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KkuckMo 2020. 5. 23. 16:40

신중히 생각하고 말하라, 외계인

요번에 무료 주말로 풀길래 찍먹 해봤다가 세일해서 구매를 해봤다. 찍먹 할 때까지는 갓겜이라고 생각했다.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리얼타임 진행 우주 전략게임? 단어 나열만 해도 매니아층이 있어보일 듯 싶은 울림이다. 실제로도 극초반을 제외하면 나쁜점은 없었다. 거기까진 좋았다.. 그 이유는 밑에서 얘기하도록 하고

일단 이 게임은 Paradox Interactive에서 제작한 4X 게임이다. 4X 게임은 문명, 토탈 워 등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세계를 탐험하고 영토를 확장하며 영지를 발전시키고 적들을 물리치는.. 뭐 그런 게임이다. 이 게임은 사방이 외계인이므로 낯선 외계인에 대항해 내 세력을 넓히고 맞서 싸울 기술과 함선을 개발해 방어하거나 적의 영토로 쳐들어가 조공을 바치게 하거나 속국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뭐 나도 외계인이지만 말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이미 완성된 프리셋으로 시작하던가 아니면 새로 만든 나만의 프리셋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다. 근데 나만의 프리셋으로 시작하면 도전과제가 깨지지 않는 것 같다. 외형과 이름 뿐만 아니라 내 종족의 특성, 제국의 정부 형태와 종족 가치관까지 전부 설정할 수 있다. 이게 제일 맘에 들었다. 근데 끝까지 이게 제일 맘에 들 줄은 몰랐다.. 종족의 특성은 약간의 포인트로 장점을 추가하고 추가 포인트를 얻으면서 단점을 넣을 수 있는데 종족 보너스로 딱 적당할 만한 정도의 보너스 밖에 없다. 뭐 밸런스는 대충 맞는 듯 싶다. 장점도 엄청난 보너스가 되는 것도 아니고 단점도 크게 거슬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종족의 세부 설정을 잡는 느낌으로 해도 재밌을 듯 하다.

종족 윤리관은 총 8가지 종류가 있는데 반대되는 특성은 선택 할 수 없다. 권위주의-평등주의, 정신주의-물질주의, 군국주의-평화주의, 외계종 혐오-외계종 선호가 있으며 한 쪽을 선택하면 나머지 한 쪽은 선택 불가능 하다. 게임 시작시 3 포인트를 주는데 최대 3개의 윤리관을 선택하거나 한 윤리관을 '광적인'으로 선택해 2배의 보너스를 받는 것으로 윤리관을 2개 선택할 수도 있다. 각 윤리관마다 정부 형태가 제한되어 있거나 사용 불가능한 정책 및 시행령이 있고 적 외계인 조우시 외교 선택지 또한 나뉘므로 스텔라리스의 가장 핵심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튜토리얼이 있어도 자원의 종류가 꽤 많고 우주 배경이라 전혀 익숙하지가 않다. 튜토리얼도 뭘 하라고 말로만 해주지 직접 누르라고 반짝반짝 강조 해두질 않는다. 인구수 마다 늘어나는 건물 말고 도시 지구, 발전 지구 등등을 따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게임 시작 후 3시간 만에 알았다. 정말 불친절한 게임이다.

에너지, 광물, 식량, 소비재, 합금, 영향력, 통합력 등등 게임 시작하자마자 위에 주르륵 떠 있는데 뭐가 뭔지도 알 수 없었다. 에너지는 돈, 광물은 건물 건설, 식량은 인구 유지에 필요한 1차 자원으로 행성 내에 특정 지구를 건설함으로 1차 노동자를 통해 얻을 수 있고 소비재는 고급 기술 인력 유지, 합금은 함선 및 스테이션 건설에 필요한 자원으로 행성 내에 건물을 지어 전문가를 배치해서 광물을 소비해 생성해낼 수 있다. 연구는 기술 연구 속도를 빠르게 해주고 통합력은 '전통'을 찍을 수 있게 한다. 둘다 소비재를 사용하는 전문가 건물을 지어서 올릴 수 있다. 이걸 처음에 텍스트 몇줄로 떽 설명하니 이해가 너무 안됐다. 뭐든 첫걸음이 중요한 법인데 영어 음성에 글자 몇개만 따라라락 써두고 '자 이제 니 알아서 하시오.' 하니 적응 할 수 있나.

방금 막 시작했는데 위에 뭐가 주루룩 떠있다. 보이는건 별 밖에 없고..

행성을 탐사하려면 조선소에서 과학선을 만들어 지도자를 또 배치하고 탐색시켜야 한다. 영토를 확장하려면 이미 탐사한 행성으로 건설선을 보내 영향력을 소모해 전초기지를 지어서 땅을 확보할 수 있다. 각 성계마다 자원 및 연구가 있는데 건설선을 보내 광물을 소비하고 채굴, 연구 스테이션을 지어서 지속적으로 소량 수급할 수 있다. 초반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 것이 주된 수급처가 된다.

