니 게임의 템포가 살짝씩 끊기는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디오신에선 적과 내 턴 둘다, 순서대로, 알아서 턴제로 딱딱 끊어주니 전투 형식에서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이 것이 최신 게임의 시스템 발전일까? 물론 발더스 게이트가 20세기에 나온 게임인 낡은 게임이라 불편했던 것일 수도 있다.

난이도는 총 5가지가 있는데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클래식, 턴제를 해본 적이 있다면 전문가로 하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명예는 전문가 난이도에 추가로 세이브 파일이 여러개 저장이 되지 않고 캐릭터가 죽으면 바로 세이브가 덮어씌워지기 때문에 턴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세이브 로드를 할 수 없어서 선택지를 여러개 골라본다는 플레이 방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RPG답게 게임을 시작하면 캐릭터를 생성해야 한다. 스토리의 주 축이 되는 오리진 캐릭터 6명 중 한명을 선택하거나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만의 커스텀 캐릭터를 생성할 수 있다.

종족 별로 아주아주아주아주 극미량의 기본 스킬 및 버프의 차이점만 있기 때문에 외형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 편하다. 물론 성능충이라면 엘프와 인간을 추천한다. 또 오리진 캐릭터를 선택하면 커스텀 캐릭터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는데 성능충이라면 페인이 제일 강력하고 셰빌도 엘프 종특이 있어서 강력하다... 하지만 게임을 성능보고 하면 피곤하니까 나는 룩을 보고 선택하는 타입이다.

언데드를 따로 선택할 수 있는데 페인 및 커스텀 언데드 캐릭터로 설정할 수 있다. 언데드는 생명력 회복을 데미지로 입고 독으로 오히려 체력으로 회복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언데드는 다른 종족의 얼굴을 뜯어내서 가면으로 쓰거나 장비를 전부 입어서 몸을 가리지 않으면 마을의 경비병에게 공격당하기 때문에 또 조심해야 한다.

게임 내 최대 파티는 4명이지만 1명이든 3명이든 마음대로 구성해서 데리고 다닐 수 있다. 처음에는 오리진 캐릭터만 파티로 영입할 수 있지만 1 챕터를 클리어 하고 나면 용병을 고용해서 데리고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커스텀 캐릭터 4명 파티도 가능하긴 하다. 

커스텀 4인 불타는 죽음의 샌즈단.

캐릭터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데 타 RPG와 다르게 직업에 따른 기술이 없다. 그냥 능력치와 전투 능력을 올리고 그에 맞는 스킬 책을 상인에게 사서 배우는 것이다. 그림자 칼날이라고 평생 도둑질만 해야하는 것이 아니고 전사라고 마법 못 쓰는게 아니다. 처음 선택하는 직업은 그냥 스탯 프리셋일 뿐이며 그마저도 따로 편집할 수 있다. 마법사 프리셋을 고르고 능력치를 힘 3을 찍을 수 있으며 암살자 골라놓고 물의 현자(얼음 마법) 기술만 배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게임엔 직업이 따로 없으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키워나가면 된다. 뭐 메이플 그런 RPG 아니다.

도적이어도 마음만 먹으면 개과천선 가능하다.

전투는 행동 포인트 와 이동 포인트 허락 하에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행동 포인트와 이동 포인트가 높은것이 무조건 유리하고 스킬 사용에 별다른 마나가 필요하지 않고 쿨타임만 존재하므로 가능한 한 많은 스킬을 배워 쿨타임을 돌리며 여러 기술을 난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물리 방어와 마법 방어가 따로 있는데 다른 RPG처럼 퍼센테이지 데미지 감소 이런 것이 아니고 보호막 같은 추가 체력의 개념이다. 장비를 입으면 올라가는데 힘 위주 아이템은 물리 방어, 지능 위주는 마법 방어, 기교는 균일하게 올라간다. 방어 시스템이 매우 중요한데 방어도를 다 깎아야 비로소 적의 체력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 방어를 다 깎아 놓았다 하더라도 마법 공격으로는 체력에 피해를 못 주고 다시 마법 방어나 깎고 있기 때문에 같은 데미지 타입으로 포커싱을 하는 것이 반 필수다. 또 해당 방어도를 깎아서 맨살을 드러내게 되면 넘어짐, 빙결 등의 CC를 적에게 걸 수 있으므로 방어도를 최우선으로 깎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지형을 생성할 수 있는데 지형도 매우 중요한 전투 요소이다. 스킬로 비를 내리거나 바닥에 불을 지를 수 있고 특성을 찍으면 속성의 지형 위에서는 해당 속성 마법의 행동 포인트가 1 감소한다. 평범한 기술이 2의 행동 포인트이므로 대충 계산하면 한 턴에 기술을 약 2배나 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법사에게 지형은 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또 지형과 마법간의 시너지 또한 있는데 물을 뿌리고 얼음이나 전기로 공격해 적을 얼리거나 감전시킬 수 있고 독과 기름을 뿌려두고 불로 공격해 터트려 추가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상성이 잘 맞는 물-대기, 염화-대지 두 종류를 동시에 배우는 것이 효율이 좋다.

기술을 시전할 때 시전 준비 동작중에도 스킬 시전 준비 소리와 화면이 흔들리는 연출이 있기 때문에 기술을 선택하는 도중에도 게임 내에 몰입하기가 정말 수월했다. 매 턴이 그저 스킬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캐릭터가 모션도 취해주고 사운드도 빵빵하게 들려주면서 화면까지 흔들리니 아 내가 지금 전투중이구나! 하고 딱 느낌이 온다. 표현을 정말 잘 해둔 것 같다. 타격감 또한 굉장하다. 특히 마법이 연출도 화려하고 장판이 남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타격감을 더더욱 느낄 수 있다. 준비 소리가 더욱 거창하기도 하고

총 4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챕터 하나하나의 볼륨이 정말 빵빵하다. 2챕터 중반까지 가는데만 40시간은 걸린 듯 하다. 또 자유도 또한 매우 높은데 퀘스트의 종류가 몬스터 몇마리 처치, 재료 10개 수집 이 따위의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숨겨진 보물의 위치를 알려줄테니 가져오면 사례를 하겠다.'라는 퀘스트가 있으면 가져다주고 보상을 받아도 되고 그냥 보물을 주워서 먹튀를 해도 되며 보상을 받은 후에 퀘스트를 준 놈을 죽여서 다시 빼앗아도 되고 그냥 퀘스트 자체를 무시해도 된다. 진짜 개 막장 플레이로 만나는 모든 NPC를 도륙하고 다니는 것도 가능하다. RPG 치고는 자유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세이브 로드를 하면서 선택지를 정찰하고 가장 적당한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이 턴제 세이브 로드 RPG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세이브 로드를 하면서 디오신2를 충분히 탐험하다보면 시간도 훅훅가고 재미있다. 전투 또한 전략을 짜는 재미가 있고 퍼즐도 꽤 할만 하며 퀘스트 또한 흥미롭다. 노가다만 하는 RPG에 질렸다면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세이브 로드가 있기 때문에 짜여진 틀 내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 아직 엔딩은 못 봤지만 취향만 맞는다면 여러 플레이로 여러 직업을 골라서 다회차 플레이도 가능할 게임인 듯 싶다. 멀티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더욱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