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jogaq 2020. 6. 20. 05:34

도둑놈들하고 일할래니까 불안불안하네

 모나코도 벌써 썩 오래된 게임이다. 포켓워치 게임즈에서 2013년 출시한 게임인데, 난 나오자마자 바로 사서 재밌게 했었다. 이후 2년동안 띄엄띄엄 켜서 도전과제도 전부 다 깼다. 어려운 과제들은 아니었지만 어느새 플레이타임은 70시간 초과. 그 시기를 기점으로 이후엔 다시 게임을 켜본 적이 없다.

 그러다 작년 초, 간단하게 리뷰 쓸 게임들을 찾는 도중, 모나코가 눈에 들어왔지만 게임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았고, 다시 돌려보는것도 차일피일 미루어져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지인 두명의 도움을 받아 기본 퀘스트라인은 다시 다 깨볼 수 있었다. 덕분에 감상을 남긴다.

 모나코는 탑뷰 잠입 액션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수정 가능한 타일들로 이루어진 맵에서 몇명의 도둑들을 조작해 동전 또는 맵 목표인 트로피를 훔쳐내 탈출하는 것이 이 오락의 일관된 흐름이다.

 맵에는 물론 무장한 보안요원들이 거닐고 있다. 단순히 몽둥이를 든 가드부터, 권총 든 경찰관, 나중엔 RPG 사수(얘넨 지들끼리 팀킬 잘한다.)까지 나온다. 이들의 시야 안에 들어가면 ? 게이지가 점점 차오르고, 끝까지 차면 ! 로 바뀌면서 캐릭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시야에서 벗어나 구석에 숨으면 잠시 뒤 알아서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뒤에도 눈을 달아!

 이들의 시야 밖에서, 혹은 들킨 뒤 따돌리면서 도둑질하는 것이 기본이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적들을 죽일 수도 있다. 게임에서는 장비 아이템이 있다. 개중엔 팀을 회복시키거나 연막을 뿌리는 등 의 생존성 관련 아이템도 있지만 기관단총이나 샷건, RPG 등 무기도 있다. 아이템들은 공통적으로 맵의 코인 10개를 주워먹을때마다 사용 횟수가 1씩 늘어나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맵을 클리어하는데 보태면 되는것이다.

 액티브성 조작에는 아이템도 있지만, 캐릭터마다 달려있는 능력도 있다. 게임엔 총 9가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일회성인 하나만 빼면 기본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은 8명이다. 이들은 각각 상이한 특징을 가진다. 자물쇠를 빨리 딸 수 있다던가, 지형지물을 부수거나 적을 기절시키는 등, 각자 전혀 다른 방법들로 게임에 도움이 된다.

전자기기를 해킹하는 정도의 능력

 맵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밸런스는 그런대로 잘 잡혀있어 고인은 없는 편이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능력이 후달리는 경우 소소한 보너스가 몇가지씩 더 들어간다. 예를 들어 적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룩아웃'은 능동적인 다른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에 비해 적 조우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보너스로 다른 캐릭터들보다 계단 타는 속도나 환풍구 진입속도가 빠르다.

 잠입 액션이라는 측면을 조금 더 살펴보자면, 모나코는 적에게 발각되는 것에 있어선 넉넉하다. 한두대 맞으면 죽어버리는 코만도스나 섀도우 택틱스와 달리,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 금고를 까도 체력이 허락한다면 몇초정도는 버틸 수 있다. 발각 후 따돌리기도 어렵지 않다. 캐릭터 이동속도가 적보다 빠른데다가, 시야 판정도 후해서 기둥만 끼고 빙빙 돌아도 적 한명정도는 금새 따돌릴 수 있다. 그래서 페이스가 빠르고 협동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 특성상 세이브-로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게임은 전면전보다는 살금살금 기어가는 플레이를 지향하고 있다. 아이템으로 쏴죽일 수 있는 횟수는 한정적인데,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살려줄 수 있는 것처럼 적들끼리도 서로 살려줄 수 있기에 그렇다. 시나리오 후반의 고난이도 맵일수록 무기보다는 다른 유틸성 아이템이 선호되는 편이다.

놀랐습니다!

 잠입 게임은 퍼즐에 가깝고, 이런 장르의 맵 디자인이라면 보통 플레이어를 개발자 의도 안에 가둬두려는 의도로 조성되는데, 캐릭터중 하나인 MOLE은 맵의 지형지물을 깨부수고 잠입-탈출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부술 수 없는 벽도 있고, 적 시야를 가려줄 벽은 남겨야하지만, 꽤 자유롭다는 감상을 받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MOLE의 협동 플레이 시 기여도가 결국 다른 캐릭터들이랑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밸런스가 잘 잡혔다.

뚫고 들어가기 좋게 샛길도 일일히 나 있다.

 혼자서도 깰 순 있는 게임이지만 여럿이 모여 coop으로 하는게 더 즐겁다. 그게 더 게임의 기획의도와 부합하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오버쿡드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오버쿡드의 싱글 플레이는 혼자 여러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조작하는 시스템이었다면, 모나코에서는 캐릭터가 죽을때마다 다른 캐릭터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코옵에서는 여러가지 다인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어 즐겁다. 한명이 어그로를 끌고 그 사이에 금고를 턴다던가, 누군가 시선을 끈 사이 몰래 지나간다던가. 계단에 누군가 대기하고 있으면 다른 플레이어는 상호작용 딜레이 없이 즉시 들어갈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 치고 빠지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월드 올타임 레코드랑 일일 레코드같은 순위 기록도 있으니, 의욕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세계 1위 기록이 1분을 넘기면 그건 진짜 어려운 맵이다.

 포켓워치 게임즈의 모나코는 퍽 잘만든 게임이었고, 후속작이 기대되었지만, 투스 앤드 테일은 막상 까보면 완성도가 애매한 실정이다. 개발자 SNS에서 이빨꼬리 다음 작품의 개발 소식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최근 업데이트가 18년 말이다. 천천히 기다려봐야 알 것 같다.