내정은 특정 지구를 지어 주거와 1차 산업 일자리를 늘려주고 인구수가 5 단위에 도달할 때마다 늘어나는 건물 칸을 통해 합금도 만들고 연구도 하고 할 수 있다. 수도를 제외한 행성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행성으로 지정해줄 수 있는데 기본 설정은 행성내 지어진 건물에 따라 최적으로 설정해 주지만 플레이어가 따로 설정할 수도 있다. 행성계를 많이 점령하고 각 행성을 특화 행성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발전이다.

팽창도는 인구가 늘어나거나, 행성계를 많이 점령하거나, 시행령을 한계치 이상으로 시행할 때 증가하는데 팽창도 한계치를 넘어서면 기술 비용, 캠페인 수지 등이 증가한다. 팽창도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페널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므로 한 행성은 행정 중심지로 설정하고 행정 청사만 지어서 행정도를 따로 담당해 주는것이 좋다. 함대 유지 또한 팽창도와 비슷하게 최대치를 넘어서면 함대 유지비가 증가하므로 전초기지를 행성 기지로 업그레이드 해 정박소를 지어주거나 연구로 최대치를 확장할 수 있다.

영토를 확장하고 발전시키다 보면 외계인들과 만나게 되고 외교를 할 수 있다. 첫 대면부터 욕을 날리거나 싸바싸바를 할 수 있고 사절을 보내 지속적으로 관계를 악화시키던가 증진시킬 수 있다. 관계가 좋아지면 연구 협약, 이주 협약, 방위 협약 등등도 맺을 수 있다. 가장 크게 실망한 점 중 하나인데 관계도가 여과없이 다 보이고 그것마저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관계가 낮아도 국력이 비슷하면 애들이 쳐들어오질 않는다. 국력이 낮아도 관계가 좋으면 날 잡아먹으려 하질 않는다. 가까운 놈들 전부 평화 사절 보내놓고 친구친구 먹으면서 내정만 하면 끝이다. 내정만 발전 시켰으므로 격차가 벌어지고 후반엔 닦아둔 내정으로 함선을 만들어 밀어버리던가 해버리면 된다. 뭐지 이 게임??? 게임이 너무 1차원적이다.

전투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투는 전초기지에서 행성기지로 업그레이드 하고 조선소를 짓는 것으로 건조할 수 있는데 합금 생산량에 비해 들어가는 합금이 너무 많다. 턴당 30 벌어들이는데 가장 약한거 1개 건조하는데 100은 들어간다. 전투해서 패배하면 함대의 1/3 정도만 살아돌아 오는데 다시 복구할 생각하면 정말 개빡친다. 함선도 급이 있어서 초계함, 구축함, 순양함, 전함 총 4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달라지는 건 크게 없다. 결국 숫자 놀음일 뿐이다. 이러니 전쟁도 전략이 없다. 대충 많이 뽑아서 압도적인 전투력 우위로 찍어 누르는 것, 그게 끝이다. 적 함대를 밀어버렸으면 지상군을 뽑아서 수송선으로 싣고 적 행성에 내려서 점령해야 한다. 함선으로 점령 못하는 것도 맘에 안들고 수송선을 따로 호위해줘야 하는 것도 마음에 안든다. 전투는 정말 별로다.

우주전 자체는 화려하긴 한데 플레이어가 전투에 직접 개입할 수도 없고 몇번 보다보면 의미 없다. 초반에만 뭐가 있어보이는 느낌 나중가면 걍 군사 뽑아서 우주 맵 보면서 한 부대씩 함대 보내고 대충 언제 털리냐... 하고 보고 있다. 숫자 놀음의 폐해다. 전략성이 1도 없다.

내정에 의의를 두려 해도 점점 산출량은 늘어나고 건물 건설비는 똑같다. 턴당 20 벌때의 300이랑 턴당 300 벌 때의 400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결국 자원은 쌓여만 가고 소비할 곳도 없다. 그렇다고 자원이 썩어 넘치는 것은 아닌게 인구수가 점점 늘어나고 고급 일자리를 주게 되면서 점점 소비량도 많아지는데 더 이상 감당이 안될 정도로 유지비가 늘어난다. 유지비를 충당해낼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은 확장 불가능하고 다른 행성들도 거의 성장이 끝나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많으면 많은대로 또 처치 곤란이고 없으면 없는대로 또 애를 썩히는 것이다. 참 이상한 내정 형태다.

기술 연구랑 전통 채택도 의미가 없다. 기술 연구는 테크 트리를 타는게 아니라 정해진 선택지 내에서 연구를 선택하고 연구가 완료되면 또 선택지 몇개를 보여주고... 특수 병과를 언락하는 것도 아니고, 행성 건물이나 숫자 놀음 따위의 것들만 연구하고 있고 그마저도 연구를 다 해버리면 5% 단위로 스탯 조금씩 올려주는 무한대 연구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에너지 무기 피해량 5%, 장갑 방어력 5%, 함대 최대치 20... 이따위 것만 계속 눌러대고 연구하고 있다.

전통은 문명 5 사회 정책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문명에선 채택하면 채택할 수록 필요 요구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확장 정도에 따라 또 증가해서 게임 끝까지 3개 정도밖에 정책을 못 찍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선 필요 요구치가 너무 적다. 초반부터 틈틈히 찍더니 중반가도 틈틈히 찍는다. 결국 게임 후반 접어들기도 전에 모든 전통을 다 찍어버린다. 이 정도면 전통을 뭘 찍는지 중요한게 아니다. 그냥 영향력이나 더 받아서 최대한 빨리 찍는게 낫다. 다 찍고 난 영향력은? 시행령 몇개 돌리는데 쓰이고 더 이상 쓸데도 없다.

2500년이 승리인데 2370년에 다 찍고 기술은 무한대만 돌리고 있다.

전통도 다 찍었고... 기술도 무한대 연구밖에 없네? 이제 슬슬 게임좀 끝내야겠다.. 싶으면!!! 승리 조건이 시간 승리 밖에 없다. 2500년 도달시 점수 가장 높은 진영 승리, 아하 그러면 빨리 2500년을 도달해야겠다!

게임 존나 느리다. 내가 문명을 보통 속도로 켠김에 왕까지 10시간에 클리어 했다. 턴제라 나만 빨리 하면 턴이 쭉쭉 넘어가고 턴이라 언제 끝날지 시간이 대충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또 시간 승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근데 스텔라리스는? 시간 승리밖에 없다. 2500년, 이 2200년에서 2500년까지, 300년이 얼마나 긴 수치냐면 내가 한번 켜서 8시간을 플레이해도 100년이 채 안된다. 슬슬 무료해져서 빨리 엔딩이나 볼려 하는데 시간이 흘러가는걸 그냥 하염없이 지켜보고 무한대 연구나 몇개 눌러주고 하는게 끝이다.

내정도 결국 숫자 놀음에 더 확장하려 해도 행성당 지을 수 있는 지역 지구는 한계가 있고 건물 슬롯도 한계가 있으며 일자리도 더 이상은 늘릴 수 없다. 그런데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일자리는 모자라고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주거는 부족해지며 행성의 발전은 멈춘다. 2차 산업 일자리 건물을 지어 일자리를 창출해도 1차 자원 일자리를 따로 창출해 내기 힘들기 때문에 1차 자원이 점점 고갈된다. 결국엔 2차 자원을 은하 무역 시장에 가져다 팔면서 부족한 1차 자원이나 사먹는 것이다. 이런다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전히 내 제국의 성장은 멈춰있기 때문이다.

인구는 계속 불어나고 땅은 한정돼 있고 이주 시킬 행성도 없고 짜증나게 한다.

계속해서 발전하기 위해 후반 영토를 확장하려 해도 함대 보내는 것도 귀찮고 행정력도 거슬리고 함대 유지비는 점점 감당이 안되고 대충 땅 먹고 평화 협상 하려해도 평화 협상도 안받아주고 연방 뒤통수 치려해도 연방 뒤통수 치려면 10년 후에나 가능하지 평화 협상 한 다음에 다시 공격할려고 보면 휴전을 맺었기 때문에 휴전 협정이 끝날때까지 또 시간 걸리고 전쟁 방금 했던 놈 말고 다른 놈 잡아먹으려 해도 후반엔 연방으로 맺어져 있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그놈이랑도 이미 싸우고 있었고 그 녀석과도 평화 협정이 맺어져 있다.

얼떨결에 잡아먹을 수 있는 놈을 만났다? 전쟁 명분이 있어야한다. 조공을 바치라하고 싫다고 대답하면 '지배 명분'을 통해 전쟁을 시작할 수 있으니 다행이긴 한데 함대가 너무 느리다. 행성계에서 행성계로 이동하는데 최소 1달이 걸린다. 7, 8개 지나면 1년이 훌쩍 지나가고 이 느려터진 이동 속도는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 이상 늘릴수도 없다. 가만히 있는게 심심해 전쟁좀 하려 해도 함대가 빌빌대면서 기어가니 화딱지가 안 날 수가 없다.

초회차에 제독 난이도로 해봤는데 극초반엔 게임을 이해하질 못해서 플레이에 차질이 있었고 게임을 이해하고 나니 너무 간단하다. 그렇다고 최고 난이도인 대제독 난이도로 해도 별로 바뀔 건 없어 보인다. 정말 도전 의욕이 안나는 게임이다. 결국 이 게임은 수치 놀음 및 설정 뽕이 끝이다. 더 이상 즐길 것이 없다. 모드나 깔고 내가 만든 캐릭터 내 컨셉대로 하는게 끝인데 난 더 이상 그러고 싶진 않다.

게임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조잡하고 우주 종족 시뮬레이터라 부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차라리 스포어 우주 시대 전쟁이 더 흥미롭다. 커스터마이징 좋아하고 우주 세계관을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절대 재미가 없을듯. 스팀 워크샵에서 모드나 받던가. 뭔가 나사가 많이 빠져있는 느낌? 틀은 나름대로 괜찮았는데 완성도가 너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